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동남아 섬

팔라우,에메랄드빛 청정한 바다위 샹그릴라

향기男 피스톨金 2006. 6. 20. 17:06

 

                  팔라우 여행…

 

   상어 밥 주기?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하루 업무를 마친 뒤, 밤 11시 출발하는 팔라우행 비행기를 탔다. 비좁은 이코노미석 가운데 자리. 왠지 불안해 보였던 복도 건너 3살 꼬마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륙 1시간 후부터 착륙 때까지 지치지 않고 울며 악을 쓰다 부모조차 손을 놓게 만든다. 그래도 시계바늘은 돌아가고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목적지 도착.


 

호텔에서 4시간여 짧은 수면 뒤에 펼쳐진 다음날 아침의 팔라우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바다가 사이 좋게 맞닿아 있었고 밤샘 비행기 여행의 고통쯤은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포만감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몰디브나 피지처럼 잘 꾸며진 고급 휴양지는 없지만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기만 하면 놀라움 속에 자연과 하나될 수 있는 기회가 지천으로 깔려있는 곳. 서울에서 5시간 거리에 불과했다.


발 밑으로 상어가 헤엄치다


 

이곳의 투명한 비취 빛 바닷물은 세계 어느 명소 못지 않다. 아침 10시, 10~20인승 배를 타고 나가 5시까지 3~4개 무인도와 바다 이곳 저곳을 도는 게 팔라우 관광의 요체. 그 중 가장 이색적이면서 등골 오싹한 코스는 ‘상어 밥 주기’다.

 

뭉텅 뭉텅 썰어낸 참치 덩어리 10여개를 가이드가 차례로 바닷물에 던져 넣으면 스노클링 기어를 쓴 관광객들이 일제히 시선을 물 속으로 향한다. 수심 3m가 채 안 되는데도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몰려드는 10여마리 상어들. 길이 2m짜리 상어들은 대부분 그 외형이 영화 ‘조스’ 주인공과 비슷하다.

 

 “안전하다”는 가이드의 말을 믿으면서도 상어가 배 밑 30㎝ 아래로 휘이익 지나가며 한기를 일으키면 눈을 질끈 감는 수밖에. 작은 빨판상어들은 ‘보너스’.


하얀 진흙으로 머드팩을 하다


 

팔라우 본섬에서 배를 타고 30여분만 이동하면 기묘한 장소가 나타난다. 수백개 무인도로 이뤄진 록 아일랜드 지역 한 가운데. 이건 바다가 아니다. 섬들에 둘러싸여 물살의 흐름이 전혀 없는 호수 같다. 투명한 다른 지역 바닷물과 달리 푸르면서도 약간 뿌연 기운이 있다.

 

알고 보니 이곳 바다 밑은 하얀 산호 가루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산호가 깎이고 부서져 입자 고운 진흙처럼 돼버린 것. ‘밀키웨이(Milkyway)’라 불리는 이 곳은 관광객이 피부미용을 위해 꼭 찾는 장소가 됐다. 가이드가 산호 진흙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바르고 배 위에서 햇볕에 말린 뒤 바다에 뛰어들어 씻어 내렸다.


해파리와 춤을


 

팔라우의 진풍경은 바다가 전부는 아니다. 엘 마르크 섬의 ‘해파리 호수(Jellyfish Lake)’.


20여분 험로를 거쳐야 모습을 드러내는 이 소금물 호수에는 수백만 마리의 해파리가 평화롭게 살고 있다. 약간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과감하게 스노클링을 시작하면 눈 앞에 펼쳐지는 ‘물 반 해파리 반’ 풍경이 황홀하다. 꿈 속을 거니는 듯 하다.

 

미끌미끌한 해파리가 몸에 와 닿으면 잠시 옴츠러 들지만 독성이 없고 누구를 공격하는 법도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여행수첩]

 

●정식명칭은 팔라우 공화국. 34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이 나라의 인구는 2만여명.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 점령됐다가 1994년 10월 독립했으며 공용어는 영어다. 수도는 코로르.


 

시간: 5시간여 비행기를 타고 가지만 한국과 시차가 없다.

: 미국 달러를 쓴다. 물가는 생각보다 싸지 않지만 유흥가, 쇼핑가 등이 제대로 없어 호텔 밖에서 돈 쓸 일은 거의 없다.


