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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차여행,4시간 빗줄기 뚫고 드디어 구이양 도착!

향기男 피스톨金 2006. 8. 14. 11:25

 

                 중국 자전차 여행

 

                 4시간 빗줄기 뚫고

 

                드디어 구이양 도착!

<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여기 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 5월 인천항을 출발, 현재 중국 대륙을 종단하고 있는 당찬 젊은이가 있습니다.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의 생생한 자전거 세계여행 현장 보고서를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 시동이 꺼져 버린 차를 열심히 밀고 있는 사람들
ⓒ2006 박정규
슈퍼에서 우유랑 '이빙'이란 과자를 함께 먹었는데,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가게 앞바닥에 앉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옆집 할아버지가 의자를 갖다주신다. 빈 물통을 보여드리며, 물 좀 달라고 하니까, 뜨거운 물통을 들고 손수 물통에 채워주셨다. 구부러진 곰방대에 담배를 태우시며, 웃으시던 모습에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4시간 가량 빗속을 달려 드디어 구이저우 구이양에 도착했다. 처음 30분간은 물속에서 눈을 뜨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눈에 힘을 주고, 눈을 감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천둥 번개의 모습과 그 소리에 감탄하면서, 30분 정도를 더 달리니 빗줄기가 시원하게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약해졌다. 20여 개의 언덕을 넘자, 드디어 한국에 전화할 수 있는 곳에 도착.

▲ 바닥에 앉아 있는데 의자를 갖다 주시며 '따뜻한 웃음'을 보여 주신 할아버지.
ⓒ2006 박정규

2006년 8월 1일 화요일. 충칭-구이양 8일차 / 맑음

07시 20분. 기상.

어제 먹었던 '사궈펀(국수와 해산물, 고기 또는 야채를 배합하여 냄비에 넣고 아주 센 불 위에 얹어서 익힌 다음 냄비 채로 내는, 토속요리-'론리 플래닛' 중국 편에서)'을 주문. 면 발을 다 건져 먹고, 국물에 밥 말아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 '따미(밥)' 있냐고 문의, 다행히 있단다. 뚝배기에 쌀을 넣는 걸로 보아, 새 밥을 해주시려나 보다.

육수를 더 넣어서, 국물을 데워 달라고 부탁하고, 밥하는 과정을 지켜봤는데, 뭔가 이상하다. 밥이 다 되어갈 때쯤, 여러 가지 재료들을 뚝배기 안에 잔뜩 넣는다. 밥값이 올라갈 것 같다.
 
그냥 '따미(밥)'가 아니라, '사궈판(밥이 다 되어 갈 때쯤, 돼지고기, 호박, 나물, 버섯, 소시지, 감자 등을 배합하여 냄비에 넣고 조금 끓인 후 밥과 함께 먹는다-필자분석에 따르면,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이라는 중국식 '돌솥비빔밥'이다.

국물에 밥 말아먹으려던 소박한 꿈이 깨졌지만, 발음을 잘못한 즐거운 '대가'로 또 하나의 맛있는 요리를 알게 되었으니 대만족. ^^;

▲ 사궈펀. 중국 토속요리. 얼큰하고 시원하다.
ⓒ2006 박정규

▲ 사궈판. 중국식 돌솥비빔밥, 정말 푸짐하고 담백하다.
ⓒ2006 박정규
11시 30분. 19.2km 지점. 오르막 위 슈퍼. 18.5km 지점부터, 트럭, 버스 통행량 많았음.

슈퍼에서 우유랑 '이빙('한과' 같은 과자)'이란 과자를 함께 먹었는데,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가게 앞 바닥에 앉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옆집 할아버지가 의자를 갖다주신다. 빈 물통을 보여드리며, 물 좀 달라고 하니까, 뜨거운 물통을 들고 손수 물통에 채워주셨다. 구부러진 곰방대에 담배를 태우시며, 웃으시던 모습에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12시 50분. 27.9km 지점. 마을 식당. 고기 우동을 하나 먹고, 과일 집에서 간식 구입.

아기 사과보다 조금 큰 거 4개(2Y), 손바닥만한 망고 1개(2Y). 사과 하나를 덤으로 달라고 해봤지만, 안 된단다. 하긴 사과 하나에 0.5Y이니까. 전에 시장에서 아기사과 5개를 1Y에 구입했는데… 맛은 이번에 산 게 더 좋다.

14시 10분. 39.2km 지점. 인근 도시 도로변.

'망고' 음료수가 아닌 진짜 '망고'를 처음으로 먹어 본다. 바나나 먹는 것처럼 껍질을 벗기니, 안에 노란 속살이 가득하다. 정말 달콤하고, 부드럽다. 반쯤 먹자 중간 부분에 갈비뼈처럼 딱딱한 게 있다. 그걸 잡고 갈비처럼 뜯어 먹고 있는데, 내가 달려온 길 쪽에서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비가 올 것 같다.

▲ 정말 달콤, 부드러운 망고^^
ⓒ2006 박정규
19시 10분. 비 그침. '구이양 도착!!!' 여관.

4시간 가량 빗속을 달려 드디어 '구이저우 구이양 도착.'

