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동남아

인도,신이시여, 이게 인간의 솜씨입니까?

향기男 피스톨金 2006. 3. 4. 22:51

 

                 인도,신이시여,

 

           이게 인간의 솜씨입니까?

 
▲ '타지마할'의 전경이다. 손으로 붓으로는 그릴 수 없어 컴퓨터를 사용했다.
ⓒ2006 강인춘
인도! 일생에 있어 한 번도 가기 어려운 나라를 어쩌자고 나는 세 번씩이나 갔다 왔을까? 알 수 없는 어떤 마력에 자신도 모르게 이끌렸던 것은 아니었던가? 아니면 전생에 코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hartha)와 어떤 가느다란 인연이라도 있었던 것인가?

사실 나는 내 생애에 있어 인도로의 여행길에 올라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왜냐면 우선 나는 노오란 색 일색의 인도 음식을 싫어했고, 더구나 카레 같은 음식은 한국에서도 아예 비위에 맞지 않아 먹지 않았다. 특히나 그 음식에서 풍기는 향은 더더욱 내 속을 메스껍게 했다.

인도는 한 마디로 불결했다. 길거리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소똥, 공중화장실이 없는 도시. 비위생적인 음식들 그리고 항시 풍겨져나오는 역겹고 퀘퀘한 냄새.
 
문명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여행 기간 내내 이런 고역으로 전신이 괴로웠다. 그러나 10여일의 인도여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부터는 나는 내 자신이 인도에 천천히 동화되어간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전형적인 인도의 여인.
ⓒ2006 강인춘
사람이 산다는 근본을 이곳에서 보았기 때문일까? 인간의 본성을 이 땅에서 잠깐이나마 깨우쳤기 때문일까? 죽음이란 한낱 허무에 불과한 것이고, 그리고 인간은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를 어렴풋이 믿었기 때문일까?

세 번째 인도를 다녀온 지 3,4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여건만 된다면, 그리고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서슴지 않고 '쌕' 하나만 달랑 메고 인도로 갈 것이다.
비록 그 길이 견디기 힘든 고행의 연속이었지만 난 기꺼이 가리라.

아그라의 타지마할! 그렇다. 인도의 많은 불가사의 중에 하나인 건축물(묘지)의 이름이다. 세상의 그 어떤 왕궁도 이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울 수는 없다.
 
인도의 옛 무술제국, '샤자 한' 황제가 그의 부인 '뭄타즈 마할'의 죽음을 통탄하며 지은 무덤이다. 그녀가 15번째 아이를 낳다가 죽자 황제는 그녀의 유언대로 묘지를 지었다.

2만 명이 넘는 노동자와 장인, 1천마리 이상의 코끼리가 동원되어 무려 18년간에 걸쳐 지은 건축물이다. 이 묘지를 짓기 위해 국고는 바닥이 났고, 멀리 이집트와 가까이 미얀마 등등에서 가져온 보석을 이 건축물을 치장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로는 이런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지 못하도록 장인들의 손목을 잘랐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이만저만한 독재가 아닐 수 없다. 일개 국가의 황제 아낙을 위해 묘지를 이처럼 거대한 건축물로 지었다는 게 상상이 안 된다. 전설 같기만 하다. 건물의 본당 지하에는 '샤자한'과 그의 부인의 시신이 묻혀 있었다.

호기심으로 병풍처럼 세워져 있는 대리석을 손으로 만져 보았다. 도저히 인간의 손으로 빚어진 것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어른 키보다도 더 큰 넓이의 대리석 판에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새겨놓은 조각 무늬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 일순간의 실수로 살짝만 건드렸다 하면 대리석 판 전체가 망가져 버린다. 도저히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는 상상키 어려운 것들이었다. 신들조차 혀를 내밀 정도가 아니였을까? 나는 만져보고 또 만져보고 하면서 그 조각품 속에 빠지고 말았다.

▲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의 의상이 컬러풀해서 시선을 끌었다.
ⓒ2006 강인춘
서울에 돌아오고 나서도 나는 마치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마음 속을 태우고 있었다. '타지마할'을 꼭 내 손으로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서너 해가 지났어도 생각뿐이지 결코 연필을 들 수가 없었다. 그 찬란한 자태를 나 같이 무디고 경박한 손으로는 도저히 표현해 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 '타지마할'앞에서의 필자.
ⓒ2006 강인춘
'타지마할'을 그냥 쉽게 사실적으로 그린다고 하자. 그게 무슨 매력이 있겠는가? 차라리 사진을 찍는 게 났지. 그럼 혼을 불어 넣어 그려보자.
 
하지만 그것 역시 뜻대로는 안 되었다. 내 혼은 이미 속세에 팍 젖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 역시 신의 경지에서, 아니면 무아지경 속에서 그려야 할 것 같다.

오늘 여기에 그린 단 한 점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나는 수백 차례나 종이를 버렸고, 그리고 찢었다. 파스텔로, 수채화로, 오일페인트로 온갖 재료로 다 도전했다.
 
그러나 '타지마할'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은 포기를 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갑자기 밤잠을 설쳤다. 그리고 컴퓨터와 씨름을 했다. 며칠 동안을 밤새도록 사투를 벌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기에 그린 '타지마할'의 전경. 그 위대한 장인의 손으로 다듬어진 찬란하고, 환상적인 건축물을 한낱 보잘 것 없는 종이 쪼가리에 옮긴다는 것 자체가 바로 넌센스라는 것을 왜 지금도 모르고 있단 말인가. 어리석은 나 자신을 또 한 번 깨닫는다.

▲ 버스에서 내리면 언제나 아이들이 떼거지로 몰려든다.
ⓒ2006 강인춘
[오마이뉴스 2006-03-02 11:35]    
[오마이뉴스 강인춘 기자]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