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마시는 이야기들/세계음식 이모저모

여름엔, 열무김치 콩국수

향기男 피스톨金 2006. 6. 7. 10:32

 

       여름엔 역시… 열무김치 콩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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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고 진한 국물맛 내려면…
 

[조선일보 여성조선기자, 이명원기자]

열무김치와 콩국수는 여름 내내 찾는 시원한 국물의 대명사. 간단해 보이지만, 시원하고 진한 국물 맛을 내는 요령은 따로 있다.

 

전통의 손맛을 꼼꼼하게 재현한 레시피로 유명한 요리연구가 박종숙씨와 초보 주부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꼼꼼히 짚어주는 신세대 요리연구가 최현정씨 도움말로 국물 내는 비법을 알아봤다.


 

열무김치

절인 열무, 자꾸 만지작거리면 풋내

얼큰한 열무 김치 국물 맛을 내는 첫걸음은 재료 절이기에 달렸다. 열무 1단에 굵은 소금 1컵이 기본이다. 열무에 직접 소금을 뿌리면 쓴맛이 나니까, 10% 소금물을 만들어 열무를 담가 2시간 정도 절인다. 이 정도면 숨만 죽어 질기지 않고 맛있다.

 

소금은 3년 이상 되어서 간수가 빠진 것이 김치를 담글 때나 익었을 때 쓴맛이 나지 않는다. 손으로 자꾸 뒤섞거나 많이 헹구면 풋내가 난다. 찬물에 헹군 열무는 채반에 밭혀 물기를 충분히 뺀 후 양념을 해야 겉돌지 않는다.


 

찹쌀풀보다는 보리풀이 좋다

밀가루나 찹쌀가루, 감자나 고구마가루, 보리밥, 쌀밥 등 다양한 재료로 풀을 쑬 수 있다. 특히 밥을 갈아 넣을 때는 따뜻한 상태에서 갈아야 죽처럼 된다. 식은 밥을 갈면 밥알이 겉돌고 김치가 지저분해지므로 주의.

 

흔히 쓰는 밀가루나 찹쌀로 쑤면 편하지만 너무 빨리 익고, 금세 시어진다. 물 1컵에 밀가루 1큰술 정도로 여름에는 겨울보다 묽게 쒀서 넣는다. 감자나 보리풀은 특히 여름김치에 잘 어울리는데 특유의 시원한 맛에 구수한 맛을 더한다.

 

감자나 보리에 물을 붓고 푹 끓인 다음 그 물만 받아쓰거나 믹서에 곱게 갈아 쓰는 방법. 콩을 삶은 다음 남는 콩물로 김치를 담그면 단맛이 나와 설탕을 넣지 않아도 되고, 국물에서 ‘쨍’하는 청량감이 도는데다, 더디 신다. 반드시 충분히 식힌 후에 김치를 담는 것은 기본.


 

묵은 고춧가루는 텁텁한 국물의 주범

붉은 고추를 갈아 김치를 담그면 김치가 칼칼하고 시원하면서도 단맛이 난다. 고추를 갈 때 마늘, 생강 등과 함께 갈면 좋다. 고춧가루로 열무김치를 담근다면, 미리 풀 쑨 것에 넣어 불렸다가 버무리거나 고운 고춧가루를 자루에 넣어 물에 주물러 씻어 색깔을 내면 색도 예쁘고, 양념이 겉돌지

않는다.

 

마른 고추를 불려 곱게 간 것을 자루에 넣어 주무른 뒤 색을 내도 붉은 빛이 도는 시원한 국물을 만들 수 있다.


 

까나리액젓, 황태국물 넣으면 감칠맛

여름김치엔 젓갈을 쓰지 않지만, 새우젓이나 까나리 액젓 같이 맑은 젓갈을 사용하면 오히려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돋울 수 있다. 물 10컵에 황태나 북어 대가리 1개 비율로 넣고 푹 우려낸 국물을 넣거나, 마른 새우가루 약간을 양념에 넣으면 감칠맛이 난다. 젓갈의 젖산균은 김치의 발효와 숙성을 돕고 단백질도 공급한다.


