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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사계절이 스쳐가는,북미의 영국'

향기男 피스톨金 2006. 5. 2. 11:29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사계절이 스쳐가는 '북미의 영국'


빨간색 2층 버스,애프터눈 티(오후 3~4시께 영국인들이 즐기는 티 타임) 같은 영국적 색채에 인디언이라 불리는 '선주민(First Nations)'들의 독특한 전통,
 
 
이민자들의 다양한 문화가 결합된 '인종의 모자이크' 캐나다.

캐나다에서도 특히 자연환경이 아름답다는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에서는 인종은 물론,계절도 아름다운 모자이크처럼 공존하고 있다.

4월의 BC주에서 만난 봄·여름·가을·겨울을 소개한다.

 

# 가을비(?)

 

내리는 메트로폴리탄토론토,몬트리올에 이어 캐나다 제3의 도시로 불리는 밴쿠버. 세계 4대 미항으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밴쿠버에 가면 마치 밴쿠버의 시민이라도 된 양 마냥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스탠리 파크'를 거닐어 보고 싶었는데,아쉽게도 꿈으로 끝날 것 같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온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누가 이걸 '봄비'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천차만별이다.

 

오리털 점퍼에 목도리를 두른 노인에서부터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심지어는 가을비처럼 차갑고 스산한 빗속을 핫팬츠 차림으로 뛰어다니는 조깅족도 있다.

 

가이드 톰 라이언씨는 "궂은 날씨 때문에 불평하는 관광객들이 많은데,선주민들에게는 비도 축복이었다.

비는 강의 수량을 풍부하게 해서 이곳의 주요 어자원인 연어의 회귀를 돕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두 발로 밟아보고 싶었던 스탠리 파크,비 때문에 이 공원을 차를 탄 채 대충 훑고 만다.

그러다 선주민들의 전통 조각이라는 '토템폴(토템상을 세우기 위한 기둥)' 광장 앞에 잠깐 멈춰 선다.

 

토템폴은 7개인데 그중 하나에는 물고기와 고래,새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연어가 증가하는 고래들로 인해 많이 줄어들게 되자 '천둥새(Thunderbird)'가 나타나 고래를 낚아채 갔다는 전설 속 이야기를 조각한 것이라고 한다.

 

#'봄의 정원'을 지나 '태양의 땅'으로 밴쿠버 섬으로

가기 위해 페리를 탄다.

 

아침의 바닷바람이 맨살을 파고 든다.

봄인데…차갑다.

신문들도 이상 기온에 대한 기사를 다루고 있다.

 

신문을 보니 4월이 이렇게 추운 건 1955년 이래로 처음이라고 한다.

스키 리조트로 유명한 휘슬러에는 어제 비가 아니라 눈이 왔다는 기사도 있다.

 

그러나 BC의 주도 빅토리아의 날씨는 사뭇 다르다.

싱그러운 연둣빛 잔디와 넓은 수선화 밭,양들이 뛰어노는 푸른 평원. 봄빛이 가득하다.

 

'정원의 도시'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빅토리아의 대표 정원,부차트 가든에도 봄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침상원(sunken garden,지면보다 한 층 낮은 정원)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관광객들이 연신 '뷰티풀(아름답다)'을 외친다.

 

입구의 안내판에는 이곳이 20세기 초만 해도 석회석 채석장이었다고 적혀 있는데 전혀 믿기지가 않는다.

 

정원의 꽃들을 바라보며 즐기는 '애프터눈 티'는 부차트 가든에서 누릴 수 있는 사치 가운데 하나다.

빅토리아가 밴쿠버 섬 내에서 가장 영국적인 색채가 강한 곳이라면 코위찬 지역은 선주민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코위찬(Cowichan)'이란 지명은 선주민들의 말로서 '태양이 따뜻하게 해주는 땅(Land warmed by the sun)'을 뜻한다.

그래서일까. 비가 그친 뒤의 상쾌함이 더해진 코위찬의 공기는 그 어느 곳보다 포근하다.

 

 

# 하얀 눈 속에서 뜨거운 여름을 꿈꾸다밴쿠버 섬에서

 

 밴쿠버로 다시 페리를 타고 나온다.

말발굽처럼 생긴 만,'호스슈 베이(Horseshoe Bay)'에 내려서 차를 타고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키 종목 개최지인 휘슬러로 간다.

 

99번 고속도로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바다에서 하늘로(Sea to Sky)'라는 별명이 붙은 99번 도로는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길이다.

 

만년설로 뒤덮인 탄탈루스 산 정상은 하얀 구름과의 경계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그야말로 하늘에 맞닿은 곳!오후 5시. 휘슬러에서는 '아프레 스키(Apres Ski,스키 뒤풀이)'가 한창이다.

 

휘슬러에서는 야간에는 스키를 탈 수 없기 때문에 저녁이 되면 야외 바 앞에 스키 장비를 세워두고 맥주를 마시는 뒤풀이가 성행한다.

 

200여 개나 되는 휘슬러 산과 블랙콤 산의 슬로프는 아직까지도 뽀송뽀송한 눈을 간직한 채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을 유혹하고 있다. 조수경(28)씨는 '봄의 흰 눈' 위를 지겹도록 달려보기 위해 한국 서울에서 날아온 스노보드 마니아다.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한 뒤 6년을 별러 휘슬러를 찾았다고 한다.

"4월 1일부터 6월 4일까지 이용할 수 있는 스프링 시즌권을 370달러(약 30만원) 정도 주고 끊었어요. 실컷 타고 가야죠." 다음날 아침 휘슬러 산으로 올라가기 위해 곤돌라를 탄다.

 

20분 쯤 올라가니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산 정상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생긴 침엽수림이 하얀 눈 옷을 입고 서 있는데,3~4살쯤으로 보이는 아이들부터 60대로 보이는 노인들까지 눈 위를 미끄러져 가는 게 보인다.

 

꼭 스키,스노보드가 아니더라도 뭔가 타 보지 않고는 이곳을 그냥 떠날 수가 없을 것같다.

그래서 일행은 자전거를 빌린다.

 

키 큰 히말라야삼목과 미송(美松) 숲 사이로 바람을 맞으며 달린다.

상쾌하다.

 

휘슬러의 자전거 투어는 6월부터 본격적인 시즌에 돌입한다.

이내 하얀 슬로프는 잊어버리고 울창한 여름 숲을 상상하며 페달을 밟아 나간다.

 

달려라 자전거야! 이곳은 한 쪽 다리와 의족만으로도 달리고 또 달렸던 테리 폭스(1958~1981,암 퇴치 기금 마련을 위한 캐나다 횡단 마라톤에 도전해 143일동안 5천여㎞를 달리다 22세의 나이로 사망한 운동선수)의 나라,캐나다가 아니던가.

 

문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7-1977. 글·사진=이자영기자 2young@busanilbo.com

부산일보 2006-04-2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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