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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엔진? 바로 당신이 잘 알고 잘 하는 분야에 있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9. 7. 19. 10:39

"성장엔진? 바로 당신이 잘 알고 잘 하는 분야에 있다"

  • 입력 : 2009.07.18 03:15 / 수정 : 2009.07.19 08:47

'아웃스마트' 저자 제임스 챔피 인터뷰

크록스 신발 구멍에 끼워져 있는 나비와 꽃 모양의 액세서리들이 지비츠 제품이다.
평범한 가정주부 셰리 슈멜저(Schmelzer)는 구멍이 숭숭 뚫린 앙증맞은 신발 '크록스(Crocs)'의 열혈 마니아였다. 2005년 어느 날, 그녀의 눈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아이들의 크록스 신발이 띄었다. 그녀는 별생각 없이 크록스 신발 구멍에 단추나 나비매듭 같은 자잘한 물건들을 끼워 보았다.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다.

갖가지 액세서리로 장식한 크록스를 신은 아이들이 학교에 갔더니 학교 친구들이 너도나도 갖고 싶어했다. 내친김에 셰리와 남편 리치(Rich)는 집 지하실에서 본격적으로 장식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크록스용 액세서리 생산 업체인 '지비츠(Jibb itz·사진 참조)'의 탄생이었다. 2006년 10월 지비츠는 크록스에 현금 1000만 달러에 인수됐고, 리치와 셰리 부부는 크록스의 자회사가 된 지비츠의 사장과 디자인 책임자를 맡게 됐다.

경영서 〈아웃스마트(Outsmart)〉에는 이 같은 초고속 성장기업들의 스토리와 교훈이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이 책의 저자 제임스 챔피(Champy·아래 사진) 페로시스템 컨설팅 대표는 사례의 기업을 추리기 위해 최근 3년간 매년 15% 이상 성장한 1000개 이상의 기업을 조사했다. 그 중 단지 운이 좋거나 유행을 잘 타서 성공한 기업이 아니라, 아주 독특하고 개성 있는 전략으로 성공한, '작지만 창의적인' 기업 8개를 집중 분석했다.

보스턴의 페로시스템 본사에서 만난 그는 이들 기업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뒤집고, 새로운 성공 공식을 제시한 것이죠. 현재의 방식을 바꾸지 않고도 따라 할 수 있는 공식을 제시한 기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지비츠의 경우 다른 기업의 성공을 내 사업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제시했죠. 초고속 성장기업들은 현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정한 뒤, 어떻게 도달할지 방법을 찾으라는 피터 드러커(Drucker)의 단순한 조언에 충실했습니다. 둘째, 미래에 대해 탐구함으로써 남들보다 한발 앞서 '충족되지 않은 소비자의 요구'를 발견한 것입니다."