 

콩국수

콩, 너무 무르게 삶으면 메주냄새

콩 국물 맛내기의 첫걸음은 콩을 잘 삶는 데 있다. 불린 콩을 찬물에 넣어 뚜껑을 열고 삶는다. 물이 팔팔 끓으면 찬 물을 한 컵 붓고 다시 끓어오르면 불을 끈다. 콩을 푹 무르게 삶으면 메주 냄새가 나고 고소한 맛도 없으니 비린내가 가실 정도로 살짝 삶는다.

삶은 콩은 찬물에 헹군 후 양손으로 비벼가며 콩 껍질을 벗긴다. 껍질을 완벽하게 벗기려 애쓰지 말자. 콩을 간 다음 체에 거르면 쉽다. 갈아놓은 콩 국물은 체나 고운 망에 거른 후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식힌다. 국물을 거르고 남은 건더기에 김치나 자투리 채소를 넣고 노릇하게 콩전을 부쳐도 맛있다.

잣 땅콩 호두 함께 갈아 넣으면 고소

‘왜 식당에서 먹던 그 고소한 맛이 안 날까?’ 하면서 기죽지 말자. 유명 식당에서는 원래 콩만 사용하지 않고 불포화지방산 풍부한 견과류를 국물내기에 활용한다.

 

잣, 땅콩, 호두, 참깨, 땅콩버터 등을 삶은 콩과 함께 갈면 훨씬 진한 맛이 난다. 단, 견과류를 콩보다 많이 넣으면 콩 맛이 사라지고, 심하면 배탈이 날 수도 있으므로 주의.

 

간은 먹기 직전에, 맛소금보다는 꽃소금을 넣는다. 간을 약하게 해야 진하고 고소한 콩국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콩국수 고명으로는 밋밋한 콩국물에 싱그러운 색감을 주는 오이나 토마토가 제격. 취향에 따라 삶은 달걀, 깨, 잣 등을 고명으로 올리기도 한다.

(글=이덕진 여성조선 기자 [ dukjinyi.chosun.com])

(사진=이명원기자 [ mwlee.chosun.com])

 

 

''후루룩'' 평양냉면 한그릇에 더위도

 

''후루룩''

 

 

[세계일보 2006-06-01 16:33]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냉면을 여덟 그릇이나 먹은 작가의 소회는 “마침내 우리 냉면, 그 시원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은 것 같다는 흔연함에 목젖이 다 떨려왔다”는 것이었다.
 

냉면은 추운 겨울 온돌방에서 먹는 겨울 음식이라는 게 정설이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에 얼음을 동동 띄운 냉면 맛이 더욱 각별하다. 여름에 금강산이나 평양, 개성을 찾는 사람은 본고장 냉면을 즐길 수 있다는 기쁨이 추가된다.

그러나 이북의 여름 별미가 냉면뿐인가. 냉면만 찾아다니다가는 배탈이 날 수도 있다. 따뜻하고 든든한 평양온반, 시원한 김치말이밥, 좀더 호사를 누리자면 털게찜을 맛보는 것도 좋다. 담백한 맛이 특징인 이북의 여름 음식을 소개한다.

▲평양냉면=

평양냉면의 진수를 맛보려면 북한 최고의 냉면전문점 ‘옥류관’을 찾아야 한다. 금강산에도 분점이 있고, 서울 역삼동에 평양 옥류관의 비법을 배워온 재일동포가 운영하는 옥류관이 있다.

냉면 메뉴는 물냉면과 쟁반냉면 두 가지. 우선 면발에 검은빛이 돈다. 메밀 함량이 높을수록 색이 진해지기 때문이다. 전분을 섞어 쫄깃한 맛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평양냉면은 메밀 만으로 찰기 없이 뽑은 면이 특징이다. ‘이북식’으로 먹는 방법은 고명을 옆으로 얌전히 밀어놓고 면을 젓가락으로 들어 직접 식초를 뿌리고 겨자는 국물에 타는 것이다.

▲편수=

왕만두가 겨울 만두라면 네모난 만두인 편수는 여름 만두다. 원래 유두(음력 6월 15일)에 만들어 먹던 전통 음식으로, 물 위에 조각이 떠 있는 모양이라고 하여 ‘편수(片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호박과 표고버섯, 숙주나물 등 야채 만으로 소를 만들어 밀가루 피에 네모난 모양으로 빚어 찐다. 식힌 후 차가운 육수에 띄워 먹는다. 야채 소와 차가운 육수가 어울려 깔끔한 맛을 낸다.

