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여행이야기

여행,디지털 행자 길을 떠나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7. 20. 11:34

 

                디지털 행자 길을 떠나다


전문가 수준의 디카, 초소형 노트북은 그들의 생존무기, 닳고닳은 배낭과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영어실력은 필수다. 길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간다. 때로 고독한 표범처럼 킬리만자로를 오르고, 고행을 자처한 낙타가 되어 사하라를 걷는다.

 

직장생활 10년을 마무리하고 아프리카로 떠난 은행원, 배낭을 메고 세계일주에 나선 50대 부부, 7개월째 자전거 여행 중인 대학생들도 있다.

 

이밖에도 트럭을 타고 아프리카 대륙을 누빈 50대 아줌마, 방콕 레스토랑에서 여행경비를 모으고 있는 여대생, 인도로 떠난 여고생 등…. 가위 신인류의 등장이 아닐 수 없다.

 

사이버 세상에선 그들을 ‘디지털 행자’(Digital 行者)로 칭한다. 그들은 전시대의 여행자들과 분명 다르다. 깃발여행을 거부하고, 남과 다른 길을 추구한다. 사진찍기와 글쓰기에 자유로우며, 어디든 두려움없이 발을 내딛는다.

 

이 때문에 ‘디지털 행자’가 쓴 에세이류의 여행서적이 앞다투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서점 YES24의 경우 작년 대비 여행분야 도서의 매출은 43%, 신간 등록은 53% 증가했다. 교보문고 매장에는 그들의 뒤를 따르려는 또다른 ‘(여)행자’들로 매일 북적인다. 그들의 기록은 새로운 땅에 대한 견문록이자, 선험자의 생생한 체험담이다.

 

그들은 왜 떠나는가. 남들은 생존을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자식을 키우기 위해 뼈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서울 광화문의 오피스텔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살면서 여행이 직업인 전지영씨(36)는 “자외선 차단제와 워터스프레이,

 

두툼한 오리털 점퍼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면서 “여행은 자유를 주지만 이를 쟁취하기 위해 수많은 날들 동안 꿀꿀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딩여행가로 불러달라는 조은정씨(32)는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말했다.

 

20세기 미디어 이론가인 마셜 맥루한은 30년 전 ‘미래 사람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유목민은 유럽 철학자들에 의해 프랑스 학술용어 ‘노마드(Nomad)’로 정리됐다.

 

이제 유목민은 공간적인 이동뿐 아니라 특정한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가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새로운 생존전략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프랑스 최고의 석학 자크 아탈리도 1998년 펴낸 ‘21세기 사전’에서 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지구를 떠도는 ‘디지털 유목민’의 등장을 예견했다.

‘디지털 행자’들에게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에 간다 해서 공항까지 전송나오던 풍경은 쌍팔년도의 추억일 뿐이다.

 

그들의 이웃도 그들의 존재를 바다 건너 멀리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디지털 행자’들은 또 초원을 순식간에 사막으로 만드는 메뚜기떼의 식욕처럼 닥치는 대로 찍고, 기록한다.

 

행자들은 실시간으로 그들이 점심때 먹은 음식, 오후에 탔던 낙타의 눈망울을 찍어 사이트에 올린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 기록들을 모아 책으로 내서 스테디셀러 목록에 올린다. 책의 인세는 곧 그들의 여행경비가 된다.

 

대부분의 디지털 행자들은 어김없이 ‘잡노마드족’이다. 필요할 때 돈을 벌고, 언제든지 떠날 수 있도록 직업까지도 맞춰서 선택한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디자이너, 출장요리사, 건축설계사가 있는가 하면 사전답사를 위해 스튜어디스 생활을 거쳤다는 행자도 있다.

 

취업포털 ‘스카우트’의 설문조사(2006년 7월,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 중 75.9%가 ‘잡노마드족이 되고 싶다’면서 ‘자유로운 삶이 부럽다’고 답했다. 이렇듯 디지털 행자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여러 계층의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떠나야만 ‘행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떠나는 것과 머무는 것이 진정한 ‘행자’와 ‘비행자’의 구분선이 될 수 없다. 첨단 디지털 기기를 창조적으로 사용하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창의적인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 그야말로 참다운 ‘디지털 행자’가 아닐까.

