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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싱그러운 숲에 몸을 던지다.광릉 수목원

향기男 피스톨金 2006. 6. 20. 17:14

 

         6월, 싱그러운 숲에 몸을 던지다

 
▲ 황금주목나무 ⓒ2006 이승철
ⓒ2006 이승철
바쁜 일상과 각종 스트레스로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쉬기에는 어떤 곳이 제일 좋을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각각 다르겠지만 나는 나무들이 우거진 숲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처럼 나무들이 왕성하게 성장하는 시기의 숲이야말로 가장 좋은 휴식장소다.

푸른 숲은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나무는 피톤치드라는 특수 물질을 방출하는데 이 물질이 사람의 몸에 아주 유익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완화효과와 항균효과, 탈취 및 진정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와 피부질환을 개선하고 면역기능을 증대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숲은 사람들에게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인 쉼터일 뿐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인 건강까지 증대시켜주는 아주 유익한 장소인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 최고의 숲은 어디일까? 지난 주 화요일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있는 국립광릉수목원을 찾았다.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하여 태릉과 퇴계원을 거쳐 이어진 4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국립광릉수목원 입구 길로 들어섰다. 입구 길로 들어서자 맑은 날씨인데도 왕복 2차선 도로가 어둑어둑해진다. 길 좌우에 늘어서 있는 아름드리 커다란 전나무들이 하늘을 가려버렸기 때문이다.

▲ 광릉수목원풍경 ⓒ2006 이승철
ⓒ2006 이승철

▲ 눈향나무 ⓒ2006 이승철
ⓒ2006 이승철
입구 주차장으로 들어가려 하자 예약 여부부터 확인한다. 인터넷으로 5일전에 예약을 했기 때문에 바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입장료는 어른 1천원, 군인과 청소년은 700원, 어린이는 500원이다.

경내로 들어서자 엄청나게 커다란 전나무와 소나무 등 길가에 쭉쭉 뻗어 올라간 나무들과 우거진 숲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그야말로 진초록으로 우거진 숲의 바다다. 국립광릉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자 최고의 수목원이다. 광릉은 조선의 제7대 왕인 세조의 왕릉이 있는 곳이다. 세조는 생전에 일찍이 이곳에 자신이 죽은 후 묻힐 곳을 지정해 놓았다고 전한다.

이 광릉 숲은 왕릉이 있는 곳이어서 그 누구도 경작을 하거나 삼림을 훼손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옛날부터 숲이 가장 잘 보존될 수 있었다. 이 지역은 1468년에 왕릉 숲으로 지정된 뒤부터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특히 수리봉 일대에는 서어나무, 신갈나무 등이 500년 이상 잘 보존되어 있어서 학술보존림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하나밖에 없는 학술보존림이기도 하다.

이 광릉은 자연림이 잘 보존되어 오던 중 일부가 인공림으로 바뀌게 된 것은 1913년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이곳을 임업시험장으로 사용하면서부터다. 임업시험장이란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들이 우리나라에 적응할 수 있는지, 또 숲은 어떻게 변하고, 어떤 병충해가 발생하고 치료할 수 있는지 등 삼림에 관한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곳이다.

▲ 육림호 풍경 ⓒ2006 이승철
ⓒ2006 이승철

▲ 산딸나무 꽃 ⓒ2006 이승철
ⓒ2006 이승철
이러한 실험들을 하기 위해서 인위적인 숲을 조성하였기 때문에 현재의 광릉 숲은 자연림과 인공림이 거의 반반씩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먼저 휴게 광장을 거쳐 육림호를 향했다. 역시 숲은 대단한 모습이다. 휴게광장의 하늘을 찌를 듯 크게 자란 나무 밑에서는 이곳으로 소풍 나온 어린이들의 재잘거림과 새들의 지저귐이 숲의 한 부분처럼 어울리고 있었다.

초록의 희망을 이고/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모습은 아니 보이고
늘/먼저 와서/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노래처럼/향기처럼
나도/새로이 태어나네
유월의 숲에 서면/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이해인의 시<유월의 숲>모두-

주변의 숲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전나무가 하늘을 가려 한낮에도 으스스한 느낌이 들 정도로 나무가 빽빽하다. 전나무나 소나무는 나무에서 방출되는 피톤치드 덕분에 삼림욕 효과가 더 좋다고 하는데 이유는 활엽수보다 침엽수에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육림호는 숲속의 작은 호수로 그림 같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골짜기에서 흘러드는 물을 막아 만든 인공 호수로 호수 위에 길게 가지를 드리운 나무와 물 위에 비친 하늘빛이 조화롭다. 호수 한 쪽에는 연꽃이 피어 있고 육림호로 흘러드는 작은 시냇물 옆에 있는 습지 위로 걸린 생태관찰로도 운치 있는 모습이다.

