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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와테현 앗피 스키장을 가다, 100% 질주쾌감

향기男 피스톨金 2006. 1. 26. 17:46

 

                100% 질주쾌감 -

 

    일본 이와테현 앗피 스키장을 가다

 

일본 이와테현의 앗피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는 동안 번잡함을 불평할 수 없다. 사면을 타고 내려오는 10분여 동안 드문드문 다른 스키어들을 스칠 뿐이다. 다른 사람이 방해가 돼 넘어졌다는 핑계도 댈 수가 없다. 주변에 진로를 방해하는 이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리프트를 기다리는 게 짜증나” “다른 사람과 부딪쳐 손목을 삐었어” 같은 말은 이곳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앗피 리조트는 산 하나에 스키장과 숙박시설이 통째로 들어서 있어 모든 휴가 시간을 ‘질주욕 충족’에 쓸 수 있다.

 

규모가 커 이용객이 몰려도 여유 있게 스키를 탈 수 있다. 이런 장점은 일본 여행의 단점인 높은 물가를 상쇄한다. 접근성도 좋다. 인천공항에서 센다이공항까지 2시간가량, 센다이공항에서 앗피 리조트까지 버스로 3시간, 도합 5시간이면 이국의 스키장에 당도할 수 있다.

 

오후 8시까지 개장하므로 짐 정리를 대충 마친 뒤 바로 스키를 타면 된다.

 

# 거대한 산 전체가 스키장

 

총 21개 코스에 18개 리프트가 있다. 최장 5.5km의 코스를 비롯해 3km짜리가 2개, 2km짜리는 7개나 된다. 코스는 대부분 직선으로 시원하게 뚫렸다. 이렇게 외양을 흘끗 보는 것만으로도 앗피 스키장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는 데 15분 남짓 걸릴 정도다. 워낙 광대하기 때문에 이용객이 아무리 많아도 리프트가 항상 콜택시처럼 대기하고 있다. 20∼30분간 리프트를 기다리다 겨우 3분 동안 코스를 타고 내려오는 ‘허무’를 곱씹지 않아도 된다.

 

매년 사람 키만큼 쌓이는 적설량은 앗피 스키장의 또 다른 강점이다. 산의 북쪽면에 형성된 스키장은 눈이 잘 녹지 않아 항상 최고의 설질을 유지한다.

 

자연설로 포장된 슬로프는 몇 번을 굴러도 아프지 않다. 인공설 사면에서 맛볼 수 없는 하강 느낌과 정지할 때 퍼지는 눈의 분말은 자연설 스키장의 황홀한 매력이다.

 

스키장이 설립된 마에모리산(1305m)은 하치만타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수려한 경관을 뽐낸다. 산 정상에도 경사가 완만한 코스가 있어 초급자도 절경을 굽어보며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자작나무와 흰 눈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아이스크림 위의 초콜릿처럼 감칠맛이 난다.

 

 

 

# 아프레 스키(Apres Ski:스키 뒤풀이)

 

2∼3일간 스키에 몰입하려면 낮 동안 누적된 피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다음날 팽팽히 당기는 장딴지를 원망하지 않고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낮은 기온과 과도한 운동량으로 잔뜩 긴장된 근육을 달래는 데는 온천만한 것이 없다.

 

앗피 리조트 안에는 온천이 언제나 끓고 있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뭉친 근육뿐 아니라 스트레스까지 기분 좋게 풀린다. 리조트 내 온천은 물론 마쓰가와 유황온천도 가까이에 있다. 마쓰가와 온천은 리조트에서 택시로 20∼30분 걸린다.

 

온천욕으로 피로를 푼 다음엔 영양을 보충할 차례다. 앗피 리조트에는 한국식 불고기(야키니쿠) 음식점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선 등심, 해산물 등을 숯불로 구워 제공한다.

 

그 밖에 뷔페와 일식 음식점도 있어 입맛에 따라 식당을 고를 수 있다. 또 인근 목장에서 가공한 신선한 우유와 아이스크림, 치즈케이크, 요구르트를 매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 스키, 보드만이 전부가 아니다

 

앗피 리조트에서는 ‘눈 위의 할리데이비슨’ 스노모빌을 탈 수 있다. 엄지손가락으로 스로틀(Throtle Valve)을 밀면 금세 시속 50km에 도달한다. 온몸을 흔드는 엔진의 진동을 느끼며 눈 속을 가르면 아드레날린 분비가 경기 중의 레이서 못지않다. 스노모빌 운전법을 배우는 것은 간단하다.

 

 ▲시동을 건다

▲전진할 때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스로틀을 누른다

▲정지할 땐 왼쪽 브레이크를 움켜쥔다. 그게 전부다.

 

단순히 트랙을 돌 수도 있고, 트랙과 나무가 우거진 숲을 횡단할 수도 있다. 단순 체험 티켓은 1250엔, 트랙 순회와 투어 티켓은 2100∼5000엔이다.

 

근처 모리오카 시내로 들어가 완코 소바를 먹어보는 것도 독특한 경험이다. 완코 소바는 ‘작은 그릇에 담긴 국수’로, 종업원이 한입에 들어갈 양만큼 계속 날라다 준다.

 

에도 시대 큰 잔치가 열릴 때 수많은 손님에게 양은 적지만 공평하게 국수를 대접하는 관습에서 유래했다. ‘완코 소바 많이 먹기 대회’가 열리기도 하는데 남자는 230그릇, 여자는 200그릇이 기록이다.

 

리조트 내에서는 ‘일루미네이션’ 조명축제가 열리고 있다. 빛으로 이뤄진 황금마차와 테디베어, 사슴이 있는 동화 세상은 밤에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산책로다.

 

# 여행정보

 

앗피 스키장은 12

월부터 5월 상순까지 개장하므로 국내 스키장이 폐장할 즈음 찾아도 좋다. 1월 10일부터 기술을 뽐내고 싶은 스노보더들을 위해 하프 파이프(Half pipe)를 마련했다.

 

교통편은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센다이 직항 항공편을 매일 2회 운항해 수시로 예약이 가능하다. 센다이공항에서 도호쿠고속도로를 경유하여 하치만타이 나들목으로 들어오면 된다.

 

숙박시설은 그랜드 호텔 본관·타워, 그랜드 아넥스, 그랜드 빌라 등 가격대별로 구분돼 있고, 수용인원도 2∼5명으로 다양하다. 전자제품을 가지고 가려면 일본 내 전압이 110V라는 것을 염두에 두자.

 

여행사 에어프랑스는 앗피 리조트 상품을 판매한다. 그랜드 빌라 4인1실 기준으로 2박3일 상품은 주중 50만9000원·주말 57만9000원이고, 3박4일 상품은 주중 59만9000원·주말 64만9000원이다. 조식·석식과 셔틀버스 이용료,

 

온천 프리패스가 포함되지만 점심, 리프트권, 스키 대여료는 별도로 내야 한다. 1588-0074

 

이와테(일본)=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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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0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