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동남아

인도,네팔,티베트,웅장한 자연, 무소유의 삶…"아, 부끄럽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3. 4. 22:21

 

                     인도 네팔

 

         웅장한 자연, 무소유의 삶…

 

                  "아, 부끄럽다"


인도나 히말라야 여행이 특별한 것은 중독성에 있다.

낯설음을 찾아 나서는 게 여행이지만 인도, 네팔, 티베트의 그것은 더 특별하다. 현지에서 부닥치는 문화적 충격에 가슴앓이를 하게 되고 내 안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인도, 히말라야 여행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도대체 인도와 네팔, 티베트에는 무엇이 있기에 그곳에 다녀온 사람들이 인생관까지 바꾸는지. 또 어떤 매력이 있어 끊임없이 찾고 또 찾게 만드는지를.

인도



인도 5,000년 역사의 문화 유적과 자연은 보는 이에게 황홀함을 선사한다. 곳곳에 널려있는 유적은 규모나 기교에서 로마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타지마할, 카주라호 등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잘 보존된 자연생태환경도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정작 인도를 다녀온 이들이 인도병에 빠지는 것은 거리에서 만나는 인도인들 때문이다. 지상 최고에 근접한 부귀영화와 지상 최악에 가까운 빈곤이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곳, 포장되지 않은 삶의 원천적인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땅이 인도다.

 

이곳저곳 돌아다닐 필요조차 없이 거리 한곳에 서서 지나는 이들의 얼굴을 보면 그의 인생이 한눈에 읽힌다고 한다. 생로병사와 삶의 흐름이 길 위에서 날 것 그대로 드러난다.

최악으로 보이는 상황인데도 인도인들의 눈부신 미소는 지금의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것을 허비하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일상 생활에서 느꼈던 빈곤감, 박탈감, 억압이 얼마나 상대적인 것인지를 깨닫는 계기가 된다.

네팔



인도의 자연이 광활하다면 네팔은 웅장하고도 아기자기하다. 세계 최고의 지붕 히말라야는 에너지, 기(氣)가 뭉쳐있는 곳이라고 한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등 만년 설산에는 장엄한 아름다움이 있다.

 

티끌 하나 없는 파란 하늘로 솟구친 웅장한 설산을 목격하는 순간, 그 말할 수 없는 감동에 사람들은 그냥 땅에 주저앉아 전율하게 된다고 한다. 자연이 주는, 자연과 나누는 원초적 교감이다. 자신도 모르게 자연을 숭배하고 자연에 귀의하게 한다.


네팔의 산하는 강원도 산골과 많이 닮았다. 산은 웅장하나 산자락이 품은 마을의 풍경은 아기자기하다. 그곳에 사는 순박한 네팔인들도 친근하다.

 

주어진 일에 만족하며 욕심부리지 않는 네팔인들에게서 사람들은 깊은 울림을 얻는다고 한다.

히말라야의 별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다. 어떤 이는 “히말라야 별은 보는 게 아니라 듣는 것”이라 했고, 또 다른 이는 “별들 사이에서 하늘을 본다”고도 했다.

 

안나푸르나 밑에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포카라는 1960~70년대 전 세계 히피들이 모여 낭만을 노래했던 곳이다. 네팔의 자연은 그들에게 지상천국이었다.

티베트



같은 히말라야 자락에 있어도 티베트의 풍경은 네팔과 또 다르다. 산은 높고 고원의 벌판은 드넓다. 칼끝을 대면 파란 물이 금방 쏟아질 것 같은 하늘 아래 땅은 텅 비어있다. 바람 가득한 고원의 황량함이 매혹적이다. 그래서 티베트의 아름다움을 ‘황량미’(荒凉美)라 부르기도 한다.

티끌 없는 하늘, 거침없이 쏟아지는 태양 아래 숨어있을 곳이라곤 없다. 허위, 가식이 없는 벌거벗겨진 세상이다. 맑기 그지없는 티베트인의 심성과 ‘오체투지’ 등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종교에 대한 믿음은 이런 자연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티베트를 사랑한 한 외국인 여행가가 겪은 일화 하나. 사원을 순례하는 이들을 관찰하고 있을 때, 하루종일 굶은 한 여인에게 누군가 빵 한 덩어리를 줬다. 여인은 빵을 먹기 전에 먼저 빵 한 조각을 떼어 옆에 있던 강아지에게 나눠줬다. 티베트인들이 세상을 사는 방식이다.

