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밋는~한국여행/재밋는 한국여행

벚꽃들…남도를 온통 하얗게 채색

향기男 피스톨金 2006. 4. 10. 18:35

 

         숨 가쁘게 피어나는 벚꽃들…

 

          남도를 온통 하얗게 채색

 
▲ 건설교통부가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한 영암군 영암읍에서 군서면 구림리 구간에 피어난 벚꽃. 이 곳에서는 8일부터 나흘 동안 '왕인문화축제'도 열려 푸짐한 볼거리와 즐길 것을 제공한다.
ⓒ2006 강평기
봄을 가장 봄답게 만들어주는 꽃은 누가 뭐래도 벚꽃이다. 매화와 달리 한창 봄이 무르익을 무렵 피고, 향기가 없어서 귀빈대접을 받지는 못하지만 봄을 가장 확실하고도 황홀하게 장식해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꺼번에 우르르 피어나는 모습은 산천을 숨 가쁘게 한다. 봄날로 들뜬 상춘객들의 마음까지 한껏 부추긴다.

벚꽃은 매화와 산수유가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이맘때 활짝 피어나 이내 '하얀 세상'을 연출한다. 꽃을 시샘하는 추위가 저만치 물러난 뒤, 완연한 봄날과 함께 찾아오는 꽃이다.

하여 벚꽃은 봄날 연인끼리, 가족끼리 함께 떠나는 단골 여행테마다. 바람이라도 불면 벚꽃은 '꽃눈'이 되어 내린다. 자그마한 바람에도 눈처럼 휘날리는 벚꽃 잎은 봄을 즐기러 나온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어준다.

요즘은 거리마다 벚나무를 가로수로 심어 놓아 어디에서나 비교적 쉽게 벚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참맛을 지닌 곳은 몇 손가락에 꼽힌다. 남도에서 환상적인 벚꽃길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영암 구림마을과 구례 섬진강변 그리고 보성 대원사와 장성 백양사, 순천 송광사 들어가는 길 등이다.

▲ 영암 벚꽃거리. 봄바람이라도 불면 하얀 꽃비가 우수수 떨어지는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2006 이돈삼
가장 대표적인 곳은 영암. 영암군 영암읍에서 학산면 독천리에 이르는 50리 길은 이미 '명소' 반열에 올라 있다. 독천에서 다시 2번 국도를 따라 대불산업단지에 이르는 길도 온통 벚나무로 가득하다. 건설교통부는 월출산의 기암괴석과 보리밭이 한데 어우러진 이 길을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하기도 했다.

활짝 펴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꽃이나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꽃망울을 아슬아슬하게 머금고 있는 벚나무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남도는 이번 주말부터 다음주까지 온통 '벚꽃의 세상'이 될 것이다.

영암, 벚꽃과 함께 즐기는 왕인문화축제

때맞춰 봄바람이라도 불면 하얀 꽃비가 되어 우수수 떨어지면서 꿈속을 걷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8일부터 이곳 구림마을에 가면 왕인문화축제도 보고 즐길 수 있다. 축제는 11일까지 계속된다.

▲ 영암왕인문화축제의 최대 볼거리가 되고 있는 '왕인박사 일본 가오'의 행렬.
ⓒ2006 강평기
▲ '왕인박사 일본 가오'. 행렬은 영암도기문화센터 옆에 있는 상대포에서 왕인박사가 배에 올라 일본으로 떠나는 장면까지 이어진다.
ⓒ2006 강평기
왕인박사가 일본 응신왕의 초청으로 일본으로 건너가는 행렬을 재현한 '왕인박사 일본 가오!' 퍼레이드는 가장 화려한 볼거리다. 왕인공원 주무대에서 시작되는 행렬은 왕인로와 왕인사당을 거쳐 항구 상대포까지 2.4㎞ 구간에서 열린다.

솟대를 만들어 솟대숲에 심는 '가족희망 솟대 세우기'를 비롯 도포제 줄다리기, 우리종이 공예전, 왕인 등 달기, 도전! 천자문 250계단, 역사알기 판화체험, 다도체험, 꽃마차 여행 등 관광객들이 직접 해볼 수 있는 체험행사도 푸짐하다. 여석산쌍패농악과 정동정호제 공연 등 볼거리도 많다.

보성 대원사 벚꽃터널도 환상적

주암호와 함께 어우러지는 보성 대원사의 벚꽃터널도 환상적이다. 보성군 문덕면과 화순군 남면, 순천시 송광면이 만나는 경계지점에서 대원사까지 6㎞에 걸쳐 아름다운 벚꽃터널이 이어진다.

