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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제2의 PC혁명'

향기男 피스톨金 2006. 6. 4. 15:51
 
      빌 게이츠, '제2의 PC혁명'을 말하다.
 
 
 

(빌 게이츠 MS회장이 2006년 5월23일 미 시애틀의 컨벤션 센터에서 WinHEC 기조연설을 하고 있습니다. 손에 든 기기는 아이리버 제품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은 이 시대의 뛰어난 ‘마케터’입니다. 빌 게이츠 회장 스스로는 자신을 '최고 소프트웨어 아키텍트‘(Chief Software Architect of MS)라고 설명합니다만, 제가 보기에 그는 시장(market)을 키우고 없는 시장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그가 각종 행사에서 행하는 연설은 마케터로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오늘은 지난 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윈헥'(Winhec: Windows hardware engineering conference)에서 빌 게이츠가 행한 기조 연설의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의 연설 주제는 ‘플랫폼을 진보시키기’(Advancing the Platform)이었습니다.

 

 윈도 기반 제조 및 소프트웨어 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와 연설이어서 내용의 대중성은 떨어집니다만, 빌 게이츠와 MS가 급속한 디지털 환경의 변화 속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는지가 나타나 있습니다.


우선 저는 PC에 주목하였습니다. 외신을 통해 국내에도 알려진 바와 같이, 빌 게이츠는 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공동으로 지난 5월15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두 사람이 공동 기고문에서 주장한 내용의 골자는 “PC 시대는 끝이 아닌 시작이며, 미래의 디지털 기기를 연결하는 핵심 장비는 여전히 PC”는 것입니다.


이들은 “PC는 휴대전화 MP3 등 다양한 디지털 장비 시장에서 새로운 기능을 발휘해 나가고 있다”며 “일부에서 PC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PC가 단순히 문서나 표를 만드는 기구가 아니라 그 기능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라디오 TV 영화관 등을 연결하는 필수 장비로 PC를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근거로 두 사람은 “지난해(2005년) 인텔 칩과 MS 윈도XP를 장착한 컴퓨터의 판매량이 애플컴퓨터의 아이팟 판매량보다 훨씬 많았다”며 “올해 2억5000만여대의 PC가 출하되면 내년 초에는 전 세계에 10억대가 넘는 PC가 사용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물론 빌 게이츠와 폴 오텔리니는 PC의 영원한 옹호론자여야 합니다. MS와 인텔 비즈니스의 기반이 PC이니까요. PC시장의 끊임없는 확대를 통해 비즈니스의 영속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이들의 의무입니다.


빌 게이츠의 윈헥 연설에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을 소개한 이유는 PC가 지난 수십년간의 단계별 진화과정을 거쳐 또 한번의 단계별 진화를 앞두고 있다고 저 또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PC의 진화는 MS가 2007년 초 정식으로 시장에 내놓을 윈도 비스타(운영체제), 롱혼(서버 플랫폼), 오피스 2007, 익스플로러 7.0의 성공적 시장 창출을 위해 필요한 것일 수도 있지만요.


PC다운 PC의 효시로 흔히 IBM PC 5150을 꼽습니다. 1981년 8월12일 미국 뉴욕에서 발표됐으며, 매년 이날(8월12일)이 PC의 생일로 언급됩니다.  이때 이후 지금까지 24년간 PC용 CPU는 전부 하나의 코어가 탑재된 ‘싱글 코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싱글코어'의 PC개념은 소멸의 초입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빌 게이츠는 2006 윈헥에서 ‘멀티코어’의 한층 진화된 PC 시대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데스크톱, 노트북, 서버용 멀티코어 컴퓨터 제품의 시장 침투율이 오는 2009년 공히 90%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IDC의 예측자료를 제시하면서, “4, 8, 16, 32코어 등 다수의 코어가 장착된 프로세서로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멀티 코어’ 프로세서가 PC시장의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한 때는 작년입니다.  2005년 5월 인텔이 데스크톱 컴퓨터용 ‘듀얼 코어’ 프로세서인 인텔 펜티엄 D를, 같은 해 6월 AMD가 서버용 듀얼 프로세서를 각각 출시한데 이어, 2006년 초 인텔이 노트북용 듀얼 코어를 내놓으면서 듀얼 코어가 컴퓨터 시장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듀얼 코어 프로세서란 중앙처리정치(CPU)안에서 실질적인 두뇌 역할을 하면서 CPU의 성능을 좌우하는 ‘코어’(Core)가 두 개라는 뜻이며, 멀티 코어란 그 코어가 복수라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CPU가 여러 개 달린 PC입니다.

 

그리고 듀얼 코어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어 팔리기 시작한 2006년은 여러 개의 코어를 장착해 컴퓨팅(computing) 성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킨 ‘멀티 코어’ 시대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듀얼 코어의 장점은 싱글 코어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멀티 태스킹(multi-tasking)'의 성능입니다. 멀티 태스킹은 하나의 PC로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테면 인터넷에 접속해 스트리밍으로 고화질 영화를 즐기면서 화면 한쪽 구석에서는 메신저로 친구와 대화를 하고,

 

동시에 P2P사이트에서 대용량 파일을 다운로드받는 것입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맡기면, CPU는 주어진 리소스를 분산해 사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작업에 과부하가 걸리면 전체적으로 속도가 떨어져 매끄러운 프로세싱이 어렵게 되지요.