중국의 지배를 받는 티베트에서 한국인들은 망국의 슬픔을 읽는다. 우리가 일제시대를 오버랩하며 분노할 때 되레 티베트인들은 무관심하다. 그들의 생의 호흡은 길다. 긴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지금의 ‘피지배’라는 현실은 순간일 뿐이다. 자연과 종교에 대한 그들의 믿음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인도·네팔· 티베트를 느끼고 싶다면
[한국일보 2006-03-03 19:03]    

인도



바라나시

성스러운 갠지스강이 흐르는 인도 최고의 성지. 수백만의 순례자가 찾는 바라나시의 강물에는 특별한 힘이 있어 사람들은 화장터의 연기를 헤집고 강물로 들어가 몸을 씻고 물을 마신다. 강에는 꽃과 동물, 사람의 사체,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벗어버린 엄청난 무게의 죄와 때가 흐른다.

카주라호

찬드라 왕조의 수도로 사원의 도시다. 85개 사원 중 지금은 22개만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형태의 남녀교합 장면을 조각한 미투나상이 유명하다. 성의 에너지를 깨달음으로 가는 동력으로 사용했던 종교의 흔적이다. 이곳에서 성(聖)은 속(俗)이요 속이 성이다. 간디는 할 수만 있다면 이 조각상을 부수고 싶다고 했다 .

타지마할

세계7대 불가사이 중 하나인 이 건물은 무굴제국 샤 자한 황제가 황후의 죽음을 애도해 지은 묘당이다. 황제는 22년의 공사 끝에 타지마할을 완공했지만 아들에 의해 축출됐고, 인근아그라성에 갇힌 채 눈물로 바라봐야만 했다.

네팔



스와얌부나트

석가모니가 득도한 시기에 세워졌다는,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가장 오래된 사원이다. 사원으로 오르는 길은 300개가 넘는 돌계단으로 이뤄진 고행길이다. 나른한 볕을 받은 야생 원숭이들은 졸면서 참선하고 참배객들은 탑을 돌며 마음을 닦는다.

포카라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 등 거대하고 아름다운 산군의 스카이라인이 감싸안은 네팔 제2의 도시. 히말라야 모험 여행의 중심지다. 시바신의 전설이 깃든 페와 호수는 언제나 짙푸르고, 그 수면에


안나푸르나 연봉들이 거꾸러 박혀 그림을 그려내는 낭만의 도시다.

룸비니

마야부인이 보리수 아래서 석가모니를 낳은 신성한 땅. 지금도 고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B.C 250년경 아쇼카 왕이 부처의 출생을 기념해 석주에 쓴 비문이 남아있다.

티베트



포탈라궁

티베트 자치구의 중심 라사에 있다. 달라이라마 14세가 인도로 망명하기 전까지 생활했던 겨울궁전이다. 높이 117m, 13층 규모의 이 건물은 백(白)궁와 홍(紅)궁으로 나뉜다. 속(俗)을 상징하는 백궁 위에 성(聖)을 상징하는 홍궁이 얹혀져 있다. 속이 성을 떠받드는 땅이다.

조강사원

라사 구시가지에 있다. 티베트인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사원. 이곳에는 100여 개의 마니차가 있다. 마니차에는 불경이 인쇄된 종이가 들어있다. 티베트인들은 이 마니차를 한번 돌리면 경전을 한번 읽은 것으로 믿는다. 오체투지로 찾아온 순례객들의 표정에는 희망과 간절함이 함께 한다.

카일라스산

티베트인들에게 이 산은 우주의 중심이요 성산(聖山)이다. 불교에서 최고 깨달음의 단계에 도달하면 갈 수 있다는 수미산으로 여겨진다. 이 산을 한 바퀴 돌면 55km다. 걸어서 3일 걸리는 이 코스를 티베트인들은 오체투지로 한달을 순례한다. 이렇게 한번 하면 금생의 죄가 소멸되고, 3번 하면 삼생의 죄가 소멸되며, 108번 하면 일체 업장이 소멸돼 성불한다고 한다.

 

          수면장애와 두통이

 

       인도 '아쉬람'서 씻은듯이…

 

[한국일보 2006-03-03 18:57]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던 나라, 인도에서 머문 보름은 내 삶의 질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지난 가을, 나는 교통사고로 두 달간 병원을 들락거리며 수면제와 근육이완제와 두통약으로 편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한 기자를 오랜 만에 만났다. 그의 얼굴이 몰라보게 좋아져서 물었더니 요가를 한다고 했다. 우린 자연스럽게 요가며, 명상이며, 인도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는 막연히 인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하건 미리 계획하고 철저히 준비하는 성격의 내가, 크리스마스를 코 앞에 두고 갑작스럽게 인도 여행을 떠난 것은 주변에서 자꾸 인도로 가라는 메시지를 여러 가지로 받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도 갑자기 인도에 간다며 인사를 하러 왔었고….

