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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영혁신의 시작과 끝은 고객

향기男 피스톨金 2006. 3. 5. 10:33

 

     모든 경영혁신의 시작과 끝은 고객

 

 

[이코노믹리뷰 2006-03-04 10:00]

| 경영혁신 |
 

#올해 초 영국 공영방송 BBC는 영국의 파워리더(Most Powerful Man in UK)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위는 호세 마누엘 바로소 EU 집행위원장, 2위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었고 3위, 4위는 국회, 국민의 순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2년 연속 10위 안에 들어간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Tesco)의 CEO인 테리 리히경(Sir. Terry Leahy)이다.

 

올해 6위에 오른 그에 대해 영국인들은 토니 블레어(7위)·구글(8위)보다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테스코는 1월 15일 기준 영국 소매유통업계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30.6%) 업체다.

 

그는 1979년 대학 졸업 후 인턴으로 테스코에 합류한 이후 1997년 테스코 CEO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재임 8년 동안 수익을 두 배로 높였고 고객 수에서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2002년 기사 작위(Knight)를 받았고 수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연봉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주택가에서 스스로 운전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테스코에 쇼핑하러 가더라도 직원들조차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1919년 영국 런던 동쪽 변두리의 동네 슈퍼마켓에서 시작한 테스코는 지금 세계 3위, 영국 1위 유통그룹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 13개국에 진출했고 그 중 6곳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식품류에 치중하던 테스코는 더 이상 음식만을 팔지 않는다. 의류·제약·전자제품·책·음악·전화·금융에서 법률서비스까지. 이 모든 서비스는 온라인에서도 동일하게 제공된다.

 

미국 경영월간지 이 다룬 베스트프랙티스(Best Practice)에서 테리 리히 CEO는 성공비결을 4가지, 즉 확실한 비즈니스 비전, 소비자에의 경청(傾聽), 권한 위임, 단순 명료화로 꼽는다.

 

테스코를 맡은 리히경은 수천 명의 직원과 간부들에게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라고 자문(自問)해 보라고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믿고 기업으로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묻는 것은 쉽지만 답은 어렵다. ” 테스코 임직원들은 공통점을 추출해 냈다

 

그것은

 

첫째, 핵심목표-소비자에게 이익을 창출하고 삶을 윤택하게 한다.

 

둘째, 가치-소비자에게 대우받고 싶으면 먼저 대우해 준다.

 

셋째, 전략-영국에서 가장 강력한 핵심사업을 구축하고, 그것이 음식이든 비 음식이든 이익이 나는 사업을 만들고, 국내나 해외나 모두 강력하게 만들자

 

리히경은 8년 동안 한 번도 이 같은 경영 목표가 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잡지 않고서는 아무리 환상적인 전략이라도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의견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테스코는 소비자·고객에 집착한다는 명성을 얻게 된다.

 

리히경 역시 뭘 하든, 어디에 있든 적어도 한 주에 이틀 이상은 가게에 들른다. “소비자와 스태프들을 만난다. 단지 듣기만 하고 아이디어만 얻고 잘 돌아가는 지 안 돌아가는 것은 뭔지….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는지를 배운다.”

 

테스코는 매년 10만명에 달하는 고객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전화·이메일·편지 등을 통해 접촉하는 건수는 매주 12만건에 달한다. 왜 이런 일을 할까.

 

리히경은 기업의 성공에 힘을 실어주는 혁신의 모든 것은 고객으로부터 나오고, 어떻게 그들의 삶이 변화하는 지 관찰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영국의 테스코는 한국에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와 합작법인으로 운영 중이다. 치열한 할인점 시장에서 홈플러스는 독특한 경영방식과 독자적 브랜드 구축, 고객센터·문화센터 등 차별화 전략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 본사에서도 노하우를 배워갈 정도. 실제로 테스코는 최근 영국 맨체스터 인근에 1200여 평 규모의 할인점 상호를 홈플러스로 사용하기로 했다.

 

테스코·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개방성(openness)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경영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개방화된 시스템이다.

 

LG경제연구원 장강일 선임연구원은 “혁신은 기존 관행을 버리고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숱한 혁신들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든 궁극적으로는 해당 프로세스 개선을 추구하게 된다.

 

문제는 혁신이 일부 기능의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전사 차원의 최적화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의 연방과학연구소에서 전략경영과 혁신을 가르치는 게오르그 폰 크로그 교수는 “기업에서 개방된 혁신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 당장 시작하지 말라”면서 “개방된 혁신모델의 이익은 시장에서 40∼60%의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조직의 인큐베이터 문화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즈니스의 프로세스는 종종 기업의 독보적인 특허보다 가치 있다. 혁신은 또 제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유통모델로도 확장되고 있다.

 

#한국에서 정부·기관·가전업체에서 증권가에까지 경영혁신을 배우려는 곳이 농수산물 전문점인 총각네 야채가게다. 이곳의 성공비결 역시 개방화된 시스템과 마인드가 중심이다.

 

가게 이름처럼 모든 직원들이 총각 직원들로 구성되어 여성고객, 특히 아줌마 층으로부터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았다. 매일 새벽마다 도매시장을 돌아다니며 좋은 물건을 구입하고 그 날 모두 팔아치워 재고를 없앴다.

