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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여길가야 경주 가봤다 할 수 있지...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14. 11:23

 

 

       여길가야 경주 가봤다 할 수 있지...

<신라의 달밤>이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생이 벌이는 패싸움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누구나 한번쯤 가봤고, 한 장의 사진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바로 신라 천년의 도시인 경주입니다. 제주도나 울릉도 일주, 남도답사, 경주여행 등은 여행하는 사람들의 빠질 수 없는 메뉴일 겁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작년 잠시 들렀던 것을 빼면 생애 두 번째 찾은 경주였습니다. 3일간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 얻은 것은 이제 일차적으로 많이 보았으니 다음부터는 제대로 봐야겠다는 것입니다. 즉 이번 여행에서는 경주를 다시 찾아가기 위한 초석을 마련한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수많은 경주의 문화유적 중 그래도 꼭 가봐야 할 10곳을 골라봤습니다.

▲ 봉길해수욕장 앞 문무대왕릉 일출
ⓒ2005 문일식
그 첫 번째는 문무대왕릉입니다. 삼국은 통일되었으나 왜구의 침입이 잦아 백성들이 많은 피해를 입자 문무왕은 동해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문무대왕릉은 그런 문무왕을 화장하여 뿌린 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 감은사지의 전경...서탑은 보수공사가 진행중입니다.
ⓒ2005 문일식
봉길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문무대왕릉의 일출은 다른 어떤 일출보다도 장엄하면서도 전율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문무왕의 깊은 뜻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은 아닐런지…. 문무대왕릉의 일출을 봤다면 문무왕의 아들인 신문왕이 만파식적을 얻었다고 하는 이견대와 불력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지은 감은사지는 경주로 넘어가는 길에 꼭 들러봐야 합니다.

▲ 장항리사지 5층석탑 1층 탑신(몸돌)에 새겨진 인왕상
ⓒ2005 문일식
대종천을 따라 서쪽을 향해 가다보면 토함산을 넘는 오르막이 나오는데 이곳에 장항리사지가 있습니다. 장항리사지는 절터가 있는 지명을 붙여 지어졌는데 이곳에는 국보 236호로 지정된 5층 석탑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같은 5층 석탑이었을 듯한데 형체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석탑과 주인을 잃은 석불대좌가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 도굴꾼들이 사리장치를 도굴하기 위해 폭약으로 폭파한 것을 수습하여 쌓아놓은 것입니다. 탑의 기단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인왕상이 각 면마다 새겨져 있는데, 사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불법을 해치려 왔는데도 그냥 멍하니 바라만 보았던 것일까요, 인왕상의 매서운 두 눈에는 아직도 그 때의 안타까운 기억이 새겨져 있는 듯 보였습니다.

▲ 장항리사지 석불대좌에 새겨진 일명 '아톰'(애칭입니다)
ⓒ2005 문일식
재밌는 것은 지난해 이곳에 왔을 때 동료 하나가 이곳에 '아톰'이 살고 있다고 하면서 보여준 것이 있는데 바로 석불대좌에 새겨진 조각상이 그것입니다. 마치 날아가는 듯도 하고, 막 싸우려고 덤비는 듯도 보입니다. 이 조각상을 보면 매우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여 한참을 쳐다보게 됩니다.

한편 석불대좌의 주인은 현재 국립 경주박물관 야외에 흉물스럽게 남아있는데 폭약으로 깨진 상처를 시멘트로 발라 놓아 더욱 더 씁쓸하기만 합니다.

▲ 괘릉을 지키고 있는 사자상
ⓒ2005 문일식
세 번째는 괘릉입니다. 괘릉은 가장 아름다운 왕릉중 하나입니다. 들어가는 입구에 하늘을 향해 서있는 특이한 소나무 군락은 신비하기만 했습니다. 괘릉에는 문인석과 무인석 그리고 4마리의 사자가 왕릉 주변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고, 도깨비 방망이인 듯한 무기를 들고 있는 무인상입니다.

우리나라의 무인상이면 투구를 쓰고 칼을 단정히 모아 배 아래쪽에 두는 것이 일반적인데, 괘릉의 무인상은 서역인 인데다 전반적인 모습이 불량스러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신체 비례는 다비드 정도는 아니지만 정도껏 유연한 곡선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주먹이 너무 커서 맞으면 아프겠다 싶었습니다.

