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들/세 상 사람들

향기경영 VS 이미지경영

향기男 피스톨金 2005. 12. 24. 10:50

 

 

                향기  경영 VS 이미지경영

 



[매일경제 2005-09-30 16:47]

얼마 전 직원 한 사람이 사직서를 냈다며 인사를 왔다. 원하지 않던 부서로 인 사발령이 난 후 동료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 나빠서'가 사직 이유 였다. '기분'을 바꿔보라고 달랬지만 이미 모두에게 인사를 끝냈기 때문에 '일 할 기분'이 아니라며 결국 떠났다.

 

기분 좋은 일이 많으면 살 맛이 나고 일할 맛도 난다. 기분을 좌우하는 것이 이미지다. 이미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영상이지만 빛깔이나 모양, 냄새 , 맛, 소리, 감촉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요즘을 '이미지 시대'라고 할 만큼 이미지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말도 있지만 이미지는 소리 없이 번져가는 향기처럼 종횡무진 돌아다닌다.

 

코로만 맡을 수 있는 냄새와 달리 '향기'라는 단어는 이미지의 대체언어로 그 만이다. 이미지가 연상되는 모든 단어에 '향기'를 붙여 보자. 봄 여름 가을 겨 울에 계절의 향기, 친구나 연인에겐 마음향기 사랑향기, 음식물에는 쌀향기 콩 향기 보리향기 배추향기. 세상 사는 맛이 달라지고 밥맛도 달라질 것 같다.

 

경영현장에도 이미지 대신에 향기라는 말로 바꿔 보자. '이미지경영'을 '향기 경영'으로, 기업이미지 전략은 기업향기 전략으로 바꿔 본다. 광고 카피가 부 드럽게 변하고 돈냄새도 줄어들 것이다.

 

업무에 찌들어 산다고 생각하는 직장 인들의 의식 전환을 위해서도 향기경영을 권하고 싶다.

 

직원이나 동료를 따스한 마음으로 감싸주는 기업에서는 '사람향기'가 난다. ' 꿈향기'는 미래의 비전에서 나오고 '성공의 향기'는 올바른 사업목표에서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는 현실이다. 향기도 현실 속 언어다. 때로는 향기에 지쳐 있는 사람들도 많다.

 

철공소에서 일하는 사람은 쇠향기에 지쳐 있고 목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거름향 기에 지쳐 있게 마련이다. 향기가 아니라 '냄새가 난다'고 할 것이다. 기분전 환을 위해 냄새를 바꿔 본다.

 

철공소에는 솔냄새를, 목장에는 레몬냄새를 넣어 본다. 냄새를 향기로, 이미지도 향기로 느끼면 기분도 달라질 것 같다.

 

텔레비전 9시 뉴스에는 언제쯤이면 향기로운 뉴스가 가득 채워질까? 낙엽이 떨 어지는 가을녘에서 라일락 향기를 뿌리며 미리 내년 봄의 희망을 점쳐보고 싶 다.

 

[강우현 남이섬 대표]

 

 

 

 

쇠락하던 섬 살린 ㈜남이섬 강우현 대표
4년 전 사망선고를 받았던 ㈜남이섬이 다시 살아났다.

도시인들이 찾는 그저 평범한 유원지 중 하나였던 남이섬(강원 춘천시)이 어느새 한류와 한국을 상징하는 관광지의 하나로 우뚝 솟아 올랐다.

“지난해 140만명이 다녀갔습니다.

침몰하던 남이섬 경영을 맡았던 2001년 당시의 27만명에 비하면 거의 5배로 늘어난 셈입니다.

”‘주식회사 남이섬’ 대표이사 강우현(52)씨는 그림동화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이다.

충북 단양이 고향인 강씨는 언젠가 남이섬에 들러 작업을 하던 중 회사측에서 경영을 맡기는 바람에 졸지에 대표이사가 됐다.

“남이섬을 평가할 때 ‘
겨울연가’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점에서 저는 행운아이면서 동시에 불행합니다.