처음 30분간은 물속에서 눈을 뜨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눈에 힘을 주고, 눈을 감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천둥 번개의 모습과, 그 소리에 감탄하면서, 30분 정도를 더 달리니 빗줄기가 시원하게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약해졌다. 20여 개의 언덕을 넘자, 드디어 한국 전화할 수 있는 곳에 도착.

▲ 비 속에서 4시간 가량을 달려, 드디어 구이양 도착!
ⓒ2006 박정규
18시 30분쯤 한국 라디오 방송사에 연락 성공. 숙소 도착 후 확인 전화 후 예정대로 '방송'하기로.

'구이양' 시에 도착한 후 인근의 '복사하는 곳'에 '싼 여관'을 소개받고, 여관으로. 30Y이란다. 시설도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은데… 25Y에 할인 성공.

다행히 전화가 있다. '충전식 선불카드'를 이용해, 한국 라디오 방송사에 확인 전화 후 인근 식당으로. 아침에 먹었던, '사궈펀'과, 고기+야채 볶음밥을 주문했는데, 정말 맛있다. 모든 것을 잊고 먹을 만큼….

숙소로 돌아가니, 주인이 한국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앗! 방송!!! 시계를 확인하니 약속시간보다 10분이나 늦어 버렸다. 결국 내일 같은 시간에 방송하기로.

너무 맛있게 식사 하느라, 방송시간까지 잊어버린 것 -.-;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고, 일단 빨래와 샤워를 먼저. 맥스웰 커피와 천연 벌꿀차 한 잔으로, '구이양 무사 도착'을 자축.

▲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2006 오마이뉴스 고정미


여행 수첩

1. 이동경로: 구이저우 시펑 - 구이저우 구이양

2. 주행거리 및 시간: 75.3km / 6시간 18분 / 평균속도 11.9km/h / 누적거리 3,685km

3. 사용경비: 74.1Y
아침: 8Y / 점심: 3.5Y / 저녁: 8Y / 우유1개: 3Y / 이빙2개: 1Y
한국전화 6분: 21.6Y(분 당 3.6Y) / 망고1개: 2Y / 사과4개: 2Y / 숙박 비: 25Y

4. 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사궈펀' '사궈판'
점심: 고기 우동
저녁: 사궈펀, 고기+야채 볶음밥.

2) 간식
물: 3.6ml / 망고 1개 / 사과 4개 / 천연 벌 꿀차 한 잔 / 커피 한 잔

5. 신체 상태: 약간의 피로감.

6. 그냥 언덕이 얼마나 있을까 해서, 하나를 넘을 때마다 바를 정자 방식으로 표기해봤다.

우물정자 9개(45개), 언덕 길이는 짧게는 50m, 길게는 2km 정도.

7. 수많은 산과 오르막을 넘으며…

일부 사람들은 산과 오르막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 같다. 산 9개와 100여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언덕을 넘으며 느낀 점은, 산에는 오르막만 있는 게 아니라, 내리막도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나무 그늘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들바람, 새들의 노랫소리, 향긋한 꽃향기, 어딘가로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강줄기 등이 언제나 함께 해줬다. 뿐만 아니라, 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높고 넓은 산처럼 이방인에게 쉼을 허락해줬다.

가장 좋은 건 힘들게 언덕을 올라왔을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 뒤에 느껴지는 편안함과 희열, 바로 그것이다."(<자전거 100% 즐기기> 중에서.)

그 모든 것들로 인해, 오르막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또 하나의 다른 길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달릴 수 있었다.

충칭 충칭시→구이저우 구이양 돌아보기

7월 25일 충칭시 - 장찐두수: 57.7km / 42.5Y
- 산 1, 강에서 수영하고 있는 사람들

7월 26일 장찐두수 - 동시: 75.3km / 20.5Y
- 산 1, 긴 강과 물 위에 떠있는 집들, 물살을 가로지르는 작은 배들

7월 27일 동시 - 숭칸: 57.9km / 25.5Y
- 산 3, 산 내리막 급경사 위험, 브레이크 휴식시간 필요

7월 28일 숭칸 - 신장: 35.8km / 70Y
- 산 1, 산 내리막 급경사 위험, 잠깐식 달려 드는 개 조심

7월 29일 충칭 신장 - 구이저우 루산관: 55.9km / 24.5Y
- 산 1, 도로 언덕의 동굴 신상, 개울가를 따라

7월 30일 루산관 - 란빼이: 73.1km / 61Y
- 산 2, 머리카락 파는 사람들, 맛있는 투더우 바(감자)

7월 31일 란빼이 - 시펑: 57.7km / 42.5Y
- 언덕 60개, 인근 식당에서 사궈펀, 사궈판 시식 가능

8월 1일 시펑 - 구이양: 75.3km / 74.1Y
- 언덕 45개, 구이양 20km 남겨 놓은 지전부터, 도로 공사 중인 구간 많았음. 길 상태 나쁨.

이동거리: 497.4km / 소요시간: 8일(2006.7.25 - 08.01) / 사용경비: 332.1Y
[오마이뉴스 박정규 기자]
[오마이뉴스 2006-08-12 15:21]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좋은 피아노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