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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여유에서 나온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9. 11:52

 

 

         아이디어는 여유에서 나온다

요즘 기업들의 화두는 '혁신(Innovation)'이다. 혁신이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무언가 새롭고 좋은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뜻한다.

 

혁신이나 창조는 업무에 매달려 바쁠 때보다 한가하고 여유로울 때 나오는 경 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 앞서가는 선진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업무 외에 '창조 적 시간(Creativity time)'을 따로 주거나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제공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3M과 구글, 지넨테크 등이다.

 

먼저 가장 최근에 알려진 지넨테크 사례를 보자.

지넨테크(Genentech)라는 생명공학 회사는 포천이 최근 발표한 '2006년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퀄컴(23위), 골드만삭스(26위), 스타벅스(29위), 마이크로소프트(42위), 인텔(97위) 등 기라성 같은 기업들을 모두 물리쳤다.

 

지넨테크는 어떤 회사일까. 이 회사의 직원수는 지난 1월 현재 9000명이고 지 난해 연간 매출은 66억달러다.

 

기업 규모로는 미국에서 중소기업에 속한다. 그 러나 이 회사 매출은 지난 4년간 3배나 급증했다. 주식가격은 주당 95달러로 지난 1년간 100% 이상 상승했다.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실질가치를 나타내는 이 회사 시가총액은 1020억달러를 호 가한다. 미국의 대표적 제약업체인 머크나 릴리의 시가총액을 넘어선다. 미국 전체 기업을 포함해도 20위 안에 든다.

 

지넨테크 성공의 비밀은 무엇일까. 직원들에게 다른 기업보다 많은 돈을 주기 때문일까. 그러나 이 회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7000만원에도 못 미친다. 평 균 연봉 1위인 러셀인베스트먼트(57만4373달러)에 비하면 8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직원들의 만족도는 최고다.

포천은 지넨테크의 성공 비밀이 기업문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 국 제공항 북쪽에 위치한 본사는 회사라기보다는 마치 대학캠퍼스 같다. 캠퍼스처 럼 넓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회사 내에선 카푸치노 커피 등 음료수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점심 땐 취향에 따라 생선초밥이나 스파게티도 무료로 먹는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에는 맥주파 티가 열린다.

 

이는 1970년대 창업 이래 내려오는 전통이다. 당시 대학을 갓 졸 업한 몇몇 젊은 과학자들이 입사해 즐기던 것이 이젠 전 회사 차원의 문화가 됐다.

 

또 이 회사 직원들은 오래 전부터 정장을 입지 않는다. 회사 주차장은 직급에 따라 할당되어 있지도 않고, 임원을 위한 특별 식당도 없다.

지넨테크의 이 같은 '노는 문화'는 그러나 그저 '놀고 먹기 위함'이 아니다.

 

핵심은 직원들의 창의성을 고양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넨 테크가 채택한 가장 중요한 정책이 직원들에게 '창조적 시간(C-time)'을 부여 하는 것이다.

 

연중 근무시간의 20%는 평소 업무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프 로젝트를 하도록 권장한다.

 

또 지넨테크는 최고의 인재를 뽑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나 단지 인재를 뽑는 데만 그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 일환이 바로 직원들에게 'C-타임'을 주는 것. 그래서 재충전이 필요한 직원들에게는 안식년도 충분히 제공한다.

 

이 회사 아트 레빈슨 최고경영자(CEO)는 "전혀 관료적이지 않은 자유스러운 지 넨테크 기업 분위기가 높은 창의성과 생산성을 낳는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C-타임의 원조는 스카치테이프와 포스트잇(Post it)으로 유명한 3M이다. 스카 치테이프, 포스트잇은 전 세계적으로 안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들 제품은 창의성을 적극 권장하는 3M의 기업문화에서 탄생했다.

3M은 세계적인 아이디어 기업이다.

 

이 회사가 아이디어 기업으로 불리는 이유 는 기업 풍토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3M은 근무시간의 15%는 개인 아이디어에 쓰라는 '15% 룰'로 유명하다.

 

이 회사 기술연구원들이 연구 시간의 15%를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와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연구 프로젝트나 작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자 신이 원하는 일을 할 때 아이디어가 나오고 일의 효율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연구직 종사자들의 특성을 감안해 도입한 제도다.

'15% 룰'에 따라 연구원들은 근무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연구할 수 있다.

 

또한 그 연구가 실패하더라도 회사측에서 아무런 책임이나 이유를 묻지 않는다.

 

따라서 연구개발자들이나 기술자들은 이 규칙을 활용해 자유롭게 흥미 있는 연 구에 도전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유로운 휴식이나 여유 있는 제도 속에서 새로 운 아이디어가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3M은 또 최근 3년 내 개발한 제품으로 매출의 30%를 올린다는 '30% 원칙', 상 사가 모르는 비밀프로젝트를 권장하는 '밀주제조' 제도, 아이디어가 나오면 각 부서가 모여 그것만을 위해 조직을 따로 만드는 '제품챔피언' 제도 등 다른 기 업보다 창의성 실현을 위한 조직문화가 잘 마련돼 있다.

 

이 같은 시스템 덕분에 3M은 오늘날 하루 평균 1.4개의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 다. 제품수로 치면 1만3000여 종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것. 기업 문화는 이처럼 구성원의 창의력을 개발해 생산력 향상과 기술혁신을 몰고 오는 엄청난 역할을 한다.

 

'C-타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또 다른 기업은 구글(Google)이다. 98년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생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설립한 이 회사는 2004년 8월 나스닥에 상장됐다.

 

그러나 구글은 상장 2년도 채 안되는 사이에 마이크로 소프트(MS)를 위협할 정도로 막강한 기업이 됐다.

 

구글은 지난해 후반 미국 기업 사상 최단 시일에 시가총액 1000억달러를 돌파 했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약 1180억달러(1월 20일 기준)로 IT기업 중 MS, 인 텔, IBM 다음이다.

 

구글은 IT회사지만 IT 전문가만 채용하지 않는다. 세상이 워낙 빨리 변해 '전 문가'라는 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새로운 업무를 빨리 배우고,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재를 뽑는다.

 

신경외과 의사를 영입해 네트워크 운영을 맡기거나 자동차 경주 선수, 발레리 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인재를 채용한 다음에는 자유로운 발상과 창의력을 유지하도록 근무 시간의 20 %는 담당 업무가 아닌 개인 프로젝트를 할 것을 권유한다. 지넨테크와 같은 '2 0% C-타임제'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그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회사를 키우는 종합비타민, C타임'을 통해 당초의 창조적 벤처 정신을 계속 유지해 가겠다는 의도다.

 

[오화석 기자]

 

 

 

매일경제 2006-02-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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