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마시는 이야기들/세계술 이모저모

폭탄주 권하는 사회

향기男 피스톨金 2005. 11. 28. 13:46
폭탄주 권하는 사회
몰로토프 칵테일은 술이 아니라 폭탄이다.우리가 화염병이라고 부르는 
이것으로 전시에는 탱크도 잡았다.폭탄주는 마시는 술인데,때로는 
이것도 폭탄이.법무부  장관과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일시에 물러나게 
했을 만큼  위력이 대단하다.몰로토프 칵테일에 댈 바 아니다.
 
 우리나라에 폭탄주 마시기가 언제 생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군에서 시작돼 군사통치 시절에 일반 사회에 퍼진 것으로 보이지만,
본디 서양 땅에서 들어왔을 것이다.미국 영화‘흐르는 강물처럼’을 보면 
맥주 가득 부은 잔에  번 위스키가 든 잔을 빠뜨려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미국 공군 조종사들이 흔히 폭탄주를 마셨다고 하는데 이들도 
원조는 아니고 이보다 훨씬 앞서서  국 탄광부와 뱃사람들이 
시작했다는 말이 있다.
 
 주머니 가벼운 서민이 적은 돈 들여 많이 취하려고,또는 심리적으로 
쫓기는 공군 조종사가 빨리 취하려고 마셨을 폭탄주는,우리 술판의 술잔 
돌리기와 결합하면서 토착화에 어지간히 성공했다.  위스키가 없으면 
소주로라도 심을 박아 잔을 돌려야 직성이 풀리는 부류가 꽤 많다.
 
 폭탄주 술판을 보자.두 가지 술로 폭탄주를 만들고,그 잔을 돌리고,
마신 사람은  빈 잔들이 딸랑딸랑 소리가 나도록 머리 위로  흔든다.
의식(儀式)과도같다.개인을  집단에 함몰시키려는 의식이다.머리 잘 쓰는
  제조업자들이폭탄주 완제품을 만들어내지 않는 이유를 알 만하다.
술자리에서 즉석 혼합주를 만드는 것부터가 의식이기 때문이다.
 
 외국 것이 우리 땅에 들어오면  제바닥보다 맹렬해지는 수가 많다. 
폭탄주풍속도 그렇다.술 강권하기와 겹쳐져 무자비한 폭력성까지 띤다. 
주량만큼 개인차가  큰 것이 드문데도 우리 사회의 폭탄주 돌리기는 
개인차를 인정하지 않는다. 술이 약한 사람에게는 집단 가혹행위나 
다를 바 없다. 술이 센 호걸들의 호언과 과시가 질펀해지는 동안 술이 
약한 사람은 초주검이 되어 간다.
 
 폭탄주 하면 소설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소마’가 연상된다.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신세계에서는 인간 정서를 획일화하는 소마
라는 약을 모든 사람이 먹어야 한다.소마는 근심과 불안,자아 성찰,
창의적  사고,반항심,의심 등이 의식 속에 자리잡을 틈을 없앤다.
불평 없는 복종심만 남긴다.소마를 거부하는 것은 반역이다.
주석에서 폭탄주 피하기는 반역처럼 어렵다.
 
 사람 사귐에 술이 확실히 좋은 윤활제 구실을 하기는 하지만,
술에 취해  신이 몽롱해지면 바른 것을 굽히고 맑은 것을 흐리기 쉽다.
술은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양심의 갈등을 잊게도 한다.
이래서 술이 선용되기도 하고  용되기도 한다.불합리에 부딪혀 
절망하고도 술이요,합리를 불합리로  덮어야 하거나 덮고 싶을 때도 
술이다.
 
 암울한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지식인 모습을 그린 소설에‘술 권하는 사회’
라는 것도  있었고 ‘취한 들의 배’라는 것도 있었는데,여전히 이 사회는 
권하는 사회고  취한들의 배인  듯하다.술 접대를 전담하는 이른바‘
술 상무’가 딴 나라에도  있는지 모르겠다.깊은 밤 길거리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토악질하는 취한이 우리처럼 많은 나라가 달리 있는 것 
같지 않다.
 
 일찍이 먼 옛날 중국 임금이 처음 술을 맛보고는 술로 망하는 사람이  
나오겠구나 걱정했다고 한다.‘십팔사략’(十八史略) 앞쪽 부분에 있는 
기록인데  그 우려는 들어맞았다.취중 살인,취중 방화,취중 실언,취중 
패싸움,취중 패륜이 얼마나 많은가. 도덕적으로 존경받아야 할 검사들이 
대낮에 폭탄주 마신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이는 것을 우리는 최근 
한 달 간격으로 연거푸 보았다.
 
 술은 역사도 바꾼다.91년 8월 소련의 개혁 지도자 고르바초프가 변방  
별장  휴가 가 있는 새에 수구세력이 모스크바에서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며칠만에 실패로 끝났다.‘실패한 쿠데타’의 한 원인이 술이었다.
쿠데타 수뇌부 인물들이 독한 보드카 마시고 곤드레만드레 취해서는 
후속 조치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가 어이없이 무너졌다.
 
 폭탄주 돌리기는 비인간적이며 부작용이 큰데도 속효성과 그에 따른 
경제성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무리무리 술에 취해 돌아가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폭탄주 관습은 이제 없애거나 수출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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