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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갓바위 부처님과 신비의 소나무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6. 14:03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과 신비의 소나무

 

별을 그린다
 

나 아직 별을 빛으로 보지 못하니 오직 그리움으로 별을 그린다 천상의 나라여, 그리움으로도 보지 못하는 길이 있다면 슬픔으로나 가 닿을 일이다 그 맑은 하늘빛 눈물과 눈물처럼 투명한 별빛 하늘로 작은 계단 슬쩍 그려 넣으면 이내 시린 겨울이 오고 있구나 쓸쓸히 유성 하나 지고 있구나

- 보현산천문대 -

 

On road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 - 팔공산|갓바위 부처님 / 동화사/ 파계사 - 79번지방도 - 가산산성 - 군위삼존석굴|제2석굴암 - 한밤마을|진동단 / 대청 / 돌담 - 28번국도 - 908번지방도 - 인각사|‘삼국유사’의 산실 - 신비의 소나무 - 35번국도 - 보현산천

문대|별빛마을(www.starvillage.co.kr)

 

팔공산의 약사신앙

 

겨울이 오면 갓바위 부처님은 부산하다. 속리는 멀고도 가깝건만 사람의 기구는 너무도 기구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합격턱이 후하다는 갓바위 부처님 덕에 나는 수험생 부모의 엉덩이만 바라보며 팔공산을 올랐다.

 

산봉우리에는 자식의 이름을 외는 소리로 끝없이 수런거리지만 부처님은 그저 말없이 지긋하게 눈을 감고 계시다.

 

팔공산은 우리나라 약사신앙의 1번지다. 흔히 갓바위 부처님이라고 하는 관봉석조여래좌상은 그중 산 1번지다.

 

그 아래 동봉으로, 비로봉으로, 삼성암터로, 불국사로, 기어이 동화사에 이르기까지 ‘두려움을 없애주고 원하는 바를 들어 준다’는 약사여래는 오롯이 만산을 이룬다.

 

뿐만 아니라 팔공산의 약사신앙은 너무도 위풍당당하다. 산 길목에 들어서 있는 공덕비의 시주기에 가득한 진골·성골들의 이름을 보라.

그리고 마침내 TK불교의 위세는 동화사의 거대한 통일대불로 꽃을 피운다.

 

그 영험성을 의심하는 바는 아니지만 관봉까지 오를 다리 힘이 없거나 인파에 치이기 십상인 불쌍한 중생들을 위해 속인의 정보 하나를 귀띔한다. 인각사에서 보현사로 가는

길목인 군위군 고로면 학암리

 속칭 성황골에 ‘신비의 소나무’가 서 있다.

 

수령 500년의 이 영특한 소나무는 몸이 아프거나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아기를 낳지 못하는 아녀자 등이 제 몸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신기하게도 그 소원을 성취해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마을에는 그 덕에 사법고시와 기술고시에 거뜬하게 합격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인간사 꿈결인 줄

 

성황골 소나무가 그러하듯 그 오랜 내력이나 가치에도 인각사는 덧없이 쓸쓸하다. 팔공산의 동쪽자락을 타고 달리다가 군위 쪽으로 길을 바꾸면 미처 핸들을 꺾을 사이도 없이 인각사 입구가 나타난다.

 

마치 시골 버스정류소처럼 길가에 나앉은 듯한 인각사는 일견 황망하기까지 하다. 인각사가 어떤 절인가. 보각국사 일연이 ‘삼국유사’를 집필하며 만년을 보냈던 곳이다.

 

‘삼국유사’는 또 어떤 책인가. ‘삼국유사’가 있어 우리의 역사는 비로소 문학이 되었다. 역사적 기록의 가치는 차치하고라도 상상력이 없는 역사는 얼마나 괴이한가.

 

일연 스님이 늙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왕의 만류도 뿌리치고 내려와 머물렀다는 인각사가 이 꼴이 된 것은 일제의 소행이 그 첫째 원인이었다. 임진왜란 때 보각국존비를 부수고 대웅전에 불을 지른 것으로도 모자라 일제 때는 신작로를 낸다는 구실로 절터를 동강내고 말았다.

 

비록 나라는 되찾았지만 지금 우리가 인각사를 대하는 태도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얼마 전에는 인근에 댐을 세워 이곳을 수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사람들을 놀래켰다.

 

즐겁던 한시절 자취없이 가버리고 / 시름에 묻힌 몸이 덧없이 늙었에라 한끼밥 짓는 동안 더 기다려 무엇하리 / 인간사 꿈결인줄 내 이제 알았노라

 

절 입구의 일연 시비를 마주하기 민망해진 나는 해가 지기 전인데도 보현의 별빛을 보러 간다는 핑계로 슬쩍 절을 빠져나와 보현산천문대로 향했다.

 

글·사진/유성문<여행작가> rotack@lycos.co.kr

 

***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