 

 

 

            인기 여행사이트·블로그

쓸 만한 정보는 여기 다 모였다. 여행 마니아가 운영하고 여행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여행의 생생한 정보들. 소문난 여행인기 블로그와 사이트를 소개한다. 둘러만봐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태사랑(www.thailove.net)

 

동남아 지역 전문 여행 사이트. PC통신 시절부터 태국통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민기씨와 그의 아내 이현숙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태국에 관한 정보 사이트로만 시작했으나 지금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 아시아 전반에 대한 정보를 담은 사이트로 발전했다. 추천할 만한 여행 코스와 숙박정보, 주의해야 할 점 등 여행경험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생생한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함께 여행갈 동지를 찾을 수도 있고, 갑작스레 취소된 비행기표를 싸게 살 수도 있다.

 

◇쁘리띠님의 떠나볼까(www.prettynim.com)

 

동남아는 물론 세계여행에 관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 여행을 처음 떠나는 초보자부터 여행에 중독된 마니아까지 알찬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곳. 저가항공권, 뮤지컬 예약하는 방법, 여행자보험안내 등 실용적인 정보부터 여행선배들이 들려주는 나라별 테마여행기가 새롭다. 사이트만 돌아봐도 세계여행 한 바퀴를 돌고 온 기분이 든다.

 

◇JJongPig(www.jjongpig.co.kr)

 

여행 마니아 박종규씨가 운영하는 개인 홈페이지. 유럽여행 초짜들에게 유용한 사이트다. 팁 주는 방법, 유레일패스 이용법, 야간열차 코스, 소매치기에 대한 주의사항 등 유럽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A부터 Z까지 담겨 있다.

 

◇www.soliekim.com

최근 ‘유럽, 그 지독한 사랑을 만나다’라는 여행서적을 펴낸 김솔이씨의 블로그. 여행가이드 북에서는 볼 수 없는 유럽의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고 유럽 문화와 역사, 와인, 요리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여행 이상의 문화적 감성을 충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직접 찍은 사진도 수준급이다.

 

◇행복한 오기사(blog.naver.com/nifilwag)

 

스스로를 ‘행복한 오기사’라고 부르는 오형욱씨의 여행 사진과 그림을 볼 수 있는 블로그. 운영자의 시선으로 다시 태어난 여행지들이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오기사’가 등장하는 사진과 그림을 보다 보면 직접 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도 든다.

 

             여행은 병, 정착할 날 있을까

‘디지털 행자’들의 일상을 엿봤다. 책이나 블로그를 통해 꽤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9명을 선정, 이메일로 인터뷰하고 눈에 띄는 답변을 추렸다. ‘행자’답게 상당수가 길 위에서 답신을 보냈다.

 

예멘에서, 바르셀로나에서, 토론토에서. 또 몇명은 여행에서 막 돌아왔다고 했다. 그들도 또 떠날 예정이란다. 마감에 쫓기는 기자는 답신을 정리하는 내내 심란했다. ‘나 정말 이렇게 빡빡하게 살아야되는 거 맞아?’

 

〈정리 송현숙기자 song@kyunghyang.com

 

■질문지

1. 왜 여행을 떠나나?

2. 내 여행 최악 VS 최고의 순간.

3. 10년후, 20년후 나는?

4. 여행 필수품은? 여행하며 직업병(?)이 있다면?

5. 생활비, 여행경비 마련은?

6. ‘디지털 행자’ 후배들에게 한 마디.

〈가나다순〉

 

① 강영의(30) ‘여행보다 오래 남는 사진 찍기’ 저자. 3년간의 승무원 생활을 접고 1년 동안 지중해와 남미여행을 했다. 얼마전 홍대 앞에 카페를 열고 운영중.

1. 여행은 나에게 ‘자극’이다.

2. 그리스 산토리니섬에서 이탈리아 하이틴 영화에 캐스팅 되어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10만원 받았다. 이탈리아 말이어서 안타깝게도 영화 제목을 모른다. 3. 파주에 땅 사놓고 통일을 기다린다. 투자 겸 통일기원용, 여행경비 마련 수단도 될 수 있지 않을까.

 

② 김남희(36) ‘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여행

1, 2’ 저자. 2003년부터 세계일주중. 그 나라를 알려면 문화까지 흡수해라. 하여, 태국에선 요리와 다이빙을 배웠고, 남미로 가서는 스페인어와 탱고를 배우기 전엔 안 돌아올 생각.

2. 생각나는 일화 하나. 이란 여행중 이란의 대표 시인 하페즈의 무덤 방문. 이란 사람들은 사는 게 힘들면 하페즈 시집을 들고 무덤을 찾아 질문한 뒤 시집을 펼쳐 답을 구한다. 나도 질문을 던졌다.

 

“언젠가는 유랑을 끝내고 정착하는 날이 올까요?” 하페즈의 대답. ‘내 마음은 보헤미안이 가져가 버렸네. 믿을 수 없고, 변덕스러우며 잔인한 보헤미안… 그 운명의 길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마라. 받아들이고 따를지니.’