이곳 벚꽃길은 천봉산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와 어우러져 더욱 환상적이다. 봄날 대지의 기운을 느끼며 삶의 의욕을 재충전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벚꽃이 만개할 때 대원사에 가려면 차를 백민미술관 주차장에 세워놓고 아예 걸어가는 것이 좋다. 자동차들이 붐빌 뿐만 아니라 한적하게 벚꽃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9일 벚꽃축제를 겸한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주암호 주변의 15번 국도를 따라 창문을 열고 달리는 것도 봄날의 상쾌함을 두 배로 맛볼 수 있는 방법이다.

섬진강변과 나란히 펼쳐진 구례 벚꽃길
장성 백양사, 순천 송광사도 절경


▲ 섬진강 벚꽃길. 강과 어우러진 꽃무더기가 운치를 더해 준다. 여느 길보다 연인끼리 손을 잡고 걷거나 드라이브 하기에 좋다.
ⓒ2006 김인호
구례 벚꽃길은 섬진강변과 나란히 펼쳐진다. 섬진강을 끼고 도는 도로의 가로수가 온통 벚꽃이어서 강과 어우러진 꽃무더기가 운치를 더해 준다.

구례군 문척면 사성암 입구에서부터 간전면 대평리간 9.5㎞를 거쳐 하동군 화개면으로 이어지는 길은 벚꽃 드라이브, 강변 드라이브 둘 다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차량 통행 또한 비교적 적어 봄날의 느긋함까지 맛볼 수 있다.

여기서는 7일부터 섬진강변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9일까지 품바, 농악 등 공연과 함께 쌀엿, 메주콩두부, 전통한지부채, 짚신슬리퍼 만들기 등 체험행사가 푸짐하다.

가을단풍으로 널리 알려진 장성 백양사 또한 산을 휘어 감는 벚꽃으로 화사하게 단장한다. 순천 송광사 들어가는 길목도 빼놓을 수 없는 남도의 벚꽃거리다.

▲ 순천 송광사 들어가는 길목의 벚꽃.
ⓒ2006 이돈삼

▲ 영암 구림마을 벚꽃 관람객들. 전국적인 벚꽃 명소로 알려진 이 곳에는 해마다 많은 상춘객들이 찾아와 벚꽃을 보고 즐긴다.
ⓒ2006 이돈삼

 

 

 

   서러움 안고 피어나는 분홍빛깔 꽃 무리

 

[프라임경제 2006-04-08 10:08]

 


[주말여행] 전남 여수시 영취산

서러움 안고 피어나는 분홍빛깔 꽃 무리[주말여행] 전남 여수시 영취산

산 주름 깊은 응달에서 용케 꽃이 핀다. 아직 찬 기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바람에도 키 작은 꽃나무는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몹시 허기지던 시절, 마을 아이들은 뒷동산에 올라 꽃잎을 훑어 먹곤 했다.

 

향긋한 냄새와 달콤 쌉쌀한 맛의 추억. 그 아이들은 자라서도 그 추억을 잊지 못한다. 남도의 꽃 소식 따라 올해도 그 꽃이 핀다. 전남 여수의 높지도 낮지도 않은 영취산. 그 능선을 벌겋게 물들인 진달래 꽃밭이다.

 

◆ 만발한 진달래 따라 오르는 산

 

진달래는 봄날 뒷동산에만 오르면 쉽게 볼 수 있었던 꽃이다. 무리지어 피는 그 꽃은 철쭉과 달리 잎이 나오기 전 붉은 꽃망울부터 터트린다. 거친 토양과 응달진 곳에서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피어나 가진 것 없고 힘없는 백성들과 더욱 가까웠다. 그래서 진달래를 노래한 시도 참 많은 편이다.

 

60년대 저항시인으로 꼽히는 신동엽도 이 꽃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 꽃 펴 있고, / 바위 모서리엔 / 이름 모를 나비 하나 / 머물고 있었어요. // 잔디밭엔 장총(長銃)을 버려 던진 채 / 당신은 / 잠이 들었죠. // <중략> // 남햇가, / 두고 온 마을에선 /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 발목을 /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 꽃 살이 튀는 산허리를 무너 / 온종일 / 탄환을 퍼부었지요. /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 꽃 펴 있고, / 바위 그늘 밑엔 / 얼굴 고운 사람 하나 /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중략> 잔디밭에 담배갑 버려 던진 채 / 당신은 피 / 흘리고 있었어요.

<신동엽 ‘진달래 산천’ 중 일부>

 

진달래가 만발하는 4월, 여수 영취산에 오르면 이 시가 떠오른다. 마치 선연한 핏빛처럼 물든 능선과 산 주름이 마냥 정겹지만 않은 까닭은 50여 년 전 이 작은 도시에서 벌어졌던 일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여수는 평온하기만 하다. 지난달 절정을 이뤘던 오동도 동백의 뒤를 이어 벌건 진달래꽃 무리가 영취산을 물들인다.

