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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만복 가득한 만복대에서 하늘을 밟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1. 31. 14:00

 

                      지리산,

 

    만복 가득한 만복대에서 하늘을 밟다

 
▲ 지리산 만복대에서 바라본 능선들입니다. 저 안개 아래에 섬진강이 도도히 흐르고 있을 것입니다.
ⓒ2006 서종규
지리산 만복대에서 2006년 새해엔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했습니다. 독일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우리나라 되길, 공명정대한 지방자치 선거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한 단계 향상 시키길, 우리 농민들의 아픔이 씻어지는 농정 되길,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는 교육의 공공성이 확보되길, 그리고 오마이뉴스 독자님과 모든 분께 만복이 깃들길.

우리가 찾은 지리산 만복대 날씨는 청명했습니다. 지리산 만복대는 성삼재에서 노고단 쪽의 반대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또 하나의 지리산 줄기입니다. 보통 태극 종주를 하는 사람들이 찾는 능선으로 성삼재에서 정령치의 중간에 있는 높은 봉우리지요. 지리산 온천지구의 뒤에 보이는 높은 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복이 깃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복대라고 이름했나 봅니다.

우리들은 항상 맑은 날씨이기를 바라면서 산에 오르지요. 맑은 날 산에 오르면 멀리까지 다 내다 볼 수 있으니까요. 굽이굽이 물결치는 능선과 능선, 능선 사이에 깃들어 있는 안개, 꿈의 세계에 올라와 있는 느낌을 간직하면서 다시 산을 꿈꿉니다.

▲ 만복대에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의 모습입니다.
ⓒ2006 서종규
1월 21일(토)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팀 14명이 오전 8시 광주에서 출발하여 구례로 향했습니다. 지리산을 시외버스로 가려면 구례까지 가서 갈아타고 성삼재까지 올라야 하는데, 우리 일행은 승용차로 이동하기로 했답니다.

오전 9:30 구례 산동에 있는 당동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성삼재 옆에 있는 당동고개를 거쳐 만복대에 오르는 코스입니다. 약 8.7km 정도의 길이지요. 지리산 온천지구인 산동이나 당동마을엔 산수유가 유명한 곳입니다. 아직도 산수유나무에는 지난 가을에 익었지만 수확하지 않은 산수유 열매들이 많이 붙어 있었습니다.

▲ 만복대에 오르는 계곡엔 얼음이 다 녹아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렸습니다.
ⓒ2006 서종규
겨울 산행에서는 눈꽃이나 얼음이 주는 장관을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당동마을에서 당동고개 오르는 길은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런지 눈이 거의 다 녹아 있었답니다. 계곡엔 맑은 물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지요. 봄이 오는 소리가 시원하게 우리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었답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버드나무에 버들개지가 조금씩 눈을 뜨고 있었고, 겨울에 개울을 덮었던 얼음도 다 녹아 언 산을 깨우는 봄의 소리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고로쇠를 채취하려고 긴 고무관을 연결하고 있었어요.

▲ 아직은 미약하지만 계곡의 얼음이 녹자 버들개지들이 기지개를 켜며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2006 서종규
산은 항상 많은 땀과 힘을 쏟아야만 오를 수 있는 것이지요. 더구나 당동고개까지는 상당히 가팔랐답니다. 오르는 속도가 많이 더뎠습니다. 오르면서 자주 쉬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눈이 녹아 있었답니다. 봄의 기운이 온몸에 깃드는 것 같았어요. 만복대에서 만복이 깃들 것 같은 예감.

오전 11:00 당동고개에 도착했지요. 고개는 성삼재와 만복대로 갈라지는 길이었어요. 성삼재로 가려면 300m만 내려가면 되었는데, 우리는 만복대를 향하여 출발했어요. 이 능선에서 그 큰 지리산 줄기를 마음껏 바라보면서 산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만복대에 오르는 길입니다.
ⓒ2006 서종규
낮 12:00 작은고리봉(1248m)에 올랐어요. 작은 고리봉에서 바라본 지리산의 줄기는 너무 거대했습니다. 그 당당한 줄기, 끝없이 이어져 내려가는 능선과 능선, 그 능선 사이에 지리산 기운처럼 차 있는 안개, 봉우리 위에 펼쳐진 파란 하늘, 늘 가슴에 간직하면 꿈꾸는 지리산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어요.

