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몇 차례 가봤다. 오사카, 나고야, 야마가타, 니가타…, 물론 도쿄도 서너 번. 요코하마(橫浜)는 가본 적 없다. 가기로 했다.
그래 놓고 조금 후회했다. 요코하마나 도쿄나 지척이고, 그게 그걸 텐데…. 똑 부러지게 볼 게 있을까. ‘일본의 인천’, 뭐 그 정도 아닐까. 일단 확실한 위안거리가 두 가지 있다.
먼저 김포~하네다(羽田) 직항. 대한항공·아시아나·JAL·ANA 등 한·일 4개사가 하루 1차례씩 왕복하다가 근래 2차례씩 왕복으로 늘렸다. 매일 총 8편. 그래서 자리가 남는단다.
인천~나리타(成田) 이용은 솔직히 멀고 피곤하다. 김포~하네다는
‘문전(門前)택배’나 다름없다. 해상 공항 하네다에서 도쿄·요코하마 모두 30분 거리. 대개의 해외여행이 가고오는 데만 이틀을 허비하는 데
비하면, 적어도 하루는 남는다.
게다가 요즘 일본은 비자없이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올해 아이치박람회를 계기로 시행된 한시적 무비자 조치가 계속 연장되고 있다. 과거 일본 여행은 비자 때문에 자존심 상하고 성가셨다. 국세(國勢)로 보나, 민도(民度)로 보나 이게 정상이다.
‘미나토 미라이 21’. 요코하마 관광의 핵심이다. 우리말로 ‘21세기 미래의 항구’란 뜻. 앞바다를 메워 만든, 버블시대의 재력이 남긴 별천지 신도시다.
해상투어 헬리콥터를 타고 요코하마 앞바다를 한 바퀴 돈다. ‘군대 끈’이 짧아 헬기는 처음이다. 국제여객선터미널, 놀이공원 코스모월드, 반달 모양의 호텔 인터컨 등이 시선을 묶는다. 그
뒤로 옛 시가지가 부채처럼 지평선으로 펼쳐지고, 산은 없다. 밑에는 베이브릿지(Bay Bridge). 요코하마만(灣)을 가로질러, 초대형 선박도 지나가게끔 길고 높게 만들었다. 아름답다. 난 교량이 좋다.
그런데 이름이 그냥 ‘베이브릿지’라니…. 일본인답잖게 무신경한 작명(作名). 그냥 ‘영어’니까 좋았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빨간벽돌로 만든 3층짜리 긴 건물 두 채가 눈에 띈다. 아카렝가창고. 부둣가 창고였다는데, 내부를 수리해 쇼핑몰로 쓴다. 명물이다. 옷가지·가방·장신구·인형 등 100여개 점포가 촘촘한데,
종업원이 인사는 해도 귀찮게 굴진 않는다. 저녁에는 최근 문을 열었다는 ‘만요(万葉)구락부’로 간다. 온천·찜질방·안마·미용·식당·숙박 등 휴식에 관한 모든 것을 집합시킨 큰 건물. ‘퇴폐’만 없다.
온천수는 저 남쪽 아타미(熱海)온천에서 탱크로리로 실어온다. 그래선지 탕(湯)은 작은 편이다. 8층 옥상에는 포석정처럼 좁은 골을 길게 파놓았고, 여기에 온천수를 흘린다. 짙어가는 항구의 야경을 배경에 깔고 가운 차림의 연인·가족이 발을 담근 채 담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