챔피는 지난해 작고한 마이클 해머(Hammer)와 함께 리엔지니어링(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이론의 창안자로 꼽힌다. 1990년대 세계 경영계를 풍미한 이 이론은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백지에서 재검토해 가장 효율적으로 재설계하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데, 1993년 챔피와 해머가 공저한 〈리엔지니어링 기업혁명〉은 그 바이블로 손꼽힌다. 300만권 이상 팔린 이 책의 이론을 바탕으로 델컴퓨터, P&G, 포드자동차 등 미국 기업이 부활한 것으로 평가됐고,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등 최신 경영이론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챔피는 '리엔지니어링' 이론은 1990년대 초 처음 발표했을 때보다 오히려 지금 더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번 경제위기는 제 이론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늘 디플레이션 시대로 들어가는 게 불가피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왜냐하면 기업들이 갈수록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갈수록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침체가 증명하고 있듯이 단지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성공할 순 없어요. 그와 동시에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즉 기업들은 더 적은(less) 것으로 더 많은(more) 것을 만드는 법, 바로 '레스 모어(less more)의 법칙'을 배워야 합니다. 리엔지니어링 이론이 20년 전보다 지금 더 필요한 이유는, '레스 모어'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세계 경기가 본격 회복되려면 앞으로 3~5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1년 내에 끝날 상황이 아닙니다.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제가 그렇게 믿는 것은 기업들이 이미 이번 경제위기 이전에 너무 많은 생산능력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어려운 때에도 기회는 반드시 있다고 강조했다. "저의 책 〈아웃스마트〉에 나오는 기업들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안겨주는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스마트팩(SmartPak·말에게 먹일 약과 영양제를 배송하는 회사)이란 기업의 사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보스턴=박종세 특파원 미국 보스턴 페로시스템 본사에서 만난 제임스 챔피는 일하는 시간의 절반은 컨설팅, 나머지 절반은 집필 작업을 하며 보낸다고 했다. 찰스 다윈을 존경한다는 그는“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뒤집고, 새로 운 성공 공식을 제시하는 기업이 적자생존(適者生存)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마가 취미인 베키 마이나드(Minard)라는 여성이 1999년 말을 구입했다. 말은 영양 상태가 나빴고, 심한 눈병을 앓고 있었다. 수의사는 약과 영양보조제를 복용하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마구간 관리자 한명이 돌봐야 하는 말이 너무 많아 필요한 약을 정확히 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먹이를 줄 때마다 저마다 다른 약이 든 100가지도 넘는 통을 열어서 정확한 양을 꺼내야 하기에 착오가 많이 생기고, 보관하는 약이 변질되는 일도 잦았다. 마이나드는 약국에서 약을 날짜별로 포장해 주는 데서 힌트를 얻어 '스마트팩(SmartPak)'이란 회사를 창업했다. 말 목장에서 약과 영양보조제를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1일 복용량을 개별 포장해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시스템이다. 이제 마구간 관리자는 정해진 시간에 말의 이름이 써 있는, 배달된 통을 열기만 하면 된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바꾼 비즈니스로 큰 성공을 거둔 셈이죠. 제가 〈아웃스마트〉 책을 쓰던 2006년만 해도 이 회사는 4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얼마 전 통화했더니 매출이 7000만달러로 늘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내야 합니다. 사람들은 값이 싼 제품이 아니라 가치를 주는 제품을 구입하니까요."

제임스 챔피 대표는 현장에서 답을 찾는 스타일이다. 다양한 실전 경험과 케이스로 무장된 그는 어떤 질문에도 즉시 실전형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CSC인덱스'라는 컨설팅회사를 공동 설립해 연간 25%씩 키운 뒤 매출이 2억달러를 넘자 매각한 경험을 갖고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 기업은 어떤 식으로 리엔지니어링을 적용할 수 있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리엔지니어링을 적용하기에 매우 좋은 시기입니다. 기업의 운영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비즈니스 행동이 리엔지니어링입니다. 그런데 경기침체기엔 기업의 운영을 근본적으로 바꾸자고 설득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5년 전에는 GM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득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가능합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째, 종업원을 해고해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종종 필요 인력이 모자라는 경우가 생깁니다. 두 번째 방법은 리엔지니어링을 하는 것입니다. 리엔지니어링을 해도 결국 더 적은 인원을 보유하게 되지만, 다운사이징을 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접근법입니다."


■"리엔지니어링은 다운사이징이 아니다"

―리엔지니어링과 다운사이징(downsizing)의 개념은 혼동되곤 합니다. 정확히 구별한다면?

"사람들이 흔히 두 개념을 혼동하는데, 우리가 처음 리엔지니어링 이론을 만들 때부터 그랬어요. 리엔지니어링은 기업에서 일이 수행되는 방법을 변화시키고,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일을 다시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일의 성격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같은 인력을 가지고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재발견하게 됩니다. 인력이 줄어드는 것은 리엔지니어링의 부산물일 뿐입니다. 리엔지니어링은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 수천명을 자르는 것이 프로세스를 리엔지니어링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입니다."

―리엔지니어링을 성공시키려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요.

"리더십입니다. 특히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CEO의 욕구(appetite)가 중요합니다. 톱다운 관점에서 변화를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경영진의 의지가 강하지 못한 기업에서는 리엔지니어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도요타에선 리엔지니어링이 매일 일어납니다. 기업 문화와 경영진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죠."