”대표이사 취임 두달째이던 2001년 10월 강씨는 ‘겨울연가’ 촬영팀이 관리소직원과 장소임대료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현장에서
윤석호 PD를 처음 만났다.

강씨는 “촬영지는 무료 제공하겠다.

대신 제작발표회를 이곳에서 해달라. 그러면 멧돼지도 한 마리 잡겠다”고 제안했다.

홍익대 미대 출신으로 그래픽디자이너?그림동화작가?환경문화운동가로 활약하면서 상도 여러차례 탔던 그는 매스컴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때는 겨울연가가 일본열도를 강타하고 남이섬이 한류 열풍의 진앙지가 될 것까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다음해 1월,눈이 유난히도 많아 더더욱 아름다웠던 계절에 겨울연가가 방영을 시작했다.

그해 4월 일본 NHK위성TV로 방영되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2002년 65만명,2003년 85만명 그리고 지난해 140만명을 기록했다.

“이것저것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언론은 남이섬을 두고 겨울연가 이야기만 합니다.

실제로는 이제 겨울연가의 영향력도 많이 줄었습니다.

일본 등 동남아 관광객은 20%로 줄었고,일본보다 대만 관광객이 더 많아졌습니다.

요즘엔 유럽과 국내 관광객도 크게 늘었지요. 겨울연가를 보러왔다가 남이섬을 새롭게 발견해주길 우리는 원합니다.

”60억원의 빚더미에 눌려 침몰하던 섬을 맡았을 때 그의 머릿속엔 14만평의 거대한 화폭이 펼쳐졌고,그가 그곳에 그리기 시작한 그림은 풀 한포기,나무 한그루,돌멩이 하나,버려지는 폐기물까지 인간과 어울리는 환경친화적인 생태관광지였다.

그림동화의 일러스트레이터였을 때 무수히 그렸던 그림 그대로였다.

“동물원 철조망을 걷어내고 토끼 오리 거위 노루 등을 풀어줬습니다.

타조도 구입해 풀어놓았지요.”그리고 먹고 마시는 고성방가,중년 남녀가 어울려 막춤을 추던 ‘추한 행락’의 모습들을 하나 둘 걷어내기 시작했다.

확성기와 전봇대도 제거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상인들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

상인들은 쓰레기에 불을 붙여 놓고 사진 찍어 고발하기도 했고,대표 강씨를 끌고가 강물에 머리를 처박으면서 “물러나라”고 위협했다.

반달 같기도 하고 활 같기도 한 섬은 드라마 겨울연가 속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만인의 마음 속에 둥지를 틀 만큼 가꾸어졌다.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그림에 그는 이렇게 설명을 달아 놓았다.

‘남이섬은 달밤이 좋다.

하지만 별밤은 더 좋다.

그런데 새벽을 걷어내는 물안개 앞에 서면 좋다는 말조차 잊는다.

’100여명의 직원과 함께 ㈜남이섬의 살림을 꾸려가는 그의 경영방식은 독특하다.

회의도,거창한 구호도,결재라인도 없다.

그 역시 항상 작업복 차림에 면장갑을 끼고 망치질할 곳을 찾아다니는 게 일과다.

그리고 환경미화,전기담당부터 분재공방,유리공방,도자기?염색?한지 공예 담당 등 모두 ‘한 예술가’하는 직원들과 함께 섬을 가꿀 또다른 아이디어를 찾기 바쁘다.

“남이섬은 이제 중독성이 강한 휴양지입니다.

한번 찾아온 사람은 네번이고 다섯번이고 계속 옵니다.

왜냐고요? 우리는 사람들이 찾아올 때마다 새롭게 변신한 남이섬을 보여주니까요.”그와 함께 돌아본 14만평의 섬은 과연 거대한 예술작품이었다.

공간 구석구석과 시설물,간판,오솔길 하나까지 모두 멋과 정과 자연스러움이 담겨있다.

썩은 철판을 잘라 만든 ‘아이야 학교 가자’라는 조각품에선 따스함이 느껴진다.

춘천=변영주기자 yzbyo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