3. 어느 시골에서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와 청소년을 위한 여행학교 운영.

5. 세계일주를 시작했을 때는 방 빼고,

적금 깼다.

운이 좋아서 글 써서 버는 돈으로 여행중.

 

③ 김솔이(34) ‘유럽, 그 지독한 사랑을 만나다’ 저자. 대학 1학년 때부터 해마다 유럽을 찾았다. 올초 가족과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7월말 둘째 출산 예정.

2. 2003년 11월 남프랑스에 대홍수가 났을 때 모든 지방도로가 침수.

 

경찰의 안내로 간신히 빠져나와 보니 우리 차가 마지막으로 사지를 벗어난 차였다.

3. 10년 뒤는 분명 여행중. 20년 뒤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B&B(Bed & Breakfast) 운영하고 있을 것. 4. 어느 지역에 가든 와인산지 돌아보기.

유럽의 고성(古城)을 뒤지고 다니면서 성역사 알아내기.

 

④ 김인자(51) ‘아프리카 트럭 여행’ 저자. 5주간 버스로 개조한 트럭에 유일한 동양인으로 천막 야영과 밥짓기 하며 아프리카 야생생활했던 경험을 책으로 썼다. 평소엔 완벽한 전업주부이자 작가.

 

1. 내게 있어 여행은 병이다. 2. 가장 마음 아팠던 기억은 아프리카 아이들. 한 번 정을 주면 절대로 떨어지지 않으려 했고, 해가 져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않고 내 곁에만 있으려고 했다. 6. 여행은 말랑말랑하고 달콤하고 로맨틱한 것이 아니다. 외롭고 힘들고 쓸쓸하고 불편하고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오영욱·김솔이씨

⑤ 박사(36) ‘여행자의 로망백서’ 저자. 정식 호칭은 ‘북칼럼니스트’이지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쓰고, 라디오 게스트로도 출연.

 

1. 삶이다. 가고 싶어서 떠난다. 4. 끊임없이 기록하고 찍는 병. 한번 여행 때마다 한권씩의 여행수첩을 만든다. 나의 보물, 필기감이 좋은 로트링 아트펜. 5. 돈을 빌려서 여행을 가고, 돌아와서 열심히 일해서 갚는다. 최악의 패턴이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여행가기 힘들다. 6. 남들처럼 모든 걸 갖추고 살고 싶다 욕심만 버리면 충분히 가능한 삶이다.

 

⑥ 비비(30대라고만 밝힘) ‘비비짱의 초감각 일본요리여행’ 저자. 일러스트레이터, 웹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2003년에는 요리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자까야(일본 선술집)’를 열어 요리사로 일했다. 요리여행가가 꿈.

 

2. 체코 프라하에서 해가 질 무렵, 거리에서 재즈 연주자 두 명의 연주감상. 그 음악에 홀려 행복감에 바들바들(?) 떨다. 4. 여행의 가장 큰 테마가 요리. 하여, 끊임없이 먹는다. 요리를 분석하면서 먹어야 하는 고통, 끝없이 늘어나는 살 살 살.

 

⑦ 세라(34) ‘멋대로 살아라’ 저자.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다, 인도로 유학가 정통요가, 춤, 태극권, 명상 등을 배웠다. 자칭 행복한 코스모폴리탄, Re-Vital 전문가, 클럽매드 요가 매니저, 신세대 집시, 방송인,

 

인생을 심각하게 살 용의가 없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

 

1. 여행은 나에게 ‘밥’, 칼럼을 쓰고 방송활동을 해서 ‘밥상’을 마련한다. 3.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100곳’을 모두 가 보고 사람들과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행복한 집시.

4. 디지털 녹음기, 스커트로 보자기로 타월로도 쓸 수 있는 인도 스카프, 은색 스틸레토 하이힐과 시폰 원피스 드레스는 필수품. 직업병이라면 필요할 때 휴지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깨끗한 냅킨만 보면 손이 저절로 나가는 ‘쓸쩍 챙김병’. 6. 제발 행복해질 용기를 가져라. 남을 위해 희생하려 너무 애쓰지 말고 스스로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라.

 

⑧ 오영욱(30)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저자. 도시 건축디자인 전공. 졸업 후 건설업계 일하다 여행. 현재 바르셀로나에서 건축, 인테리어 과정 수학중.