솔직히 두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내가 믿는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홀로 인도로 갔다. 인도 북부, 히말라야 끝자락의 리시케시. 설산에서 수행하는 요기들이 겨울이면 내려와 머무는 성지로 유명한 이 곳의 한 ‘아쉬람’(요가 명상 센터)으로 가 머물렀다. 그곳에서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오직 아침 저녁으로 요가와 명상에 참가했고, 제공되는 세 끼 간단한 식사를 했으며, 외출은 되도록 삼갔다. 자유시간에는 낮이면 갠지스 강이 보이고 히말라야 산이 보이는 잔디에 앉아 있었고,

 

밤이면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보면서 또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하염없이 앉아있었다. 아기처럼 수면제 없이 두통 없이 잘 자고 일어나는 나를 보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에 기쁘고 감사했다.

한국에 돌아와 처음 일주일은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수면 장애가 왔고 두통도 다시 찾아왔다. 인도에 갔던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정신을 바짝 차렸다.

 

아쉬람에서의 생활 처럼 다시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요가와 명상을 1시간씩 했고, 자기 전에도 그렇게 했다. 거짓말처럼 다시 잘 자기 시작했고 두통도 없어졌다. 새 학기가 돼 오랜 만에 보는 동료 교수들이며 학생들이 너무 밝아졌다고 다들 좋아했다.

우리는 누구나 시련이 없는 삶을 바란다. 하지만 시련은 신이 우리를 직접 돌보고 계신다는 아주 구체적인 표현임을 나는 교통사고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사고의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없었다면 모든 것을 중단하고 인도로 갈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을 테고, 명상은 시간 많고 한가한 사람이 하는 다소 진부한 일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를 비우는 명상이 얼마나 은은한 기쁨을 주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현재의 나에 집중하는 것, 지금 이 순간에 사는 법을 알려주는 명상은 현재가(과거나 미래가 아닌) 곧 신이 내게 주시는 선물임을 알게 해주는 길이며, 이 선물은 지금 깨어있는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축복이다.

 

 

 

 

              마음의 웰빙을 찾아서…

 

 

[한국일보 2006-03-03 18:57]


빠르게 변하는 세상, 더 편리해지는 생활, 하지만 미래는 점점 더 불안하고 불투명하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일상에 부대끼며 사는 현대인들의 머리는 무겁기만 하다.

세상사의 시름과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정신적 충만감을 느끼며 살 순 없을까. 해서 도시인들의 척박한 영혼이 안식처로, 또는 탈출구로 선택한게 요가와 명상이다.

 

산사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는 비불교도가 전체 참가자의 70%에 이를 정도로 일반화했고, 도심 곳곳에는 요가와 명상을 가르치는 공간이 급증했다.

그런 흐름의 한 가운데서 인도와 네팔, 그리고 티베트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가난하고, 지저분하다는 인상 밖에 안들던 그곳에서 삶의 새로운 의미와 잊었던 자아(自我)를 찾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는 아예 인생의 진로를 바꿔 늦은 나이에 새 삶을 시작하기도 한다. 한번 다녀온 이들의 권유로 그곳을 여행한 이들 중에는 여행 체험담을 책으로 내 본격적인 알리기에 나서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인도를 방문한 여행객은 2005년 3만508명으로 2000년에 비해 2.5배가 늘었다. 주한 인도대사관의 1월 한달 비자발급건수는 9,000건으로 대사관이 생긴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친디아’로 상징되는 인도와의 활발해진 교역 탓에 업무차 방문하는 이들이 늘어난 탓도


있겠지만, 이 지역에 관한 관심의 유형이 예전과 달라진데 따른 현상인 것은 분명하다.

인도에서는 최근 명상과 요가를 수련하는 요가 수행 공동체인 ‘아쉬람’(Ashram)을 체험하려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여행사들은 앞다퉈 ‘행복찾기 명상 여행’ 등의 명상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고, 현지 아쉬람에서는 한국인들을 위한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히말라야를 찾는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한항공은 3~5월 네팔에 전세기를 취항할 계획이다. 국적기의 네팔 취항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인도와 히말라야가 모든 이에게 구원의 답을 주는 ‘신비의 땅’은 아니다. 사단법인 한ㆍ인(韓ㆍ印)교류회 정무진(53) 상임이사는 인도의 독특한 매력으로 문화의 다양성을 꼽았다.

그는 “위로는 성자에서 아래로는 천민까지, 최상의 부와 최악의 빈곤이 어우러진 사회를 보며 ‘문화적 충격’을 받게 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도, 네팔, 티베트, 과연 그곳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