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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피할 수 없는 술자리…오~ 폭탄주

향기男 피스톨金 2005. 12. 18. 00:02

 

연말연시 피할 수 없는 술자리…오~ 폭탄주

[세계일보 2005-12-13 20:57]

연말연시 술자리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것이 폭탄주다. 회오리주, 금테주, 드라큘라주, 충성주, 카푸치노주 등 종류도 다양하다. 분위기에, 재미에 취해 무작정 폭탄주를 들이켰다가는 몸 버리기 십상이다.

 

폭탄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두 잔의 술을 마시는 것 이상이다. 오죽하면 폭탄이라고 이름붙여졌을까.

 

 폭탄주를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알고 마시는 게 상책이다. 건강한 연말을 위해 폭탄주 공략법을 알아보자.

 

# 폭탄주 더 취한다?

 

왜 폭탄주를 마시면 빨리 취할까? 대답은 폭탄주의 알코올 농도에 있다. 4.5도의 맥주와 40도의 양주를 섞은 폭탄주의 알코올 농도는 약 10도가 된다.

 

인체가 가장 잘 흡수하는 알코올 농도는 14도 정도. 따라서 순수 양주와 소주를 마시는 것보다 흡수가 잘돼 더 빨리 취기를 느끼게 된다.

맥주에 섞여 있는 탄산가스가 소장에서 알코올의 흡수 속도를 가속하는 것도 취기가 빨리 오르는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맥주에 의해 양주나 소주의 맛이 희석돼 마시기에는 부드러울지 몰라도 폭탄주 1잔을 마시는 것은 소주 반 병 정도를 쉬지 않고 먹는 것과 같음을 알아야 한다.

 

 

마시는 습관도 영향을 미친다. 맥주나 양주 두 잔을 쉬지 않고 연거푸 마시는 사람은 드물지만 폭탄주는 단숨에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두 배의 알코올을 한꺼번에 들이켜는 셈이니 취기가 빨리 오르게 된다.

 

# 폭탄주가 더 순하다?

 

양주나 소주를 그냥 먹기가 독하다는 이유로 맥주에 타 먹는 사람들이 있다. 40도의 양주와 20도의 소주를 4.5도의 맥주에 섞으면 알코올 도수가 내려가 ‘순한 술’이 된다. 독주에 비해 식도와 위 점막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적을 수 있다.

 

보통 소독에 사용하는 알코올의 순도는 70도. 이 정도면 세균 등을 파괴해 죽게 만든다. 식도나 위 점막 등도 도수가 높은 알코올에는 약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고급 술로 통하는 알코올 도수 60도 내외의 술은 소화기 계통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폭탄주가 그냥 마시는 양주에 비해 간에 무리를 덜 주는 것은 아니다.

 

 즉 간에 미치는 독성은 차이가 없다. 간에 미치는 악영향은 마신 알코올의 절대량에 비례하므로 폭탄주로 마시나 그냥 양주로 마시나 마찬가지다.

 

몸무게 70kg의 성인 남성이 25도짜리 소주 1잔을 간에서 분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이 넘는다.

 

그런데 1시간에 최소 3∼4잔의 폭탄주를 마신다고 보면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 이렇게 마셔라

 

모든 술이 그렇듯이, 폭탄주도 되도록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같은 양을 마신다는 전제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약한 술부터 먹는 것이 위에 손상을 줄이는 방법이다.

 

먼저 맥주를 마시고 나서 위스키를 마시면 위 점막을 보호하는 적응력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런 방법도 간 건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술만 마시는 것보다는 적절한 양의 안주를 함께하는 것이 취기를 더는 데 도움이 된다.

 

너무 많은 양의 안주는 복부비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우유나 치즈 같은 가벼운 유제품을 먹는 편이 좋다. 폭탄주를 마실 때에는 얼음을 띄워 도수를 약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술을 마실 때 흡연한다면 연탄가스를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라. 술을 마시면 간에서의 산소 요구량이 늘어나는데 담배는 오히려 몸에 산소가 결핍되도록 하는 작용을 하므로 더 해롭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도움말: 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권석운 교수, 다사랑병원 전용준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