―책 〈아웃스마트〉에서 155년 전통의 권총 제조업체인 '스미스 앤 웨슨'의 최고경영자가 '두려움과 비전'을 이용해 어려움에 빠진 회사를 구했다고 분석했는데, 이 두 가지 조합이 리엔지니어링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두려움과 비전의 조합은 사람들을 변화시킵니다. 리엔지니어링을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적용할 때 바로 두려움과 비전의 조합이 추진력으로 작동하지요. 내 사업이 더 이상 경쟁력이 없어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경쟁자가 나보다 더 잘하고 있다는 두려움을 느낄 때 비로소 변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어떻게 회사를 차별화되게 운영할지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아웃스마트〉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모두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법으로 운영되는 회사들입니다."


■"작은 기회들을 무시하지 마라"

―〈아웃스마트〉에서 사례로 거론된 기업들은 한결같이 규모가 작습니다. 대기업들은 이런 작은 기업들의 경험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거대 기업의 경영자는 회사가 소기업처럼 운영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자신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권총 제조업체인 '스미스 앤 웨슨'의 생산 현장을 방문해보면, 종업원들이 자신의 일을 재설계하는 데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대기업들은 관료주의적 층과 칸막이를 없애야 합니다. 관료주의적 구조는 아무 가치가 없고, 오히려 진보를 가로막습니다. 저는 대기업들에 먼저 본부의 크기를 줄이라고 조언하겠습니다. 이 사람들이 비즈니스에 어떤 가치를 보태는지 물어야 합니다. 어떤 가치도 보태지 못하는 프로세스와 사람들을 제거하고 나면,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비즈니스 부문이 소기업처럼 운영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대기업 가운데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킨 기업은 내가 아는 한 IBM이 유일합니다. IBM은 하드웨어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근본적으로 변신했어요."

챔피 대표는 시종 온화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논리는 냉정했고 어투는 단호했다.

―요즘 글로벌 기업들이 성장 엔진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습니다.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성장 엔진을 찾으려면 먼저 자신이 갖고 있는 비즈니스 능력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비즈니스로 진출해서는 안 됩니다. 〈아웃스마트〉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모두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시장과 비즈니스에 머물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많은 대기업들이 성장 엔진을 찾는다면서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시장과 비즈니스에 진출하느라 돈을 낭비했죠.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지금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자신들이 모르는 비즈니스로 들어가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제게도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라며 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참신할지 몰라도 시장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성장 엔진을 구하는 대기업들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작은 기회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아웃스마트〉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모두 작은 기회를 잘 활용했습니다.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분야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시장에서 의미 있는 규모로 키우려면 몇 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처음 시도해본 뒤 1~2년 뒤에도 여전히 시장이 크지 않은 걸 보고 그동안 해온 노력과 아이디어를 버립니다. 성장 엔진을 구한다면서 정확히 반대되는 일을 하는 것이죠. 성장 엔진이라는 개념 자체가 처음엔 작게 시작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위험을 진다는 것은 모르는 분야로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혁신하고 새로운 성장 엔진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뭔가 남보다 좀 더 잘 아는 분야를 발전시키라는 얘기입니다. 가령 구글이 에너지 분야에 진출하기를 원한다고 했는데, 구글이 에너지에 대해 무엇을 알까요? 가끔 돈이 많으면 기업들이 멍청한 일을 하곤 합니다."


■한국 기업과 젊은이에 대한 조언

―한국 기업가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한국 기업가를 만날 때마다 놀라운 것은 미국 기업가들이 갖고 있는 특성 가운데 좋은 점들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규율을 갖추고, 이익을 내려고 밀어붙이며, 배우고 혁신하려는 욕구가 일본이나 중국 기업가들보다 훨씬 앞섭니다. 또 성장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습니다."

약점은?

"아직 과거의 격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입니다. 미국에선 늘 과거의 격식을 벗어 던지려고 노력하지만, 한국 기업가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비즈니스에서 갖춰야 하는 형식 같은 것입니다.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런 형식을 갖추려면 반드시 간접비용이 들기 마련이죠.

리엔지니어링을 하려면 사고가 자유로워야 합니다. 리엔지니어링은 깨끗한 종이에 새로 그리는 작업이니까요. 기존 프로세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끄집어낸 뒤에는 이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경제 침체로 일자리가 줄어 젊은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조언을 한다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기업들이 많이 죽었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가 널려 있습니다. 가령 은행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완전히 다른 개념의 은행을 세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일 제가 다시 젊어진다면 은행을 시작해 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