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수줍은 듯 속살을 드러낸다. 까마득한 협곡을 달리는 구절양장 콜로라도 강은 양파껍질 벗기듯 끊임없이 지구의 비밀을 캐고,카이바브 고원을 달려온 탈지면 모양의 구름 그림자는 지구의 역사를 기록한 붉은 바위산과 숨바꼭질을 한다. 인디언 마을에서 비상한 콘도르 한 마리가 언제나처럼 그랜드 캐니언을 벗 삼아 산책에 나선다.
‘사막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날아오른 경비행기가 후버댐 상공에서 기수를 동쪽으로 돌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푸른색으로 빛나는 미드 호수와 콜로라도 강을 거슬러 오른다.
로키 산맥에서 발원한 2350㎞의 콜로라도 강은 본래 붉은색이었다. 콜로라도는 스페인어로 ‘컬러 레드(붉은 빛깔)’라는 뜻으로,유속이 빠른 콜로라도 강이 사암으로 형성된 그랜드 캐니언 협곡을 달리면서 엄청난 양의 흙을 운반하면서 물빛이 붉어졌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그랜드 캐니언 상류에 글랜 캐니언 댐이 완공되면서 토사가 거대한 파웰 호수에 침전돼 물빛이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창밖은 벌써 그랜드 캐니언이다. 지진으로 땅이 갈라진 듯 거대한 협곡에서 불어오는 난기류에 경비행기가 낙엽처럼 요동친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량한 사막은 여호수아의 기도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죠수아 트리’로 명명된 사막 식물군 군락지로 바뀌고,빨랫줄처럼 곧게 뻗은 도로와 철도는 폰데로사 소나무와 향나무가 숲을 이룬 사우스 림을 향한다.
애리조나 주 북쪽 경계선 근처의 파리아 강 어귀에서 네바다 주 경계인 그랜드위시 절벽까지 이어지는 443㎞의 그랜드 캐니언은 콜로라도 강이 수백만 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카이바브 고원을 침식하면서 생긴 거대한 협곡이다.
너비 6∼29㎞,높이 2000m 안팎인 그랜드 캐니언 협곡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파웰 호수에서 미드 호수까지 90㎞ 구간. 콜로라도 강에 의해 침식된 계단 모양의 협곡과 깎아지른 절벽,그리고 협곡에 솟은 바위산은 저마다 독특한 형상인 데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연출한다.
붉은색 분홍색 연노란색 회색 흰색 등 색색의 지층으로 형성된 바위산은 전함을 닮기도 하고 혹은 쿠푸왕의 피라미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뿐만이 아니다. 신전을 닮은 바위산과 사원을 닮은 바위산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 콜로라도 강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랜드 캐니언 관광의 중심지는 공원 남쪽에 위치한 사우스 림. 공항과 기차역,호텔 등이 위치한 사우스 림을 중심으로 동쪽 길은 이스트 림 드라이브,서쪽 길은 웨스트 림 드라이브라고 부른다. 림(Lim)은 ‘계곡의 가장자리’라는 의미로 림 주변의 포인트에는 전망대들이 설치되어 있다.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웨스트 림 드라이브와 이스트 림 드라이브 길을 달리면 서쪽에서부터 피마 포인트,모하비 포인트,호피 포인트,파웰 포인트,마리코파 포인트,야바파이 포인트,머더 포인트,야키 포인트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랜드 캐니언 관광은 셔틀버스를 타고 포인트를 찾아다니며 절벽 위에서 협곡의 장관을 감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헬리콥터나 세스나기를 타고 콘도르처럼 하늘에서 그랜드 캐니언의 장관을 감상하거나,걷거나 노새를 타고 협곡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
대표적 트레킹 코스는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 절벽에서 콜로라도 강 바닥까지 급경사의 오솔길을 따라 이어지는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의 길이는 약 20㎞로 8∼12시간이나 걸린다. 사우스 카이바브 트레일도 그랜드 캐니언의 협곡 바닥으로 내려가는 길로 콜로라도 강변에서 올려다보는 협곡의 웅장함은 황홀하다 못해 숙연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랜드 캐니언의 포인트 중 장관이 아닌 곳이 어디 있으랴만 웨스트 림 드라이브의 브라이트 에인절 로지 뒤편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광만큼 장엄한 곳도 드물다. 깎아지른 듯 황갈색 바위산 연봉들이 동서로 길게 이어지고 2000m 아래 협곡 바닥에는 콜로라도 강이 바위산과 숨바꼭질을 하며 흐른다.
사우스 림 맞은편은 협곡 너머 카이바브 고원으로 이어지는 해발 2500m의 노스 림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황갈색 협곡에서 유독 푸른 나무들에 둘러싸인 곳은 여행자들을 위한 숙박시설이 위치한 팬텀 랜치.
이스트 림 드라이브의 머더 포인트에서 바라보는 바위산들은 유난히 붉다.
속살을 드러낸 절벽에는 키 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뿌리를 박은 채 모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바위산은 20억년에 걸쳐 형성된 수십 개의 지층을 통해 지구의 역사를 말해주는 산증인.
카이바브 고원을 달려온 구름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지질학 교과서’인 그랜드 캐니언은 수백만 년째 핏빛보다 더 붉은 환상적 풍경을 연출한다.
그랜드 캐니언=글·사진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
[그랜드 캐니언]
라스베이거스 직항항공 9월하순 취항 | ||||||||||||||
[국민일보 2006-05-1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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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오는 9월 하순 인천공항∼라스베이거스 노선에 주3회 직항편을 취항한다. 이로써 로스엔젤레스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불편을 없애고 비행시간을 단축,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 캐니언 여행이 한결 편해질 전망이다. 비행시간은 12시간 30분 정도(1588-2001).
그랜드 캐니언은 애리조나 주에 속해 있지만 한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네바다 주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하는 당일 코스를 선호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경비행기로 그랜드 캐니언에 도착한 후 무료셔틀 버스를 타고 몇 개의 포인트를 둘러보는 게 일반적이다.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 캐니언 공항을 연결하는 시닉항공
(www.scenic.com)은 유일하게 기내에 한국어 안내방송 시스템을 갖췄다. 왕복항공료와 점심식사를 포함해 244달러(세금 불포함)로 호텔에서 출발해 호텔로 돌아가기까지 약 8시간이 걸린다.
4시간의 자유시간을 포함한 12시간 코스와 1박2일 코스,콜로라도 강 보트투어 등 다양한 상품이 있다. 비행시간은 편도 1시간. 비지터 센터에서 관람하는 34분 분량의 그랜드 캐니언 아이맥스 영화도 감동적이다.
삼호관광(02-771-3575)은 대한항공 직항편 취항 시점에 맞춰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 캐니언을 관광하는 다양한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라스베이거스에 관한 자세한 여행정보는 라스베이거스관광청 한국사무소에서 얻을 수 있다(02-777-9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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