▲김치말이=

김치 국물에 육수를 섞어 찬밥이나 국수를 말아먹는 음식으로, 김치말이밥 또는 김치말이국수로 불린다.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밤참이나 간식으로 즐기던 음식이다. 김치 국물이나 동치미 국물에 육수나 물을 섞어 농도를 맞춘다.

얼음을 동동 띄워도 좋다. 여기에 송송 썬 김치와 찬밥을 넣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는다. 먹다 남은 메밀묵이나 녹두지짐, 삶은 달걀, 오이채 등을 넣기도 한다. 매콤하면서 시원한 물김치처럼 솔직한 맛이다. 원래 이북 음식이지만 속을 씻어내리는 듯한 시원한 느낌 때문에 냉면이나 소면처럼 고깃집의 후식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평양온반=

‘따뜻한 밥’이라는 뜻의 온반은 여름철 찬 음식으로 위와 장이 지쳤을 때 이를 달래줄 만한 자극 없고 편안한 음식이다. 옛날 평양의 양반 집안에서 먹었던 음식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냉면과 함께 이북 대표 음식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화됐다.

국밥과 비슷하지만 밥과 건더기를 그릇에 담은 뒤 육수를 마지막에 붓는 조리법이 특징이다. 만드는 법은 냄비에 닭을 통째로 넣고 삶은 후 육수와 건져서 찢은 닭고기를 따로 준비한다.

표고버섯은 볶아 나물로 만들고 녹두를 갈아 기름에 부쳐 손바닥 반 만한 작은 녹두지짐을 만든다. 흰 쌀밥을 그릇에 담고 닭고기와 표고버섯, 녹두지짐, 썬 파를 얹은 뒤 기름을 말끔히 걷어낸 닭 육수를 부으면 완성된다. 기름기가 쏙 빠진 닭 육수와 닭고기 덕분에 담백하면서도 한 그릇으로 속이 든든해 진다.

▲털게요리=

등딱지와 다리가 촘촘한 털로 뒤덮인 털게는 추운 지역에서 잡힌다. 북한산 털게는 겨울이 제철이지만, 여름에도 산 털게를 맛볼 수 있다.

그냥 쪄 먹는것이 가장 좋은 요리법이라 할 정도로 살 맛이 좋다. 몸집은 크지 않지만 짧은 다리 속에 통통하게 꽉 들어찬 살이 별미다.

최근 국내 할인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북한산 털게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털게는 내장이 많고 그 감칠맛이 진해 게장에도 어울린다. 금강산 고성항 횟집에서는 털게 간장게장도 판매한다.

▲밀범벅=

햇밀을 수확하는 초여름에 만들어 먹는 평안도식 떡이다. 밀가루에 콩 또는 팥을 버무린 것으로, 여름철 간식으로 이용된다. 붉은 팥이나 강낭콩을 삶다가 콩이 물러지면 밀가루를 조금씩 넣으면서 익힌다. 물기가 없어지면 꺼내 식히고 뭉쳐 놓았다가 먹으면 된다.

권세진 기자 sjkwon@segye.com

<''진짜배기 웰빙'' 이북음식 여기!>
 

흔히 냉면집으로 대표되는 이북식 음식점은 그 수가 의외로 많지 않다. 한때 새터민(탈북자)들을 중심으로 이북 음식 전문점이 크게 늘었지만, 이북 정통 음식은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남쪽 사람들에게 잘 맞지 않아 하나둘씩 차례로 문을 닫았다. 그러나 지금도 몇몇 전문점은 꾸준히 손님을 끌고 있다. 이북 음식의 심심한 맛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조미료를 쓰지 않고 기름기가 없는 이북 음식은 진짜 웰빙 음식.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북한의 맛집을 찾아봤다.