 

1. 외식하는 기분으로 여행을 떠난다. 2. 브라질에서 아마존강을 배로 횡단한 후 도착했던 마지막 도시에서 칼 든 5인조 강도를 만나 5개월 간의 여행스케치와 사진 등을 모조리 털린 일이 최악. 그때 살아남아 지금도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고.

 

⑨ 전지영(36) ‘뉴욕, 매혹당할 확률 104%’ 저자. 스튜어디스 출신으로 현재는 북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이자 자칭 잡노마드족. 재능을 살려 사진, 글, 일러스트를 모두 작업한 여행서 2권을 냈다.

 

4. 사진을 찍다가 정작 찬찬히 둘러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5. 뾰족한 수가 없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책 디자인을 해서 인세를 받는다. 6. 낭만과 가난은 공존하기 쉽고 자유와 권력은 어울리기 힘들어 보인다. 완벽한 삶 대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생각하면 쉽게 여행자가 될 수 있다.

 

 

 

               연정&동율의 여행이야기

3년차 직장인 태연정씨(26)는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나는 여행마니아다. 지도 한 장 들고 떠나 만나게 되는 우연과 낯섦을 즐긴다. 남들이 짜놓은 계획대로 따라가는 ‘패키지 여행’은 생각하기도 싫다.

 

이번 여행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생각만 해도 설렌다. 남자친구 이동율씨(27)는 레지던트 2년차로, 여행은 관심 밖의 일이다. 여행갈 시간도 없지만, 여가 시간에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편한 시간을 보내며 쉬고 싶다.

 

여행을 가더라도 익숙한 사람과 편안한 길로. 6년동안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왔지만, ‘여행코드’만큼은 너무 다른 두 사람의 여행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디어디 다녀왔어?

 

연정: 대학교 때 파리 배낭 여행 이후, 동남아시아부터 미국, 일본, 유럽까지 정말 많이 다녔지. 지금도 월차와 주말을 알뜰히 이용해서 다니고 있어. 출장 덕분에 국내여행도 많이 하고 있지.

동율: 대학교 때 비행기표만 들고 친

구 따라 갔던 유럽배낭여행이 전부야.

 

-왜 떠나 VS 왜 안떠나

 

연정: 여행은…에너지? 비타민? 쉼표? 뭐라고 표현하지. 화가 나면 잠깐 숨을 참아보라고 하잖아. 나한테 여행은 그런 의미야. 일상이 힘들고 답답할 때 나한테 잠깐의 자유를 주는 거지. 개구리가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잠시 움츠리는 것처럼. 전엔 떠난다는 것 자체가 좋았지만, 지금은 돌아오기 위해서 떠나는 거야. 이런 마음 이해해?

 

동율: 글쎄. 쉬기 위해서라면 왜 꼭 떠나야 하지? 난 쉬는 날이면 편한 옷 입고 집에서 뒹굴고 싶어. 아니면 동네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술 한잔 기울이거나. 꼭 멀리 떠나야 스트레스가 풀리고 힘이 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나에게 여행은 그냥 휴식이야.

 

-죽지 않을 만큼의 정보만 있으면 떠난다 VS 갈 거면 잘 알아보고 가야지

연정: 난 죽지 않을 만큼의 정보만 있으면 떠나. 마음이 동(動)하고 시간만 난다면, 내일이라도 떠날 수 있어.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명소보다 내 마음 닿는 대로 가는 여행이 좋아.

 

꼭 뭘 보기 위해서 가는 게 아니라, 무엇을 보게 될까 기대하며 가는 거지. 어떤 곳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곳의 유명한 건축물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 때문일 거야. 뉴질랜드에서 만난 태국친구는 태국여행 갔다 또 만나기도 했지. 아, 이번엔 유럽의 작은 도시 한 곳을 정해서 다녀보고 싶어.

 

동율: 역시 넌 겁이 없어. 난 안전하게 가는 게 좋아. 패키지 여행이 왜 나쁘다는 거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계획된 코스를 다녀야 풍경도 더 잘 즐길 수 있고 타지에서 같은 여행객들끼리 의지도 할 수 있어 좋잖아. 난 어떤 곳을 가느냐보다는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마음이 편해야 여행도 더 잘 즐길 수 있지. 떠난다면, 난 휴양지에 가고 싶어.

 

-여행은 남는 장사 VS 솔직히 좀 아까워

 

동율: 여행하려면 시간도, 돈도 많이 들잖아. 솔직히 좀 아까워. 비행기표값 정말 비싸잖아. 왔다갔다 하는 시간도 많이 들고. 그만큼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 얻는 게 그렇게 많을까? 난 누군가 다녀온 여행사진을 봐도 그냥 그래.

