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콩벌레로 만든 뚜우충 요리 |
ⓒ2006 김대호 |
지금은 영산강이 하구둑으로 막혀 있지만 과거 황포돛단배가 해상교역의 중심일 때는 서남해안 교역의 축은 영산강 중상류인 영산포였다. 그런데 영산포까지는 뱃길로 3일이 걸리고 그 시간에 생선류는 대부분 부패하기 마련이어서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 상한 생선 중에 유독 냄새를 풍겨내면서도 부패하지 않는 생선이 있었으니 이놈이 홍어였다. 먹어보니 그 맛이 톡 쏘는데다 깊은 맛도 있고 탈도 나지 않아 별미 중의 별미로 발전한 것이었다. 지금이야 상품 한 마리에 90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요리지만 예전에는 뱃사람들과 상인들이 버리기 아까워 먹었던 음식이었다.
▲ 신강통양구이를 권하는 두보의 후손 뚜시첸씨 |
ⓒ2006 김대호 |
유년시절 집에 잔치라도 있을 양이면 어머니는 장에서 홍어를 사다가 항아리에 짚을 깔고 그 위에 홍어를 넣어 밀봉해 두꺼운 솜이불까지 덮어 아랫목에 일주일을 푹 발효시키셨다.
어떤 집에서는 삼베에 싸서 두엄 속에 넣어 삭히기도 했다. 홍어는 몸 안에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해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삭는 과정에서 이것이 분해되어 소화효소인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이 만들어진다. 이 효소들은 나쁜 세균 발육을 막아주기 때문에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묵은 김치로 대표되는 한국요리의 특징은 발효이다.
▲ 징그러운 벌레요리를 맛있게 음미하는 박병국씨 |
ⓒ2006 김대호 |
중국에서 이틀째 되는 날 청도와 연운항 중간쯤에 위치한 목재공장을 찾아갔다. 나야 처음 먹는 음식들이라 마냥 신기할 따름이지만 중국에 자주 온 사람들은 시골이라 제대로 된 음식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목재회사를 운영하는 뚜시첸(남, 58세)에게 사천식 요리 4가지를 대접 받았다. 새끼양 반마리를 요리한 신장통양구이를 주 메뉴로 또우충(노란 벌레), 화구버섯, 홍쏘우(붉은고기)요리 등이었다.
▲ 후추와 고추가루를 조미료로 쓴 신강 통양구이요리 |
ⓒ2006 김대호 |
또우충 요리는 벌레가 크고 징그러워 한국사람들은 처음에 기겁을 하더니 맛을 보고는 금세 접시를 비웠다. 콩밭에서 자라는 노란유충을 요리한 것인데 그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오르다 보니 지금은 콩을 통해 대량으로 양식해 판매한다고 하는데 사실 내겐 이 요리가 제일 입에 맞았다. 또우충을 기름에 살짝 튀겨냈는데 내장까지 익어서 부담스럽지 않았으며 맛은 번데기 맛과 흡사했는데 이외로 기름기도 적고 담백했다. 중국남자들이 스태미나 음식으로 즐겨 먹는다고 했다.
▲ 한국의 버섯전골요리와 흡사한 화구버섯요리 |
ⓒ2006 김대호 |
사실 사천요리는 중국서부지역인 내륙산간요리로서 양쯔강 상류의 사전, 운남, 귀주지방의 요리를 말한다. 살짝 볶거나 부치고, 단술로 맛을 내고 약한 불에 중탕으로 요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 색에 맞게 향신료, 소금절이, 건조시킨 저장식 등이 발달 했는데 고춧가루, 생강, 후추가루 등 조미료를 쓰기 때문에 맵고 짠 요리도 상당수 있어서 잘 찾아보면 우리 기호에 맞는 음식도 제법 있다.
달콤한 맛, 매운 맛, 짠맛, 신맛, 산초 맛, 쓴맛과 향을 사천 요리의 7대 맛이라고. 전남 동부권 사람들은 산초 맛을 즐기지만 서부권에 사는 내게는 곤혹스러웠다. 주요 요리로는 삼겹살야채볶음, 마파두부, 두반어, 삼선누룽지탕, 닭고기조림 등이 있다
▲ 붉은고기를 뜨거운 기름에 절인 홍쏘우요리 |
ⓒ2006 김대호 |
내가 두보의 시 중 아는 것이 있으면 암송을 부탁하자 '객지(客至)'라는 시를 아느냐고 되묻는다. 내가 좋아하는 시라고 하자 지그시 눈을 감고 중국어로 암송하기 시작한다. 무슨 소리인지 몰랐지만 마치 노래처럼 가락을 타는 암송에 나도 흥에 겨워 큰 박수를 쳤다.
舍南舍北皆春水 집의 앞뒤는 봄물이 가득하고
但見群鷗日日來 날마다 갈매기 떼 날아와 놀뿐
花徑不曾緣客掃 꽃이 길을 덮도록 쓴 적 없는데
蓬門今始爲君開 그대 오니 오늘에야 사립문 여네
盤손市遠無兼味 시장이 멀리 있어 상은 조촐하고
樽酒家貧只舊醅 가난하니 술통엔 묵은 탁주 뿐
肯與隣翁相對飮 옆집 노인과도 같이 마실까
隔籬呼取盡餘杯 울타리 너머 불러 마서 마시세
- 두보, 客至 그대가 오니
이 시 한편으로 '이 사람은 정말로 우리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좋은 벗을 만나기 위해 천리 길도 마다하지 말라'는 옛 어른들이 말씀이 새롭다.
▲ 부추를 계란에 볶아 만든 부추볶음요리 |
ⓒ2006 김대호 |
중국 요리는 대부분 지지고 볶고 튀기는 화식이 많은 것 같다. 북경요리편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군침이 돌 만큼 싱싱한 생선을 잡아다 향신료를 잔뜩 넣어 기름에 튀기는 것을 보고 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정말 서운한 생각까지 든 적이 있다.
중국의 음식은 주로 볶고 튀긴다. 더욱이 돼지기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더 느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마도 중국에 차가 발달한 것은 기름기 많은 음식 때문인 것 같다.
중국 사람들은 왜 음식을 볶고 튀기는 것을 좋아할까? 우선은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 같다. 기름 구하기 어려운 한국과 달리 돼지 등 동물성기름과 유채 등 식물성 기름이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 이번 여행의 수장인 박영철씨와 뚜시첸씨는 나이차에도 친구가 됐다. |
ⓒ2006 김대호 |
셋째로 맛이 있어서일 것이다. 중국음식이 주로 기름에 볶고 튀기지만 센 불에 순식간에 요리하기 때문에 그다지 영양소 파괴도 많지 않고 맛도 유지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 요리의 재료가 되는 벌레들 |
ⓒ2006 김대호 |
중국 사람들은 목욕을 잘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머리엔 먼지가 달라붙어 헝클어지고 몸에서는 향신료 냄새와 어우러진 묵은 기름 냄새로 택시를 탈 때는 머리까지 아플 지경이다. 앞으로는 게으르고 잘 씻지 않는다고 오해하지 말고 그 나라의 환경 때문인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문화·종교적 차이로 타 민족을 차별하고 핍박하는 오늘의 세태에 우리가 꼭 유념해야 할 가치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로 차별하지 않고 이해하고 강제하지 않는 것일 것이다.
▲ 박영철씨와 박병국씨는 사천요리가 입에 맞다고 즐겁다. |
ⓒ2006 김대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