노고단 오른쪽으로 섬진강으로 짐작되는 계곡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구례의 모습 뒤로 펼쳐진 능선들이 포개져 끝까지 늘어서 있었습니다. 능선과 능선 사이에는 구름이 포근히 감싸고 있어서 환상의 세계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섬진강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 구름 아래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겠지요.

▲ 만복대에 발을 딛는 순간 하늘을 밟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2006 서종규
오후 1:00 묘령치라는 재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산에서 먹는 점심의 맛은 무엇으로 비교할 수가 있겠어요. 특히 일행 중 이 선생님은 지난주에 담은 2리터 정도의 김치 한 통을 배낭에서 내놓았어요. 여성으로서 지리산을 오르면서 김치 한 통을 짊어지고 오를 생각을 한 것이 대단했습니다.

그 김치가 가장 인기였습니다. 금방 동이 났지요. 컵라면도 인기였어요. 보온병에 담아온 물이 좀 약하기는 하지만 뜨거운 국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지요. 열네 명이 빙 둘러앉아서 먹은 점심에 흥이 겨워 류 선생은 구성지게 노래 한 곡을 뽑았답니다.

▲ 만복이 가득한 지리산 만복대의 모습입니다.
ⓒ2006 서종규
오후 2:30 만복대(1438m)에 올랐어요. 오르는 길에서 본 만복대는 포근했습니다. 만복대 위에 펼쳐진 파란 하늘이 우리를 맞고 있었어요. 군데군데 자란 조리대의 푸름도 우리의 무거운 발걸음을 거들어 주었구요. 만복대 근처에 날아다니던 까마귀 울음도 싱그럽게 들렸답니다.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 산이지만 그 기쁨은 설렘으로 가득 채워지지요. 만복대는 노고단에서 멀리 천왕봉까지 모든 줄기가 환하게 보였답니다. 사실 지리산은 늘 구름에 싸여 있어서 온전한 모습으로 지리산을 바라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환한 지리산의 모습을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만복이 깃든 것이지요.

▲ 저기 시암재 너머 능선과 능선, 안개의 포근함이 우리를 감싸줍니다.
ⓒ2006 서종규
만복대에서 바라본 지리산, 성삼재와 노고단, 그리고 반야봉과 천왕봉의 거대한 지리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 왔어요. 성삼재에는 겨우내 얼었던 길이 트여 차들이 올라와 있었지요. 성삼재에서 노고단에 오르는 길도 훤하게 보였어요. 그리고 그 옆에 반야봉이 있었어요. 어린아이 엉덩이와 같은 두 봉우리가 정답게 다가왔지요.

보통 지리산을 어머니의 산이라고 합니다. 노고단(1507m)을 한자로 '老姑壇'이라고 쓰지요. '姑'자가 시어머니 '고'자거든요. 시어머니처럼 늘 포근하게 안아주는 산, 어머니처럼 포근한 산, 그러면서도 거대한 능선이 수없이 뻗어 내려가고, 또 뻗어 내려가는 산, 만복대에 서니 이 지리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 왔습니다.

▲ 만복대에서는 지리산의 줄기가 다 보입니다. 저기는 노고단입니다.
ⓒ2006 서종규
'한국인의 기상 여기에서 발원하다'라고 쓰인 천왕봉(1915m) 표싯돌은 늘 우리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다 줍니다. 지리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천왕봉을 늘 그리워하는 이유이겠지요. 전남, 전북, 경남의 3개 도를 아우르는 지리산의 넓은 품이 발원하여 한국의 기상으로 뻗어 가는 지리산의 모습이 이 만복대에 서니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만복대 아래 계곡은 반달곰이 서식한다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답니다. 거대한 지리산의 줄기와 그 위 눈부시게 투명한 하늘,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구름, 멀리 섬진강을 끼고 넘는 능선과 능선, 그 사이의 안개 등 눈이 시리게 바라만 보고 싶은 만복대에서 우리는 다시 아래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 만복대에 오르자 지리산 줄기 위에 펼쳐진 구름은 우주로 통하고 있습니다.
ⓒ2006 서종규
[오마이뉴스 2006-01-31 10:07]    
[오마이뉴스 서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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