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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차 재외동포포럼] “우리는 100% 조선족이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9. 10. 14. 12:12

 

[제9차 재외동포포럼] “우리는 100% 조선족이다”
발제 : 황유복 중국 중앙민족대학 교수
[185호] 2009년 10월 12일 (월) 16:36:33 정리=최선미 기자 hynews8132@hanmail.net

지난달 25일 방송통신대에서 개최된 ‘2009년 제9차 재외동포포럼’에 황유복 중국 중앙민족대학 교수가 연사로 나섰다. 황 교수는 ‘중국 조선족과 한국’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다음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주>


   

황유복 교수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역설적으로 보았을 때 꿰어지지 않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구슬은 보배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구슬을 꿸 때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꿰어서도 보배가 될 수 없다. 크기와 색상 그리고 재질 등을 분류해서 꿰어야 보배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흔히 “700만 재외동포는 우리의 중요한 자산이다” 혹은 “중요한 인적 자원이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중요한 자산’,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서의 재외동포를 한국에서는《표준국어대사전》의 해석에 준하여 ‘재외동포=교포=교민’이라고 정의하고 거기에 ‘재외한인’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 ‘동포회’, ‘교포회’, ‘교민회’, ‘한인회’ 등 현지 단체들의 이름도 가지가지이다.

즉 외국에 거주하는 우리민족 집단 구성원을 집합적으로 재외동포, 재외교포, 재외교민 혹은 재외한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한국정부의 재외동포정책도 모든 국외거주 한(조선)민족을 하나의 구별되지 않는 ‘재외동포’로 싸잡아 제정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구슬을 꿰기는 꿰되 구슬의 크기, 색상, 재질 등을 분류하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다. 국외거주 우리민족 성원의 거주국에서의 법적 지위는 크게 한국인 임시거주자, 한국인 영주권자, 시민권자로 분류된다.

한국의 입장에서 임시거주자의 경우는 ‘재외국민’이고 영주권자의 경우는 ‘재외교포’ 혹은 ‘재외교민’이며, 시민권자의 경우는 ‘재외동포’이다.

중국의 조선족은 누구이며 한국에 있어서 조선족은 어떠한 ‘자산’ 혹은 ‘인적 자원’인가? 그러한 ‘자산’ 혹은 ‘자원’을 어떠한 정책으로 활성화 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려면 우선 조선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조선족은 한반도에서 이주해 온 이민이나 그들 후예로 구성된 중국의 소수민족일원이다. 한국인들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조선족은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진출한 한민족동포(ethnic)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족은 과거 어려운 시절 조선반도에서 살길을 찾아 중국으로 이민해 왔고 중국의 혁명과 개발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중국국민의 자격을 취득한 일개의 소수민족(nation)이다.

한국인들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조선족은 분명히 세계로 흩어진 ‘디아스포라(Diaspora)’의 한 갈래이지만 중국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족은 100여년이 넘는 정착과정을 거쳐 성공적으로 중국에 뿌리를 내렸고 중국에서 주류사회에 진입한, 모국의 국적을 초탈했다는 뜻의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이다.

사실상 조선족은 60여 년 전에 이미 중국을 선택했다. 그러한 선택을 필자는 하버드대학연구보고서(1988)에서 “1950년대 초반기에 형성된 ‘중국 조선족정체성’은 철저한 탈조선(국가)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중국에서 영주할 생각과 조선민족적인 것을 현지에서 키워가겠다는 결심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국제법 학자로서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한국계미국인으로서는 최고의 직위인 국무부 차관보를 지냈던 예일대학 법과대학원 학장 헤럴드 고(고홍주)가 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를 느낀 적은 없습니까?”라는 한국의 한 일간지 기자의 질문에 “성인이 된다는 건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인정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시점에 나는 100%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몇 % 한국인이고 몇 % 미국인인가 고민하다가 ‘100% 한국계미국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더니 쉬워지더군요”라고 대답했다.

미국의 코메리칸사회의 미국이민 역사는 1903년 7천226명이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에 이민한 사건을 제외하면 불과 4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300년 이전에 이민해온 ‘박가 촌’사람들을 제외하더라도 중국조선족사회의 이민역사는 150년이나 된다.

오랜 역사과정에서 성공적으로 중국에 뿌리를 내렸고 조선족문화도 창출해냈다. 때문에 조선족은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해야할 이유가 없다.

조선족이라는 세글자 속에는 그들 선대들이 한반도에서 이민해 왔고, 그들은 한민족(韓民族)집단(ethnic group)에 소속되며, 중국국적을 가진 중국 소수민족의 일원이라는 내용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조선족도 헤럴드 고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100% 조선족이다”라고 떳떳하게 말하면 된다.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은 3가지 부동한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

중국국적을 취득한 조선족(193만), 북조선이나 한국 국적을 보유하면서 중국에서 영주권을 갖고 있는 조선교민(조교)(3~4만)과 한국교민(영주권 취득자), 재중 공관임직원, 상사주재원, 사업자, 유학생 등 한국인(50만). 이 중 첫번째의 경우는 한국정부가 법적으로 전혀 관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조선족에 대한 한국정부의 국내법 제정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 세가지 부류를 포괄한 재외동포법이나 정책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들을 분류해서 부류에 따라 서로 다른 정책을 제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이 중국 조선족에 한해서는 그들이 중국국민임을 감안해서 거창한 법제정 보다는 그들이 중국에서 계속 민족 언어를 유지하고 민족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을 제정해야 한다.

조선족이 모국어와 모국문화를 유지하면서 중국에서 계속 주류사회에 진입하고 계속 타민족의 칭찬을 받는 모범민족으로 거듭날 때 그들은 중한간의 정치, 군사, 경제, 문화를 포함한 전 방위적인 교류를 위해 더 많고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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