 

●팔라우에서도 리조트 휴양을 즐길 수 있다. 본 섬에 전용 해안을 갖고 있는 유일한 숙박시설 ‘팔라우 퍼시픽 리조트’를 이용하면 된다. 인공적으로 조성했다는 이 해안은 20여m만 나가도 형형색색 다양한 물고기를 만날 수 있어 스노클링에 적격. ‘팔라우 로얄 리조트’는 깔끔한 호텔형 숙박업소다.


 

●아시아나 항공이 직항 전세기를 운항 중이다. 8월26일까지 계속된다. 밤(11시)에 출국하고 아침(10시)에 귀국하는 일정. 목요일과 일요일에 비행기가 출발한다. 여행 상품 문의는 루카스 여행사 (02)884―4490 (최승현기자 [ vaidale.chosun.com])

 

 

 

     에메랄드빛 청정한 바다위 샹그릴라 ‥

 

                       '팔라우'

 

[한국경제 2006-06-19 11:09]    

 


11시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4시간반 만에 팔라우 국제공항에 내린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나서니 열대지방 특유의 열기가 느껴진다. 수도 코롤로 향하는 구형 일제 버스는 심하게 덜컹거린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시내의 풍경은 휴양지라기보다는 한적한 시골 같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인구 1만8000명의 80%가 거주한다는 코롤의 건물들은 우리나라의 1970,80년대를 연상케 하지만 좀 더 여유 있는 모습이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육상투어에 나선다. 엉성하게 포장된 1차선 도로를 차로 달리다 보면 몇 가지 신기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도로 시스템이 우리나라처럼 자동차가 우측통행임에도 운전석은 모두 오른쪽에 달려있다.

 

도로는 미국식이지만 다니는 차는 모두 일본에서 수입한 중고차들이기 때문이다. 시내에 신호등이 거의 없다. 그나마 시내에 2개 있는 신호등조차 지키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내 중심가에서 차로 10여분 달리면 코롤에선 누구나 한 번쯤 방문한다는 대통령궁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통령궁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아담한 건물엔 경비조차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동사무소 건물이 딱 어울릴 듯한 자태는 오히려 정겹기까지 하다. 주차장에 세워진 대통령 전용차 그랜저XG도 한국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시내에서 한시간가량 떨어진 널마우스 폭포로 향한다. 팔라우만의 원시자연을 느낄수 있는 곳이다. 폭포 입구에서 챙긴 나무막대기에 몸을 의지한 채 발목까지 빠지는 질퍽한 진흙탕 길을 한참 걸어가야 한다.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나무뿌리에 뒤덮인 채 녹이 다 슬어버린 철길과 조우한다.

 

현지 가이드에게 물으니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광석을 캐기 위해 깐 철로라고 한다. 평화로워 보이기만 한 이 섬에도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해진다. 그런 감정은 장쾌하게 물을 쏟아내는 널마우스 폭포를 만나면 눈 녹듯이 사라진다.

 

땀에 흠뻑 젖은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쏟아지는 폭포물에 몸을 맡기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진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선착장으로 향한다. 20인승의 날렵하게 생긴 보트에 오르자마자 150마력짜리 야마하 모터 2대가 일제히 굉음을 울린다. 보트는 순식간에 에메랄드빛 물 위를 가르며 시속 80㎞로 내달린다. 사정없이 머리카락을 흐트려놓는 바다 바람에 그간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 버린다.

 

다와 하늘을 가르던 지평선엔 어느새 송이버섯 모양의 아름다운 섬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수백여 개의 조그만 바위섬이 올망졸망 뿌려져 있는 팔라우의 자랑 락 아일랜드다. 푸른 하늘,그 하늘보다 더 푸르른 바다 사이에 떠 있는 푸른 섬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누군가 수채화를 그려놓은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든다.

 

배는 달리고 달려 밀키웨이라는 에메랄드빛 바다에 도착했다. 이름 그대로 바닷물에 우유를 풀어놓은 것 같은 색을 띠고 있다. 파도가 거의 없어 오랜 세월 침전된 산호가루가 석회빛 흙이 되어 가라앉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선 이 흙으로 전신 머드팩을 즐길 수 있다. 바다 밑에서 막 퍼올린 천연 머드를 온 몸에 바르고 시원한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면 몸에 붙은 흙들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어느새 피부가 보들보들해지는 느낌이다.