▷평양면옥=꽤 큰 규모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손님 행렬에 이끌려 온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정도로 ‘심심한’ 맛이다. 30년 이상 3대째 평양냉면 전통을 지켜와 조금씩 변화를 거듭한 현재의 평양냉면과도 맛이 조금 다르다. 옛 평양냉면 맛을 기억하는 실향민들이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모이는 일이 많다. 신세대들은 평양면옥 냉면을 조미료를 넣지 않은 담백한 별미로 받아들인다. (02)2267-7784

▷을지면옥=평양면옥과 함께 서울에서 심심한 평양식 냉면을 재현하기로 유명한 곳. 면은 메밀이 85% 이상으로 찰기가 없어 앞니로도 툭 끊길 정도다. 냉면 국물은 적어도 대여섯 번은 먹어 봐야 참맛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깊고 묘한 맛이 있다. 냉면과 편육을 함께 먹을 수 있다. (02)2266-7052

▷이북손만두=냉면 전문점들을 제외하면 북한 음식 전문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북손만두는 점심 무렵에 줄이 늘어서는 곳으로 유명한 음식점이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른 주먹만한 평양식 손만두. 이 만두를 육수에 넣고 끓인 만두전골이 주 메뉴지만, 여름엔 시원한 김치말이밥이 직장인들의 점심 식사로 인기다. (02)776-7360

▷풍년명절=흔치 않은 황해도식 한정식 전문점. 은평구 응암동 응암시장 안에서 20여년째 영업 중인 이곳은 주인이 황해도 출신 어머니에게 전수받은 요리 솜씨를 자랑한다. 황해도는 곡창지대여서 예로부터 부잣집이 많고 인심이 후해 푸짐하고 구수한 음식이 많다. 황해도 왕만두, 해주비빔밥, 온반 등 황해도식 전통 음식과 한정식 코스 요리가 있다. (02)306- 8007

권세진 기자

 
 
 
속살이게가 든 상합 칼국수 "국물이 끝내줘요~"

[오마이뉴스 2006-06-06 10:49]    

 

[오마이뉴스 전갑남 기자]
 
▲ 상합을 넣어 끓인 칼국수. 굴물 맛이 아주 시원하였다. ⓒ2006 전갑남
ⓒ2006 전갑남
올해는 장마가 일찍 온다고 한다. 나는 마음이 급하다. 장마가 오기 전에 풀을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장마가 지면 잡초는 물고기가 물은 만난 듯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부쩍부쩍 자란다. 손 쓸 틈을 주지 않고 자라서 지금 게으름을 피우면 풀한테 손을 들고 만다.

나는 풀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침에는 호미로 고랑에 난 어린 풀을 긁어주고, 오후 들어서는 나무 밑에 자라는 풀을 낫으로 벤다.

아내는 채마밭에 시원스레 물을 준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자 따가운 태양과 함께 손바닥하게 자란 상추가 탐스럽다. 요즘 같아서는 하루해가 짧다.

상합 칼국수 한번 끓여볼까?

하루 종일 밭에서 일을 한지라 해거름이 되자 허기가 진다. 이럴 때 시원한 칼국수를 먹으면 제격일 것 같아 아내에게 물었다.

"해물 칼국수 잘 하는 집 알고 있는데, 거기 갈까?"
"칼국수요? 아참! 상합 있잖아요. 내가 집에서 끓일게요."
"상합 넣은 칼국수, 그거 좋겠다!"
"빨리 준비하자구요."

우리는 졸지에 칼국수를 해먹기로 했다. 상합은 이틀 전 형제처럼 가까이 지내는 친구네가 보내왔다.

▲ 칼국수에 넣을 재료. 밀가루 반죽에 우리가 농사지은 감자와 쪽파이다. ⓒ2006 전갑남
ⓒ2006 전갑남
▲ 칼국수는 직접 손으로 밀어야 제맛이 난다. ⓒ2006 전갑남
ⓒ2006 전갑남
칼국수에는 감자가 들어가야 맛있을 것 같아 밭에서 감자 한 포기를 들췄다. 아직 실하지는 않았지만 딸려오는 감자를 보고 아내 입이 벌어진다. 언제 이렇게 감자 밑이 들었느냐는 것이다. 감자 순이 누런 잎이 질 때까지 기다려 캐면 더 토실토실할 거라는 기대감에 부푼 것 같다.

