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마시는 이야기들/세계술 이모저모

폭탄주 세계적인 폭탄주

향기男 피스톨金 2005. 11. 28. 13:49

폭탄주 세계적인 폭탄주?



지난 주 칼럼에 미국 대학생들의 폭탄주를 소개했다. 인터넷 술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폭탄주(boilermaker )를 이렇게 설명한다. '2온스의 위스키를 맥주잔에 넣으면 식민지 시대에 마셨던 혼합맥주보다 맛이 나쁘지 않다.

 

" 또다른 사이트는 "샷 글라스(양주잔)의 위스키를 마신다.그런 다음 체이서(chaser ) 로서 맥주를 천천히 홀짝 홀짝 마신다."여기서 체이서는 '추격한다.'는 의미로 양주를 한잔 마시고 바로 손에 들고 있는 맥주를 뒤따라 마시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소설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폭탄주를 마셨다.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다룬 한 책은 "헤밍웨이는 30대의 예쁜 아바나 여자 친구인 제인 메이슨과 함께 진을 마시고 다음에 체이서로서 샴페인을 마시고 또 그 다음에는 대카리(럼주,레몬주스, 설탕 등으로 만든 칵테일) 를 큰 잔으로 여러 잔 즐겼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3중의 체이서인데 뱃속에서 각종 술과 음료가 섞이는 잡탕주라고 하겠다.

 

미국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폭탄주 형태의 주법은 있다.노르웨이나 스웨덴 등 북구에서는 '섭머린(submarine )'이란 주법이 있다. 주한 스웨덴 대사관의 락소씨게 문의해봤다. 그는 "한 파인트(0.5리터)의 맥주에 독일 술을 가득 담은 샷 글라스를 떨어뜨린다.

 

그 맛은 나쁘지 않지만 그 효과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것은 20년전의 일이고 그 당시에도 섭머린은 아주 유행하던 술은 아니었다.그리고 나는 스웨덴 사람들이 아직도 섭머린을 마시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슈납스'라는 독주-알콜 도수로는 32도 이상이며 42도가 넘기도 한다-를 맥주와 함께 마시는 폭탄주법이 있다. 러시에서도 '모로토프'라는 폭탄주 주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외국어 학원의 강사가 전해주었다.


주한 벨기에 대사관의 휴퍼트 쿨르만 상무관은 "벨기에 사람들은 맥주를 많이 마시지만 폭탄주를 마시지는 않는다."며 "자신이 알기에는 호주사람들이 폭탄주를 잘 마신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한 외국인도 있지만 폭탄주가 한국처럼 그렇게 대중화된 주법은 아니다. 먼저 주한 호주 대사관의 박영숙 공보관은 "호주 사람들이 폭탄주를 잘 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쿨르만 상무관 이야기를 반박했다.


외국 신문의 모 한국주재 특파원은 "나는 미국인으로 폭탄주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작 폭탄주를 마셔본 것은 한국에 와서였다."고 털어놨다. 외국 통신사의 다른 주한 특파원은 " 나는 미국인이지만 보일러메이커를 미국에서 들어본 적도 없고 마셔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독일인으로 국민은행 이태원 지점에서 일했던 '쉬미트 레드포드 피어오나'(여) 씨는 "남편이 슈납스를 집에서도 즐기지만 폭탄주를 마시지 않는다."며 "다만 슈납스를 마시고 맥주를 뒤이어 마시는 사람도 있긴 한데 그런 주법은 그렇게 유행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외국의 폭탄주는 일부만 즐기는 칵테일인 셈이다.외국인들은 폭탄주의 천국인 한국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폭탄주를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인 직원들에게서 배운 폭탄주에도 제법 이력이 붙었다."며 폭탄주를 배운 곳이 한국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이상일

서울신문 논설위원
'폭탄주,그거 왜 마시는데?
저자

'먹고마시는 이야기들 > 세계술 이모저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탄주 제조기  (0) 2005.11.28
폭탄주 유래는?  (0) 2005.11.28
폭탄주 권하는 사회  (0) 2005.11.28
중국의 술 문화  (0) 2005.11.24
중국의 명주  (0) 200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