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SKI)이야기들/일 본 스키(ski)

일본 눈에 눈이 번쩍…일본 기타도호쿠 3개현

향기男 피스톨金 2005. 12. 30. 10:16

 

              

                 눈에 눈이 번쩍…

 

             일본 기타도호쿠 3개현

 
스포츠조선 아키타-이와테-아오모리/일본=남정석기자

'설(雪)평선을 본 적이 있나요?'한쪽 창으로는 눈 이불을 가득 덮은 사과나무와 눈꽃이 곱게 핀 삼나무 숲이, 반대편 창으론 끝을 짐작키 어려운 눈의 평원이 눈을 시리게 만든다. 소리없이 켜켜이 쌓인 눈이 어른 키를 훌쩍 뛰어넘는 벽이 돼버린 도로를 따라 찾아간 스키장 역시 눈 천지다.
 
 처녀 속살처럼 보드라운 융단 눈 위에 살며시 스키를 얹어본다.  
에지를 살짝 잡으니 '파우더 눈'보다 더 곱다는 '아스피린 눈
'(일본인의 조어 능력은 역시)이 '뽁뽁' 소리를 내며 귀를 한없이
간지럽힌다. 나만을 위한 슬로프, 나를 기다리는 리프트. 멋진 경치에 취해 슬로프에 앉아 있어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곳.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배경인 니가타현과 유난히 곱던 눈이 인상적인 영화 '철도원'의 배경이 된 홋카이도의 중간에 자리잡은 탓에 이제까지 큰 주목을 끌지 못했던 일본 혼슈의 최북단의 기타도호쿠(北東北) 3개현 아키타(秋田), 이와테(岩手), 아오모리(靑森)가 그 깊은 설원에 안겨보라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다.
 
 


▲ 아키타현 다자와호 스키장 정상부에 올라서면 일본 최대 수심을 자랑하는 다자와호가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북위 40도에 걸쳐 있는 고장답게 일본 최고의 강설 지역을 자랑하는

곳으로 일년의 근 절반이 스키어들의 천국으로 변한다. 숱하게 눈이

쏟아져도 수은주가 좀처럼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 온종일 슬로프를 쏘다녀도 추위때문에 고생스럽진 않다.

 

또 하나의 덤은 한국 스키 관광객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가격의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 3개현의 90여개 스키장 중 대표적인 스키장 다섯 곳을 찾았다.

 


▶아키타현=아키타 공항에서 1시간30여분만 가면 일본에서 가장 깊은 호수(423m)인 다자와호를 배경으로 다자와호 스키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맑은 날에는 병풍처럼 펼쳐지는 다자와호의 파노라마를 바라보며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심하게 안개가 끼었을 경우엔 스키장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흔치 않은 경험도 가능하다. 초보자를 위한 넓은 슬로프가 인상적. 특별 이벤트로 설상차 체험을 준비했다.

 

인근에는 일본 젊은이들이 연인과 함께 찾고 싶은 최고의 온천으로 꼽은 뉴토(乳頭)온천 마을이 안온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와테현=다자와호 스키장에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시즈쿠이시 스키장은 지난 93년 알파인 스키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린 장소로 유명하다. 850m의 표고차에 다카쿠라산 위로 날개를 펼치듯 15개의 다양한 코스를 조성해 놓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중턱에 올라 한참을 즐기다 3곳에 이르는 베이스로 각각 이동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 답게 스노보드 파크도 잘 만들어진 편.

 

3현을 통틀어 최대 규모인 압비 리조트는 일본에서 최장 길이인 3494m의 곤돌라를 보유하고 있다. 21개의 슬로프 가운데 중급자 코스가 15개로 가장 많은 게 특징. 리조트 앞에 각기 다른 모양의 펜션촌 50동이 있으며, 스노모빌 체험 코스장도 마련돼 있다.

 


▶아오모리현=아오모리 공항에서 넉넉잡아 1시간30여분을 이동하면 이와키산에 펼쳐진 아지가사와 스키장을 만나게 된다. 모든 슬로프가 북사면에 위치해 있어 좀처럼 눈이 녹지 않으며, 슬로프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6인승 곤돌라로 단번에 921m의 산정까지 오를 수 있으며 초-중-고급자가 한 곳에서 출발할 수 있는 콜로라도형 슬로프 설계가 특징으로 꼽힌다. 주로 초-중급자용 슬로프로 구성돼 있어 특히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인근 고쇼가와라시의 다치네부타관에는 22m 높이의 웅장한 인형이 전시돼 있어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와니 온천 스키장은 온천마을과 인접해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20개의 다양한 코스를 가지고 있어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리기도 했다.

곤돌라를 타고 오른 정상부터 이어지는 파노라마처럼 옆으로 늘어선 슬로프에선 노르딕 스키 즐기기가 연상된다. 눈덮인 삼나무 숲에서 초보자도 홀로 내려올 수 있는 최장 6.5㎞의 라이딩은 '명품 스키' 그 자체.

 

◆ 여행메모

 

▶교통편=대한항공에서 인천~아오모리(수-금-일요일), 인천~아키타(월-목-토요일) 등 각각 주3회 운항하고 있다.

 

▶여행상품=리프트 요금(종일권 1만5000~3만원선)을 제외한 항공, 숙박, 조-석식, 교통비를 포함해 39만9000(2박3일)~59만9000원(3박4일)에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유명 여행사 10곳에서 연합 상품을 판매중이다.

▶문의=북도호쿠3현 서울사무소(02-771-6191,

www.beautifuljapan.or.kr)

 


◆요코소~ 한국 스키어

'요코소, 니혼에.'(일본에 어서오세요)

'잃어버린 10년'을 벗어나 경기가 호전되고 있지만 800여개의 일본 스키장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스키나 스노보드 인구가 정체돼 있다는 것.

 

젊은층을 중심으로 스노보드 인구가 유입되면서 겨울 레포츠 기반이 확대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경우 게임과 만화, 인터넷 등에 중독된 젊은층이 추운데 굳이 스키장을 찾으려 하지 않으면서 스키 인구 역시 급격한 노령화를 겪고 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 '구애 대상'이 바로 급증하는 한국의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이다. 3~4년전부터 시작된 이런 러브콜은 한류 열풍이 일본을 강타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스키장 내 한글 표기판과 한글 안내문, 한국인 직원 채용은 기본. 한국 담당이 되기 위해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며 한국 여행객들을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하는 일본인 직원들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눈에 띈다. 시즈쿠이시 스키장 리프트를 타고 오르다보면 드라마 '겨울 연가'의 테마곡인 '마이 메모리'와 가수 김종국의 '한 남자' 등을 들을 수 있을 정도.

 

지난달에는 여러 스키장이 연합해 한국 인터넷 스키-스노보드 동호회 회장들을 초청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다자와호 스키장에선 주중에 한해 동호인들에게 슬로프 하나를 통째로 빌려준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4인 이상만 방문하면 공항부터 스키장까지 무료 셔틀 버스를 운행하고, 종일 리프트권 역시 한국보다 저렴한데다 리프트를 기다릴 필요가 없이 4월 중순까지 텅빈 슬로프에서 '귀족 스키'를 즐길 수 있는 등 복잡한 국내 스키장을 떠나 찾을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되고 있다.

 

밀려드는 이용객에 도취돼 다소 고압적이고 불친절한 국내 스키장들이 분명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