쪽파 몇 뿌리를 뽑아 다듬고, 계란을 풀어 밀가루를 반죽하니 금세 칼국수 쑬 준비가 끝났다.

나는 아내가 밀가루 반죽한 것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방망이로 밀어 넓적하게 폈다. 널찍하게 편 것에 밀가루를 바르고, 두르르 말아 칼로 써니 칼국수가 완성되었다.

요즘 시장에 가면 상품화된 칼국수가 있지만 집에서 방망이로 밀어 만든 맛과 비교할 수 있을까?

▲ 준비한 상합. 백합이라고 부른다. ⓒ2006 전갑남
ⓒ2006 전갑남
조개의 '귀족' 상합

지금은 상합이 많이 나오는 철이다. 상합은 백합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곳 강화에서는 백합이라는 말 대신 상합이라고 부른다.

상합은 전복에 버금가는 조개의 귀족이다. 특히 강화 주문도, 볼음도 개펄에서 나오는 상합은 예로부터 임금님께 올리는 진상품이었다.

껍질은 까맣고 반들거리는 껍데기가 꼭 니스 칠을 한 것처럼 햇볕에 반짝인다. 겉은 검은 색인데 속살이 희어서 백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피로회복과 미용식으로 이름이 높다.

상합은 여느 조개와는 달리 필요한 때를 제외하고는 입을 열지 않는다 하여 정절에 비유되기도 한다. 전문가들도 상합을 까는 데 애를 먹는다.

모양이 예쁘고 껍질이 꼭 맞게 맞물려 있어 '부부화합'을 상징한다 하여 일본에서는 혼례음식에 반드시 포함된다고 한다. 상합은 회로, 탕으로 먹기도 하지만 죽, 찜, 구이로도 다양하게 요리한다.

▲ 상합탕이다. 맛이 있으면서도 아주 간단하게 끓일 수 있다. ⓒ2006 전갑남
ⓒ2006 전갑남
▲ 상합 속에는 속살이게가 들어있었다. ⓒ2006 전갑남
ⓒ2006 전갑남
상합으로 끓이는 탕만큼 간단한 것도 없다. 나는 상합탕을 좋아한다. 찬물에 상합 서너 개와 파 마늘만 넣고 끓이면 된다. 식성에 따라 마른 세우를 넣어 끓이기도 하는데, 국물 맛이 시원하다. 술 먹은 다음날 상합탕은 숙취해소와 쓰린 속을 달래주는 데 그만이다.

아내가 찬물에 상합을 몇 개 넣고 끓이다가 입을 벌리자 무엇을 발견한 양 호들갑이다.

"상합 속에 게가 들어있어요!"
"당신, 처음 봐?"
"웬 조개 속에 아주 작은 빨간 게가 들어 있네요."
"그게 속살이게라는 거야."
"그럼 조개와 공생관곈가?"
"아마 그럴 걸."

조개 속에 아기 게가 함께 산다는 것이 신비스럽다. 말 못하는 생물들이지만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생각에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를 발견하는 듯싶다.

▲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온 칼국수, 그 맛이 '끝내준다'. ⓒ2006 전갑남
ⓒ2006 전갑남
야, 국물 맛이 정말 시원한 칼국수네!

상합과 나박나박 썬 감자를 넣고 팔팔 끓이자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왔다. 김이 올라오는 국물에서 단내가 난다. 설렁탕 국물처럼 뽀얀 국물에 칼국수를 풀어 넣자 맛있는 음식이 완성되었다. 마지막으로 다진 파를 넣었다.

정신없이 한 그릇 가득 먹는 나를 아내가 빤히 쳐다본다.

"그렇게 맛있어요?"
"당신의 손맛도 손맛이지만, 상합 국물 맛이 끝내주네!"
"음식점에서 사먹는 것보다 훨씬 낫죠?"
"그걸 말이라고 해."

조갯살의 쫄깃한 맛과 부드럽게 씹히는 감자가 색다른 칼국수 맛을 낸 것 같다. 시장기가 있는데다 땀 흘려 일하고 난 뒤 먹은 시원한 상합 칼국수! 가히 그 맛이 예술이라고 하면 지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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