 

대학 졸업 후 이벤트 회사를 다니다 그만 두고 1998년 대치본점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2006년 2월 현재 20여 개로 늘어났다.

 

총각네 야채가게의 성공비결은 고객에게 귀를 기울이고 고객에게 이익을 준다는 것. 싸게 많이 팔자는 원칙이다.

 

고객에게 친근감 있는 호칭으로 부르고 고객의 여러 정보를 파악해 놓은 뒤 재 방문 때 인사를 건넨다. 또한 주차와 배달 서비스, 환불과 교환서비스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모두가 사장이라는 비전을 공유, 열정적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것에선 증권가에서조차 벤치마킹하고 있고 이영석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곳도 있다.

 

경영에서 혁신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런던비즈니스스쿨의 교환교수인 게리 하멜은 대다수의 기업들이 결코 혁신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프리스케일반도체의 마이클 메이어 회장 겸 CEO는 “매년 연구개발비로 10억 달러를 쏟는 기업에서도 스스로 혁신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멜 교수의 분석은 이렇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존 일들을 반복적으로 하는 데에만 조직화 됐고 또 혁신 DNA의 반대인 복제의 DNA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인력을 갖고 있는 조직은 동기부여를 잘 하고 창의적이고 열정을 장려한다. 그래서 그들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수익을 높일 수 있다.”

개방된 기업문화를 잘 설명해 주는 곳은 구글이다.

 

구글에서는 임직원간에 매주 정기적인 미팅을 하고 재무제표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물론 오픈도어미팅이다. 이런 문화는 하부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내는 데 기여한다.

 

구글은 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든 고용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 작업을 하게 한다. 성과가 높은 이들에게 높은 보너스를 준다. 게다가 구글은 세탁기와 무료 과자 등과 스태프와 그들의 식구가 같이 저녁을 할 만한 자리를 주선해 주고 있다. 구글의 마리사 메이어 회장의 설명이다.

 

구글은 3명 이하의 작은 팀제 개념을 유지해 왔다. 그런 결과 엔지니어들이 엔지니어를 이끈다. 여성 엔지니어를 위해 학교에 탁아소를 설립하는 데 지원한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성과·인센티브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 엔지니어들은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다.

 

경영혁신에서 신상필벌은 매우 중요하다. 노바티스의 다니엘 바셀라 회장 겸 CEO는 “ 올바른 인센티브 시스템은 적재적소에 맞아야 하며 올바른 평가시스템은 직원의 자질과 윤리적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기대하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략과 프로세스에만 치중한 경영은 도리어 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헨리 민츠버그 맥길대학 교수는 “너무 많은 경영진들이 전략의 개발을 하나의 프로세스로만 생각하고 있다.

 

소수의 경영컨설턴트에만 의지하는 접근은 기업 관리자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발전을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도록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민츠버그 교수는 “전략은 계속적인 과정이다.

 

CEO에게 단지 전략만을 기대하고 고용한다면 그런 CEO는 해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성공에 힘을 실어주는 혁신의 모든 것은 고객으로부터 나온다. 어떻게 그들의 삶이 변화하는 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

- 테리 리히 경-


“기업에서 개방된 혁신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 당장 시작하지 말라”


- 게오르그 폰 크로그-


“대부분 기업들은 기존 일들을 반복하는 데에만 조직화됐다. 혁신 DNA의 반대인 복제 DNA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게리 하멜-

 

 

Case Study 전남 장성군

혁신으로 깡촌이 주식회사 탈바꿈

 

전라북도의 경계 영광군과 담양군 사이에 위치한 전라남도 장성군. 2005년 말 기준으로 총인구는 4만9710명. 세대수는 2만여 가구다. 이 가운데 45% 가량이 농업에 종사하는 취약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10명 중 2명이 노인인 데다 젊은 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영광하면 굴비, 담양하면 대나무로 유명한데 장성군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던 이 곳이 요즘 전국에서 찾아오는 이들로 부산하다. 먹거리·볼거리를 위해 찾는 관광객 뿐만 아니라 관료·기업·학교 등지에서 배우러 온다. 그 과목은 바로 장성군의 혁신활동.

 

장성군은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어 민선 단체장이 들어서면서 대대적인 혁신작업에 들어갔다. 주인공은 일진·두양 등 민간기업의 대표를 역임했던 김흥식 군수.

 

그는 혁신의 시작을 학습부터 했다. 장성군은 장성아카데미를 통해 공무원과 군민을 상대로 다양한 학습을 진행했다. 1995년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480여 회가 열려 주민과 공무원 22만여 명이 참석했다.

 

1995년 전국 지자체 중 처음 홈페이지를 열었고 군 단위 최초로 CI를 도입하기도 했다. 경영마인드·서비스마인드가 도입되며 2004년 한 해에만 삼성전자·LG전자 협력업체를 포함해 29개 업체가 장성군에 둥지를 틀었다.

 

장성군의 변신을 기록한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장의 《주식회사 장성군》은 노무현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필독하라고 지시하는 혁신의 모델이 됐다.

 

깡촌 시골 장성군은 이제 주민이 주주, 공무원이 경영하는 주식회사로 거듭났다.

 

 

 

이경호 기자(stanlee@ermedia.net)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