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스위스 베른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7월부터 서울 대학로 국립서울과학관에서 ‘아인슈타인 특별전’이 열리자 한국의 학생들이 꾸역꾸역 몰리고 있는 것. 왜 왔느냐고 물으면 “아인슈타인을 만나러 왔다”고 한다.
어느새 베른이 아인슈타인을 만날 수 있는 전설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베른은 인구 12만의 한적하고 아담한 도시다. 1798년 프랑스에 주권을 빼앗겼으나, 나폴레옹 몰락 후 1848년 스위스의
정식 수도가 됐다.
베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은 1주일 동안 무려 수백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탄생한 베른으로 떠나보자.
“나는 지금까지 많은 도시를 방문했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도시는 본 적이 없다.” 베른을 유난히 사랑했던 괴테는 중세 분위기를 간직한 베른 거리를 특히 좋아했다.
베른이 오늘날 모습을 갖게 된 데는 입지 조건의 영향이 컸다. 동ㆍ남ㆍ북의 3방향이 아르강에 둘러싸여 발전할 수 있는 곳은 서쪽뿐이다.
이곳에는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넓은 광장은 없다. 그것은 토지가 한정돼 있기 때문인데, 그 대신 폭넓은 도로가 있다.
오래된 몇몇 탑, 몇 킬로미터씩 이어진 석조 아케이드, 꽃으로 둘러싸인 분수가 흩어져 있는 옛 시가지는 괴테가 사랑한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런 베른에서 아인슈타인은 1903년부터 1905년까지 3년 동안 살았다. 그가 살던 집은 현재 아인슈타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그토록 아끼던 문서의 사본, 그리고 그의 과학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가 소장돼 있다. 때문에 1년 내내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다.
스위스의 수도답게 베른은 오래되고 고풍스러운 건물이 즐비하다. 역사가 묻어나는 탑, 독특한 분수까지 있어 유럽에서도 중세시대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랜 시간에도 불구하고 도시 전체의 외관이 변하지 않은 이유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 도시는 다른 나라의 수도와 달리 아담함이 느껴진다는 것.
도시로 치면 우리나라 안동의 하회마을처럼 강이 한 굽이 크게 휘감아 도는 모양으로 형성돼 있어 독특한 풍광을 자랑하고 있는 것도 베른의 숨은 매력 중 하나로 손꼽힌다.
주민의 대다수는 프로테스탄트로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오래된 전기기관차가 지나다니는 고전적인 도시의 모습은 차라
리 수도라기보다는 조용한 중세 시골마을을 연상시켜 더 이국적이다.
그래서 한국 배낭여행객의 단골 코스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베른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서는 구 시가로 가봐야 한다.
이곳에는 시청사와 더불어 연방의사당, 정부청사, 대성당, 미술관 등과 함께 국제철도교통사무국, 만국우편연합 등의 본부가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방인은 이곳이 스위스의 수도였음을 알게 되고, 국제활동을 했던 무대임을 짐작하기도 한다.
또 하나 베른 관광은 ‘슈피탈 가쎄’부터 시작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사람도 있다.
기차역 안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자전거를 타고 도시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한 방법이라는 것.
이는 버스와 트램이 다니지만 걸어서도 얼마든 관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인데, 시의 남부 아래 강의 오른쪽에는 유명한 자연사박물관과 함께 스위스 통신박물관, 스위스 산악박물관, 베른 역사박물관 등 각종 박물관이 모여 있어 잠깐 시간을 내면 돌아볼 수 있다.
베른의 진면목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광장 끝 연방의회에서 출발하는 가이드 투어에 참가하는 것도 좋다.
베른을 잘 드러내는 슈피탈 거리의 아케이드와 16세기에 만들어진 11개의 분수 탑, 슈피탈 거리 끝의 마르크트 거리와의 경계에 있는 감옥탑을 만날 수 있는데, 이쯤 되면 대략 베른시내를 다 돌아본 셈이나 다름없다.
이곳은 휴일이 되면 왁자지껄한 벼룩시장이 열리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시청사와 성당 건물까지 점령한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때 다수의 관광객은 이곳에서 기념품과 함께 필요한 물건을 사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던 스위스 특유의 아기자기한 면을 살펴볼 수 있다.
롤렉스와 오메가 등으로 유명한 베른의 명소는 바로 프리즌 타워다. 베른지역의 두 번째 타워다. 1256년부터 1344년까지 세워졌다.
1641년부터 1897년까지는 감옥으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항상 젊은이들의 이벤트나 포럼장소로 이용이 되고 있는데, 99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지만 기자(manj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