여성들에게 이보다 더 매력적인 관광지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보트는 기수를 돌려 바다 곳곳의 스노클링 포인트를 섭렵한다.

 

이제부터 팔라우 여행길의 '백미'로 꼽히는 바다 속 여행이 시작된다.

물안경과 구명재킷을 착용한 채 물에 뛰어들면 살아있는 바다 속 자연을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울긋불긋 현란한 색깔을 자랑하는 열대어부터 장대하게 펼쳐져 있는 산호초,너비가 족히 1m는 되는 초대형 조개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낸다.

상어 출몰 지역에서의 스노클링은 제대로 된 스릴도 맛볼 수 있다.

 

마치 조금만 발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 상어를 보자면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다.

록아일랜드의 조그만 섬 엘마르크에선 또 다른 신기한 스노클링을 체험할 수 있다.

 

이 섬의 소금물 호수엔 수백만마리의 해파리들이 서식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바다와 격리된 채 살아왔기 때문에 독성이 없는 것이 이 곳 해파리들의 특징이다.

 

물안경을 통해 물속을 팔랑팔랑 헤엄치고 있는 투명한 주홍빛 해파리들이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팔라우의 밤이 깊어지면 선착장엔 또 다시 사람들이 드문드문 모여든다.

팔라우에서 유일하게 밤에 즐길 수 있는 여흥거리인 밤낚시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아직 사람의 손길이 덜 간 팔라우에선 이렇다 즐길만 한 밤문화가 적은 편이다.

밤낚시는 낮의 스노클링과는 다른 밤바다의 묘미도 느끼고 이국의 적적함을 달래기엔 그만이다.

 

20분 정도 밤바다를 날아가던 보트는 낚시를 할 장소에서 조용히 닻을 내린다.

 

낚시라고 해도 사용하는 장비라곤 낚싯줄 뭉치와 바늘이 전부다.

바늘에 미끼를 달고 바다 속에 그대로 추가 달린 낚싯줄을 풀어놓으면 준비 끝이다.

 

낚싯줄을 부여잡고 있으면 어느 새인가 고기들이 입질을 시작한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줄을 감아올리면 큼지막한 도미가 팔딱팔딱 뱃전을 뛰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한 번도 낚시를 해본 적 없는 사람도 금방 고기를 낚아 올릴 정도로 쉽고 재미있다.

여기에 잡은 고기들을 회 떠서 소주 한 잔 곁들여 먹으면 불현듯 복받쳐 오르는 감성에 취해버린다.

 

인공의 화려함 대신 소박한 바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태평양의 조그만 섬 팔라우. 순박하고 때 묻지 않은 이곳 원주민들의 심성은 자연을 그대로 빼닮았다.

 

팔라우를 찾는 관광객들도 이러한 순수함에 끌려 여기까지 찾게 되는 것일까.

낚싯배 위를 유유히 흐르는 별들은 아무 말 없이 소주잔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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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투어, 8월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전세기 일주일에 두 번 운항 ]

팔라우는 필리핀에서 동남쪽으로 1000마일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거제도만한 섬이다.

 


수도는 코롤이며 팔라우 인구의 80%가 거주한다.

공항에서 차로 3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은 택시뿐이다.

 

1994년 미국의 신탁통치에서 벗어난 독립국가지만 아직은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공용어는 팔라우어와 영어를 쓰고 화폐는 미 달러화가 통용된다.

한국과의 시차는 없다.

 

물가는 괌이나 푸켓 같은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비싼 편이다.

담배 한 갑에 4.5달러 정도 한다.

필름이나 담배 같은 소모품은 한국에서 가져오는 게 돈을 절약하는 길이다.

 

호텔 전화요금도 비싸기 때문에 현지에서 국제 전화카드(10달러,25달러)를 사는 편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팔라우로 가는 직항편은 아직 없다.

 

하나투어(1577-1212, www.hanatour.com)가 8월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를 일주일에 두 번 운항한다.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목요일과 일요일에 출발하며 4박5일 스페셜 리조트 패키지가 129만원이다.

팔라우=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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