▲ 괘릉에 세워진 서역인을 닮은 무인석
ⓒ2005 문일식
이 릉의 주인은 누구의 것인지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다만 역사사료에 근거하여 원성왕의 릉이라고만 추정할 뿐입니다. 왕릉에는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세운 호석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봉분의 주변에는 난간석을 둘렀습니다.

네 번째는 서남산 탑골에 위치한 보물 201호 마애조상군입니다. 남산은 그야말로 신라인들의 불국정토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조성된 석불이나 마애불이 남산 곳곳에 만들어지고 새겨진 것입니다.

▲ 나무아래에서 수도하고 있는 스님상
ⓒ2005 문일식
마애조상군은 사면 바위에 새겨진 탑, 불상, 승려, 비천상, 사자상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마애조상군에서 유심히 봐야 할 것은 마애탑입니다. 마애탑은 모두 두개가 새겨져 있는데 하나는 9층이고, 다른 하나는 7층인데 9층의 마애탑은 황룡사에 있던 9층 목탑의 모습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본 것은 나무아래서 수도하고 있는 수도승의 그림인데 앉아있는 스님의 모습도 재밌거니와 나무 또한 열대우림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이채롭습니다.

▲ 남면에 세워진 여래입상
ⓒ2005 문일식
또 하나는 남면에 유일한 보살입상인데 마애조상군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별도의 돌로 만든 입상입니다. 이곳에 세워지게 된 연유는 모르겠지만, 이 입상을 보면서 참 불순한 생각을 했습니다. 워낙에 신체구조적인 각선미가 훌륭했던 탓에 마치 손길이 머물고픈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풍만해 보이는 가슴과 잘록한 허리는 아마도 그러고도 남음입니다.

머리부분이 일부 파괴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완전해 보입니다. 몸의 각선미와 함께 몸을 감싸고 있는 의상의 선 처리 또한 부드럽고 단아해 보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아라비아의 공주를 연상케 했는데, 살포시 가린 얼굴사이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눈빛도 보일 듯하고, 유혹적인 아라비안 춤을 출 것만 같았습니다.

▲ 성덕대왕신종에 새겨진 공양하는 비천상
ⓒ2005 문일식
다섯 번째는 국립 경주박물관입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인 경주에서 출토된 수많은 유물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자, 경주여행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곳입니다. 국립 경주박물관은 4개의 기본전시관과 불교미술관, 안압지관 그리고 야외전시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박물관 뒤편 야외전시장과 안압지관은 꼭 둘러보길 권합니다.

▲ 박물관 뒷편에 자리잡은 고선사지 3층석탑(국보 38호)
ⓒ2005 문일식
박물관 뒤편에는 크기로 대변되는 석탑과 석등, 석조가 놓여져 있고, 경주와 인근에서 발굴되거나 도괴되고 쓰러지고, 짝을 잃은 석물의 부재들을 비롯한 많은 석조물들이 잔디위에 잔잔하게 놓여져 있습니다.

지난해 석물의 부재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이곳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발산하는 강렬한 햇살의 잔상이 남아있을 때 잔디밭에 널려 있는 석물들이 그 잔잔한 햇빛을 받던 그 애잔한 시간들….

불교가 융성했던 시절을 대변하는 제 모습을 잃은 석물들은 그 영화로운 시간을 다시 돌려받고 싶은 듯 보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3일간의 경주 여행일정입니다.

이견대→문무대왕릉→감은사지→장항리사지→석굴암→구정동 방형분→영지,영지석불→괘릉→통일전→서출지→남산리 쌍 3층석탑→보리사 석불좌상→탑골마애조상군→감실부처→국립 경주박물관→일박

반월성→석빙고→계림→내물왕릉→경주향교→첨성대→노서동노동동 고분군→대릉원→오릉→나정→양산재→남간사지 당간지주→포석정→삼릉→배리삼존석불입상→분황사→황룡사지→미탄사지 3층석탑→황복사지 3층석탑→임해전지(안압지)→일박

불국사→신문왕릉→사천왕사지→선덕여왕릉→능지탑→보문사지→진평왕릉→태종무열왕릉→서악동고분군→김유신장군묘→상경
 
오마이뉴스 2005-12-06 12:00]    

 

 

 

 

***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