듀얼 코어는 두 개의 코어가 각각 별도의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예를 들어 이런 문제를 해결합니다. 첫 번째 코어에서 멀티미디어 스트리밍에 의한 영화 보여주기를 실행하면, 다른 코어에서는 파일 다운로드를 수행합니다. 영화, 게임, 음악 등 CPU를 지치게 하는 대용량의 멀티미디어 소비에 있어 이처럼 멀티 코어는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분명 PC의 멀티미디어 소비가 증가할 수록 듀얼 코어의 필요성은 높아질 것이며, 앞으로는 쿼드러플(quadruple) 코어 프로세서의 등장도 예견할 수 있습니다.


빌 게이츠가 PC시대의 새로운 시작을 예기한 것은 바로 멀티코어로의 이행을 염두에 둔 것이며, 이런 멀티코어 시대야 말로 MS에 있어서 진정한 도약의 발판이자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활로를 터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았습니다.


PC의 세대(generation)을 구분할 때 동원하는 또 하나의 수단은 ‘CPU의 비트 수’입니다. 비트 수는 한마디로 CPU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입니다. 그렇다면 32비트 프로세서는 16비트 프로세서보다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두 배일까요? 훨씬 그 이상입니다.

 

16비트 CPU가 2의 16승인 65,536까지의 수를 한번에 처리한다면, 32비트는 2의 32승인 약 42억까지의 수치를 한번에 처리합니다. 그래서 CPU의 비트 수는 CPU가 처리하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레지스터’)의 크기가 2의 16승인지, 2의 32승인지를 말하는 것으로, 16비트에서 32비트로, 다시 64비트로 CPU 성능이 높아졌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PC의 진보, 즉 세대교체를 뜻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최초의 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인 4004는 1971년 발표됐습니다. 이어 이듬해인 1972년 8비트인 8008, 16비트는 1978년, 32비트 프로세서는 1985년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2001년 인텔이 아이태니엄(Itanium)이라는 이름의 64비트 프로세서를 서버용으로 발표한데 이어, 2003년 말 AMD는 PC용 64비트 CPU를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 64비트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새로운 트랜드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는 서버에 이어 데스크톱이 64비트로 이행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앞으로 3년 후에는 출시 제품의 100%가 64비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그림을 보면, 2004년 서버용 64비트 제품이 가파르게 점유율을 높였고,

 

뒤를 이어 순차적으로 데스크톱과 랩탑이 64비트로 이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멀티코어와 마찬가지로 2009년 서버와 데스크톱은 거의 100%, 랩탑 등 모바일 제품은 80% 수준의 시장 침투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빌 게이츠는 설명했습니다.

멀티코어와 64비트에 대한 빌 게이츠의 장밋빛 예상은 윈도 비스타를 비롯한 MS의 차기 제품 전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번 윈헥에서 MS는 3가지 제품의 베타2 버전을 발표했습니다. 3제품은 모두 2007년 출시를 앞둔 것으로, 윈도 서버(코드명 ‘롱혼’), 오피스 2007, 그리고 윈도 비스타입니다. 이중 윈도 비스타는 PC 운영체제의 역사에 있어서 64비트로의 진화를 의미합니다. 비스타는 64비트를 지원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64비트 PC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CPU의 비트 수와 연결해 MS 운영체제를 살펴보면, 과거 ‘윈도 3.1’은 완벽한 16비트 운영체제였습니다. 이어 ‘윈도 95’는 16비트와 32비트에 양발을 걸친 과도기의 운영체제라고 할 수 있고, ‘윈도 98’에 와서야 겨우 32비트 운영체제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2001년 출시된 윈도XP가 진정한 32비트 운영체제로서 인정받았습니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난 2006년 빌 게이츠의 MS는 32비트에서 64비트로의 도약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멀티코어와 64비트 PC 시대는 IT기반의 모든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라이브’와 ‘오피스라이브’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 직접 뛰어들 채비를 갖추면서, 2007년 초 멀티코어와 64비트 환경에 걸맞는 새 운영체제(VISTA)와 인터넷 익스플로러(IE7.0) 등을 통해 웹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검색, 보안, 텔레포니(인터넷전화), 그리고 각종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윈도 기반 위에 구현함으로써 앞으로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서비스’를 팔겠다는 것이 MS의 기본 전략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빌 게이츠와 MS가 보여준 전략은 이른바 ‘재빠른 2등’(Fast Second)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재빠른 2등은 신시장을 창조하고 지배하는 기업은 새로운 시장에 먼저 진입한 선발 사업자(first mover)가 아니라,

 

움직여야할 최적의 타이밍에 폭발적으로 움직여 선두에 올라서는 2등이었다는 콘스탄티노스 마르키데스(런던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의 이론입니다. 신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핵심 성공요인은 ‘빨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움직이는 것’이며, 그 적절한 시점이 맨 먼저인 경우는 드물다는 얘기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 모질라프로젝트, 아이튠스 등 이른바 웹2.0 비즈니스 모델을 자사의 비스타, 인터넷익스플로러 7.0, 윈도 라이브 등에 적극적으로 차용하였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늘 베껴먹는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어찌 보면(MS 주주의 관점에서는 특히) 디지털 세상을 선도하는 글로벌 IT기업으로서 섣불리 위험스런 일을 벌이지 않으면서 기회를 엿보다 전투적으로 달려드는 ‘매우 적절한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기업 전략의 기반에는 인텔, 삼성전자 등과 함께 전 세계 컴퓨팅 혹은 PC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MS 고유의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멀티코어와 64비트의 새로운 PC 시대의 개막, 윈도 비스타를 비롯한 MS의 전략, 그리고 앞으로 치열하게 전개될 MS와 구글의 대결은 과거 익스플로러와 넷스케이프의 대결 못지않게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개봉박두입니다. <끝>

출처;박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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