 

 


◆ 봄바람에 꽃망울 터트린 진객

 

그리고 봄을 맞은 상춘객들이 줄지어 산을 오른다. 이 산에서는 8일부터 10일까지 진달래축제가 벌어진다. 훈훈한 남도의 봄바람에 꽃망울 터트린 붉은 진달래가 덧없이 지는 것이 안타까운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든다.

 

영취산은 높이 510m 밖에 안 되는 아담한 산이다. 등산로도 험하지 않아 본격적인 산행으로 생각한다면 아쉬운 감이 들 정도다. 산세도 특별히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 산꾼들에게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4월 초만큼은 괄시하지 못할 산이 된다. 온 산을 뒤덮고 있는 진달래가 일제히 꽃을 활짝 피우기 때문이다.

 

산의 크기는 고향 뒷산보다 크지 않지만 진달래는 마치 분홍색 구름이 내려앉은 듯한 풍경을 그려낸다. 거기에 하늘이라도 해맑은 날이면 천상의 그림과 같은 선경에 빠질 수 있다.

산행의 시작은 봉우재를 기점으로 흥국사나 사격장, 또는 임도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택하는 길은 흥국사와 임도로 나뉜다.

 

임도는 LG정유와 남해화학 사이에서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서 20여분 오르면 산행기점이 되는 임도삼거리에 닿는다.

 

임도삼거리에서 450봉까지는 늦가을 억새평원을 이루는 곳이다. 지금은 대궁만 남은 억새밭이 봄바람에 일렁이는 모습만 보게 된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진달래 군락. 450봉으로 오르는 길 왼쪽 산자락으로 불붙은 듯한 진달래 밭이 펼쳐진다.

 


산행은 봉우재를 기점으로 흥국사, 사격장, 임도, 상암동 등 여러 곳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흥국사나 임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진달래 산행을 위하여는 LG정유에서 남해화악 중간 사이의 임도를 산행기점으로 한다.

여천공단에서 남해화학 방향으로 가는 길가에서 임도가 시작된다. 20여분정도 길을 오르면 산행기점이 되는 임도 삼거리에 닿는다.

 

◆ 억새와 진달래 사이 오솔길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는 삼거리에서 450m봉까지 오르는 등산로는 억새평원이라고도 하며 억새천국이다. 오른편으로 여천공단과 광양제철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왼편 산자락에 수만그루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진달래 군락은 이밖에도 450봉을 지나 작은 암봉이 있는 부근과 정상아래 사면, 진래봉 부근 등 크게 4개 지역에 자생한다.

 

450봉 아래 공터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짤막한 암릉이다. 양쪽은 날선 벼랑이지만 가운데 로프를 매 놓아 쉽게 타넘을 수 있다. 마침내 정상에 서서 오른쪽을 보면 또다시 파도처럼 밀려오는 진달래 사태와 만난다.

꽃밭 사이사이 오솔길로 들어선 사람들은 마침내 점 하나로 남고 결국 분홍의 물결에 갇혀 길을 잃기 일쑤다.

 

진달래 산행을 제대로 마무리하려면 정상에서 흥국사로 곧장 내려서지 말고 진래봉까지 밟아야 한다. 진래봉은 바위와 어우러진 진달래 꽃 무리의 화려한 군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검은 빛의 바위와 화사한 꽃의 벌이는 향연이 장관을 이룬다.

 

여기서 능선을 따라 얼마쯤 내려가면 헬기장에 닿고 계속되는 내리막의 끝에 도솔암과 흥국사가 차례로 나타난다.

산행을 마친 뒤 시간이 남으면 돌산도 향일암이나 오동도 동백꽃밭을 들러도 된다. 여수는 봄날 최고의 경관을 가진 바닷가 도시이기 때문에 이 무렵 무엇 하나 그냥 지나칠 것이 없다.

 

◆ 가는 길

 

대진고속도로를 따라 진주까지 간 뒤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순천IC에서 17번 국도를 따라 가면 된다. 소요시간은 3시간30분정도. 숙박은 파크관광호텔(061-663-2334), 노블레스관광호텔(061-691-1996), 여수비치관광호텔(061-663-2011), 엑스포관광호텔(06 1-653-7777), 벨라지오관광호텔(061-686-7977) 등 시내의 관광호텔이나 돌산도 향일암 주변에 몰려있는 모텔을 이용할 수 있다.

 

◆ 먹을거리

 

국동항 근처의 미림횟집(061-666-6677)에서는 독특한 회 맛을 볼 수 있다. 회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내놓는 맛이 일품으로 꼽힌다. 여수 중앙로터리에서 여객선터미널 방향으로 가다 찾을 수 있는 구백식당(061-662-0900)은 남도에서 자주 접하는 서대 요리를 잘하는 집이다. 또 시내에 있는 한려관(061-642-5600)은 남도정식을 잘하는 집으로 소문났다.

이인우 기자 rain9090@pbj.co.kr

 


 

 

 

 

 

 

JennyFlute(젤이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