 

연정: 무슨 소리! 여행은 남는 장사야. 돈이 없어서 여행 못간다는 말은 핑계라고 생각해. 그만큼 간절하지 않은 거지. 난 평소에 밥값, 커피값, 옷값 아껴서 모아뒀다 여행에 쓰잖아. 여행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문화를 보고 오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격증 공부도 해보고 운동도 해보고 다른 취미도 붙여봤지만 여행만큼 확실한 충전지가 없는 것 같아. 안 그래?

동율:글쎄…네가 즐거우면 됐어. 난 그냥 쉴래.

 

 

 

                진정한 여행’ 눈떠가다

 

경향신문 2006-07-19 16:18]    

닳고 해진 여권은 오랜 방랑의 증표다. 배낭여행이 활성화된 1990년대 초반, 대학생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여러나라의 도장을 여권에 찍어왔다. /박재찬기자

19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조치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비행기에 올랐다. 길을 떠나는 젊은이들의 목적과 방식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는 흥분에 들뜬 한국인들은 80년대 후반 깃발을 앞세우고 동남아 휴양지로 향했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고 물빛이 아름다웠던 그곳에서 관광객들은 이국의 정취에 빠졌다.

 

오직 한국인만을 위한 보신 코스도 간간이 끼어 있었고, 사람들은 마치 일행을 놓치면 큰 일이라도 나는 양 단체로 뭉쳐다녔다.

 

90년대 초반은 대학생 배낭여행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대학생들은 기나긴 여름방학을 이용해 너도나도 유럽행 티켓을 끊었다. 여러 나라가 인접한 유럽의 특성을 살려 ‘최소비용, 최장기간, 최대국가’가 목적이었다.

 

‘얼마나 덜 쓰면서 얼마나 많이 보았는가’를 자랑이라도 하듯, 학생들은 여권에 되도록 많은 국가의 도장을 받으려 했다. 이름 모를 역전에서의 노숙 체험은 멋진 무용담이었다.

 

일하면서 해외에 체류하는 ‘워킹 홀리데이’도 이 같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됐다. 90년대 중반 이스라엘 키부츠, 호주 우프 체험은 고되지만 젊은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여겨졌다.

 

90년대 후반부터 여행의 양보다는 질에 눈을 뜨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유럽의 미술관만을 도는 테마여행이라든가, 한 나라에 오래 머무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저비용으로라도 일단 나가보자’는 사람들보다 ‘돈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계획을 세우자’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젊은이들의 배낭여행은 ‘탑덱(Topdeck)’이라 불리는 다국적 여행으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18∼39세의 젊은 배낭여행자들이 투어리더, 요리사, 운전기사와 함께 여행을 하는 형태다.

 

유럽 여행의 경우 주로 영국 런던에서 출발하고, 혼자 오는 여행객이 많으므로 굳이 한국에서 동행자를 구할 필요가 없다. 유스호스텔에 머물 때는 탑덱 친구들과 한 방을 쓰기 때문에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인과 묵는 경우보다 도난 걱정 등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여행정보의 공유도 더욱 활발해졌다. 90년대 초반 PC통신 시절부터 여행 마니아들은 자신만의 정보를 활발히 공유했으나, 이젠 블로그에 정보뿐 아니라 사진과 감상문까지 올리는 ‘모든 여행객의 여행작가화’가 이뤄지고 있다.

 

여행사를 찾은 손님이 직원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오는 경우도 흔하고, 여행사가 대형 여행 커뮤니티와 사업제휴를 하기 위해 손을 벌리기도 한다.

 

90년대 초반부터 주로 젊은이들을 위한 여행상품을 개발해온 신발끈여행사의 김지영씨는 “지금 여행은 ‘보는 여행’에서 ‘체험하는 여행’으로 옮겨가는 추세”라며 “앞으로는 갔던 지역을 다시 찾는 ‘리피터(repeater)’들도 조금씩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핀란드 헬싱키 거리의 한국인 배낭여행객(사진 위) 과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아래). /경향신문자료사진

성 야고보의 유해가 묻힌 스페인 북부에서 출발해 850㎞를 걷는 산티아고 도보여행은 대표적인 ‘체험 여행’이다. 킬리만자로의 자연을 벗삼는 트레킹 코스도 나와 있다.

 

100여년 전 노르웨이인 아문젠과 영국인 스콧이 사나이의 자존심을 걸고 승부를 벌였던 남극탐험 프로그램도 있다. 아시아, 유럽, 북미에서 벗어나 남미와 아프리카까지 한국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창가에 흐르는 달빛 속으로
띄우고 또 띄워 보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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