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SKI)이야기들/일 본 스키(ski)

이와테현 앗피고원 스키장 오롯이 남은 순백…무르익는 열도의 겨울

향기男 피스톨金 2006. 1. 26. 17:56

 

          日 이와테현 앗피고원 스키장

 

               오롯이 남은 순백…

 

             무르익는 열도의 겨울

 

설국에 또 눈이 내린다.

눈보다 하얀 백화나무에 핀 눈꽃이 서둘러 낙화하고,설국의 시골 정거장에서 잠시 거친 호흡을 고른 기차는 꼬리에 하얀 눈보라를 달고 설경 속으로 빨려든다.

 

일본 혼슈 동북 지방의 이와테(岩手)현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이 무색할 정도로 눈이 많은 고장이다. 하늘과 땅이 구분 안 될 정도로 온통 설원인 이와테현에는 크고 작은 스키장들도 많다.

 

그 중에서도 이와테현을 대표하는 스키장은 도와다 하치만다이 국립공원에 자리잡은 앗피(安比)고원 스키장.

 

앗피고원 스키장의 매력은 숙소인 앗피고겐리조트에서 바로 스키장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동선에 있다. 리조트 현관에서 스키로 갈아 신고 나서면 곧장 슬로프와 연결되고 곤돌라를 20분 정도 타면 구름 속에 숨은 정상이다. ‘스키 인,스키 아웃(ski-in ski-out)’ 시스템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앗피에서는 길게 줄을 서서 리프트나 곤돌라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오랜 불황으로 일본의 스키 인구가 준 탓도 있지만 18개의 곤돌라와 리프트가 스키어들을 재빠르게 정상으로 실어 나르기 때문이다.

 

곤돌라를 타고 마에모리 산(1305m) 정상에 오르면 원뿔형의 휴화산인 이와테 산(2038m)과 니시모리 산(1328m)을 비롯한 설산들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발아래 펼쳐진다. 세상을 덮어 버릴 듯 끊임없이 내리는 눈과 겨울나무들이 그리는 흑백의 명암은 솜씨 좋은 화가도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한 폭의 수묵화.

 

정상에서 세 개의 베이스를 향해 방사상으로 펼쳐진 고도차 828m의 슬로프(총길이 46.8㎞)는 대부분 급경사의 직선이다. 슬로프는 하산하면서 거미줄처럼 가지를 쳐 모두 21개의 다채로운 코스를 만든다.

 

상급자용인 하야부사 코스는 마치 활주로처럼 곧게 뻗어내려 바라보는 것 만으르도 오금을 저리게 한다. 이곳에서는 스키를 타는 것이 아니라 날개 없이 날아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형형색색의 스키어와 보더들이 눈보라를 흩날리며 질주하더니 순식간에 산 아래로 사라진다.

 

‘활주로 코스’로 이름난 마에모리 산이지만 초보자의 접근을 거부할 만큼 야박하지는 않다. 정상과 센트럴 베이스를 잇는 5.5㎞의 야마바토 코스는 경사가 완만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스키를 탈 수 있다. 자작나무와 삼나무가 슬로프 주위를 뒤덮은 야마바토 코스는 스키와 함께 떠나는 환성적인 겨울여행 코스.

 

북위 40도에 위치한 앗피고원의 적설량은 평균 2m. 11월부터 눈이 쌓이기 때문에 이듬해 5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눈도 습기가 적은 건설(乾雪)이라 양탄자를 밟듯 뽀송뽀송하다. 여기에 춥지 않은데다 거의 매일 눈이 내려 설질도 좋다.

 

앗피에는 스키장 외에도 눈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스노모빌이 가장 흥미롭다. 사륜오토바이를 닮은 스노모빌을 타고 시속 50㎞로 설원을 질주하는 재미가 짜릿하다.

 

앗피고겐리조트에는 밤마다 ‘일루미네이션’ 축제가 열린다. 형형색색의 조명터널을 통과하면 꼬마전구로 만든 황금마차와 테디베어,이글루 등이 동화속의 세상을 방불케 한다.

 

눈보다 하얀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실내온천과 노천탕은 얼어붙은 몸의 피로를 풀기에 그만이다.

 

 

■ 먹거리…모리오카 냉면

 

함경도 출신의 재일교포가 고향의 맛을 잊지 못해 개발했다는 모리오카 냉면은 이와테현의 대표 음식. 전분에 밀가루를 섞어 만든 쫄면을 쇠고기 육수에 말아 김치와 함께 먹는다.

 

새콤하고 매콤한 맛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현재 그의 아들이 모리오카 시내에서 쇼쿠도우엔(食道園)이란 이름의 냉면집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모리오카 냉면을 일본 전역에 전파한 사람은 변용웅(56)씨. 도쿄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던 그는 18년 전 고향인 모리오카로 귀향해 '변변카이'라는 이름의 냉면집을 냈다. 모리에카에 여섯 개의 체인점을 운영하는 그는 냉면 공장도 설립해 한해 150만개의 즉석식 냉면을 생산하고 있다.

 

'귀여운 그릇에 담긴 메밀국수'라는 뜻의 완코 소바도 모리오카의 인기 음식. 한 입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은 분량의 메밀국수를 종업원들이 계속 날라다 준다. 매년 완코 소바 많이 먹

 

기 대회도 열리는데 최소 250 그릇 이상은 먹어야 우승권에 들어간다.

 

 

■ 볼거리…우루시 미술관

 

모리오카의 이와야마 우루시 미술관은 옻칠공예를 현대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은 한국인 전용복(53)씨를 위해 이와테현이 마련한 전시공간이다.

최근 '나는 조선의 옻칠쟁이다'라는 자서전을 펴내 화제를 모은 전용복씨. 그는 지난해 11월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장인 누리마루에 옻칠공예 작품을 전시해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물이다.

 

전용복씨는 20년 전 도쿄의 최대 연회장인 메구로가조엔(영빈관)을 리모델링 때 그곳에 전시됐던 1920년대의 옻칠 작품을 복원하고 재창작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티스트. 모리오카의 미술관에는 나전칠기 기법을 이용해 3년 동안 제작한 '암수(岩手)의 혼'이라는 세계 최대 옻칠공예 작품이 눈길을 끈다. 길이 18m로 12억원이 넘는 대작.

 

고구려 벽화의 색상을 옻칠로 구현한 전씨가 20년 동안 제작한 작품은 모두 1만점으로 일본인 제자만 2400명이 넘는다. 작품가는 호당 30만엔(약 260만원).

 

■ 여행메모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에서 센다이까지 매일 운항한다. 센다이 공항에서 앗피리조트까지는 자동차로 3시간. 센다이에서 일본철도(JR)를 타고 모리오카 역에 내린 뒤 앗피스키장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앗피스키장은 호텔(304실),콘도형 빌라(428실) 등 1000여개의 객실과 골프장,온천 등을 갖춘 대형 리조트,

 

스키 전문 여행사인 씨에프랑스(1588-0074)는 앗피리조트와 제휴해 저렴하게 스키장을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2박3일 상품은 53만9000∼76만9000원,3박4일 상품은 59만9000∼92만9000원. 왕복항공료와 리조트 숙박,아침·저녁 식사,셔틀버스 이용권,온천 이용권이 포함된 가격으로 숙소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

 

씨에프랑스를 통해 리프트권을 예약할 경우 2박3일 6700엔(야간스키 2회 및 주간 8시간 1회 포함),3박4일 9500엔(야간스키 3회 및 주간 8시간 2회 포함).

 

이와테현(일본)=글·사진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

국민일보 200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