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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유산의 하얀 눈꽃과 꿋꿋한 저 능선, 그리고 파란 하늘빛이 가득한 새해가 되소서. |
ⓒ2005 서종규 |
향적봉을 지나 덕유산에서 가장 조망이 가장 좋다는 중봉(1594m)에 오르자 멀리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까지 다 맑게 보입니다. 백암봉 - 동엽령 - 무룡산 - 남덕유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하얗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하얀 능선 위에 파란 하늘빛이 가득합니다. 파란 하늘빛이 세상을 투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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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엔 저 산하를 넘고 넘어 멀리 지리산의 천왕봉(맨끝 왼쪽 높은 봉우리)과 반야봉(오른쪽 봉우리)까지 투명한 세상이 되소서. |
ⓒ2005 서종규 |
활시위를 당겨서 파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복판에 화살을 쏘아 보냅니다. 하늘을 향하여 올라가던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며 다시 보리밭에 떨어집니다. 보리잎에 붙은 이슬이 발등을 적셔 차갑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슬을 털며 달려갑니다. 화살을 주워서 활에 끼고 다시 파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일찍이 정지용 시인이 노래했던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2006년에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의 <향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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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엔 순수와 투명이 어우러진 세상이 되소서. |
ⓒ2005 서종규 |
하늘은 맑았습니다. 무주리조트에서 올라갈 설천봉(1520m)이 너무 가까이 보였습니다. 벌써 스키장엔 형형색색의 스키복을 입은 사람들이 스키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문명의 이기인 곤돌라는 3시간을 족히 걸려야 할 설천봉 정상까지 20여 분 만에 우리들을 올려놓았습니다. 사실 당일 코스 덕유산 산행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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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엔 덕유산 설천봉의 하늘처럼 맑은 세상이 되소서. |
ⓒ2005 서종규 |
바람이 얼굴에 차갑게 몰아쳤습니다. 하지만 맑은 하늘만큼이나 청명한 날씨여서 차가운 바람 외엔 큰 걱정이 없었습니다. 향적봉으로 향하는 길은 3주 내내 내린 호남지방의 폭설로 온통 하얀 눈세계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나무들에 가득한 눈꽃들이 어느 바다 속 하얀 산호 군락을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20여 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향적봉엔 바람이 거셌습니다. 얼굴에 따가운 바람을 제외하고는 온통 하얀 눈천지였습니다. 볼품 없는 돌탑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둥그렇게 펼쳐진 세상이 너무 가까이 보였습니다. 능선과 계곡엔 하얀 눈들이 가득했습니다. 눈꽃 하나하나에 2005년의 지나간 일들이 맺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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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꽃 하나하나에 새해의 소망을 기원합니다. |
ⓒ2005 서종규 |
그리고 우리를 우울하게 했던 전방 초소에서 있었던 총기 난사 사건과 노충국씨 사망 사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수상의 신사 참배, 불법 도청 폭로와 관련자 수사, 쌀 수입과 농민들의 항의, 호남지방의 폭설과 피해 등 굵직굵직한 일들이 우리들을 안타깝게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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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엔 덮인 눈과 같은 포근한 마음을 늘 간직하소서. |
ⓒ2005 서종규 |
국제적으로 특히 미국과 파키스탄을 잇따라 강타한 허리케인과 강진, 유럽으로 상륙한 조류인플루엔자 등 기상이변이나 자연재해의 가공할 파괴력을 새삼 실감한 한 해 이리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6자 회담이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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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유산 중봉, 산을 내려갈 때 더 축복 받는 세상이 되소서. |
ⓒ2005 서종규 |
백암봉(1503m)이라 부르는 송계삼거리를 지나 동엽령(1320m)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도착한 사람들이 눈밭에 앉아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눈이 가득한 능선에 발로 다져서 터를 잡고 앉아서 삼삼오오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파란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눈발도 날리지 않고, 바람도 잦아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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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시련도 다 이겨내는 새해가 되소서 |
ⓒ2005 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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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
ⓒ2005 서종규 |
2006년을 맞은 우리나라 모든 분들과 지구촌 전 인류에게 이 푸른 하늘빛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세상이 이 푸른 하늘빛처럼 맑고 투명하여지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하얀 눈꽃처럼 순수하여지길 기원합니다. 가장 정직한 흙에서 자란 마음들이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풀섶 이슬을 휘적시던 고향의 순수한 마음을 키워가는 2006년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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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엔 세상이 이 푸른 하늘빛처럼 맑고 투명하여지고, 하얀 눈꽃처럼 순수하여지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