▲ 꽃말발도기꽃 ⓒ2006 이승철
ⓒ2006 이승철

▲ 중산국수나무 ⓒ2006 이승철
ⓒ2006 이승철
육림호를 돌아 침엽수림으로 가는 길에는 수천수만 마리의 작고 검은 나비들이 길바닥에서 일제히 날아올라 주변을 맴돌다가 다시 땅으로 내려앉는 모습이 이채롭다. 고산식물원에는 노란색의 눈향나무가 마치 황금나무처럼 화려한 모습이다.

숲 속에 인공으로 조성해놓은 산책로도 그윽하고 멋진 모습이다. 산책로를 빠져 나와 산림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은 별로 크지 않은 아담한 2층 건물이다.
 
박물관 안에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아름다운 사계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숲과 숲의 역사, 사람이 숲을 이용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산림과 인간. 우리나라와 세계의 삼림지도, 세계 여러 나라의 나무들이 모여 있는 세계의 임업, 한국의 임업, 한국의 자연 등이 다섯 개의 전시실에 나눠 전시되고 있었다.

산림박물관과 그 옆의 난대 식물원을 돌아보고 나오자 바로 길 옆의 제법 커다란 나무들이 하얀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꽃을 피웠다기보다 파란 나뭇잎에 흰나비들이 가득히 내려 앉아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산딸나무다.

식용식물원과 약용식물원을 둘러보고 화목원으로 들어섰다. 화목원은 이름 그대로 꽃나무들을 모아 놓은 곳이다. 길가에 꽃 같기도 하고 작은 열매들이 촘촘히 붙어 있는 것 같기도 한 나무가 신기하여 살펴보니 중산국수나무다.

▲ 북한의 국화, 함박꽃나무 ⓒ2006 이승철
ⓒ2006 이승철

▲ 수생식물원 풍경 ⓒ2006 이승철
ⓒ2006 이승철
마침 길가에 흐드러진 꽃이 멀리서 보기에 조팝나무 꽃처럼 보인다. 조팝나무 꽃이 진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조팝나무 꽃인가 하여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꽃 모양이 조금 다르다. 나무 밑의 명찰을 보니 꽃말발도리 나무다.

수생식물원은 제법 큰 연못이다. 물속에는 각종 수생식물들이 자라는 모습이고 몇 가지 다른 연꽃들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연못 옆 언덕에는 작은 정자가 멋진 모습이고 연못과 주변의 경치가 어우러져 멋스러움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수목원은 전체적으로 조화롭고 질서 있는 배열을 하고 있으면서도 삼림 본래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었다. 동물원으로 들어가 보려고 입구를 찾으니 굳게 잠겨 있다. 안내문에는 역시 미리 예약한 하루 200명만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각 100명씩 관람하게 되어 있었다.

동물원 입구 화단에는 명찰도 비치되어 있지 않는 구름 모양의 이름 모를 꽃 몇 송이가 여러 사람들의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었다. 특이한 나무들이 많았지만 특별히 관심을 끈 나무는 잎 모양이 12모로 뾰족뾰족한 점단풍나무와 흡사 향나무처럼 생긴 섬잣나무였다.

평소 구분이 어려웠던 전나무와 메타세쿼이어나무, 낙우송을 구분하여 볼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다. 역시 숲에서 나온 피톤치드 때문일까? 나무들이 우거진 숲의 바다 수목원에서 하루 낮을 보내고 나오는 길은 몸도 마음도 상쾌하고 가벼웠다.

▲ 이 꽃 이름은? ⓒ2006 이승철
ⓒ2006 이승철
수목원을 찾으려면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 그리고 수목원 안에는 음식점이나 매점 같은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김밥이나 도시락은 반드시 준비하여 가지고 들어가야 하고 새나 동물들이 놀라지 않도록 조용히 관람해야 한다.

여름의 숲이 한창인 요즘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최고의 숲인 광릉수목원을 찾아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쉬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뉴스와 시골아이에도 보냅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시인 이승철 을 검색하시면 홈페이지 "시가있는오두막집" 에서 다른 글과 시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2006-06-19 18:07]    
[오마이뉴스 이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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