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壽는 환경이 70% 좌우” … 세계 석학들 좌담 장수촌 오키나와 개발 진행되면서 100세人 되레 줄어… 老化 긍정적 수용 자신감 가져야
[조선일보 최현묵기자, 이지혜기자]
백세인(百歲人)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碩學)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장수촌인 전북 순창에서 18일 ‘국제 백세인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 회의에 참석한 미국 조지아대 레너드 푼, 벨기에 루뱅대 미셸 풀랭, 스웨덴 룬트대 보 해그버그 교수와 서울대의대 박상철 교수가 장수의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편집자)
박=인간은 과연 몇 살까지 살 수 있는가에 대해 논란이 많다.
풀랭=프랑스 장 칼망 할머니가 122년167일을 산 게 최고 기록이다. 최장수 기록을 4년 연장하는데 200년 걸렸다. 앞으로도 최장수 기록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2, 3년 더 연장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해그버그=미국의 헤이플릭은 세포 분열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물학적 근거를 들어 수명 역시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독일의 짐 보펠은 인간 수명에 한계를 그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여러 요인들을 개선함으로써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푼=그간 ‘몇 살까지냐’라는 숫자에 너무 연연했다.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이다. 오래 사는 것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장수라야 한다.
박=세계적인 장수마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풀랭=학문적으로 연구 가치가 있는 것은 백세인들이 모여 사는 장수마을이다. 코스타리카 산간 지역에선 60세가 넘어도 계속 당나귀를 타고 다니며 활동한다. 스페인 미노르카의 114세까지 산 할아버지는 108세 때까지 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신체 활동이 많은 것은 세계 장수마을의 공통적 특성이다.
해그버그=심리적인 면도 중요하다. 스웨덴의 102세 할머니는 스웨덴과 덴마크를 연결하는 다리가 건설되는 것을 지켜보며 100년 이상 살았다. 그녀는 ‘저 다리를 꼭 한번 건너 보고 싶다’는 필생의 희망을 갖고 있었다. 삶에 대한 희망 외에도 자신감, 긍정적 사고방식, 자신이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 등 심리적 요인도 중요하다.
푼=백세인 중엔 의심이 많은 성격도 있다. 외부의 자극이나 남의 의견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고집을 가진 사람들이다.
해그버그=자신을 잘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알맞은 운동을 하는 등 ‘자신에게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을 돌보는 ‘세월의 지혜’를 쌓는 것도 백세인의 특징 중 하나다.
푼=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노후를 미리 준비하고, 작은 일이라도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자신 있고 당당하게 늙어가는 방법이다.
박=유전적,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푼=유전적 요인이 25~30%, 나머지는 환경적 영향이다. 중요한 것은 유전과 환경 간의 상호 작용이다. 유전적 요인은 개인 노력으로 바꿀 수 없지만 환경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해그버그=스웨덴은 백세인이 점점 줄고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고 준비하는 것이 백세인의 중요한 특성인데, 꽉 짜인 복지국가 스웨덴에서는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과도한 세금을 지출해야 한다.
풀랭=전통적인 장수촌인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섬이나 일본 오키나와는 개발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백세인이 줄었다. 오키나와의 경우 전후에 태어난 인구는 일본인 평균 수명보다 오히려 낮다. 문명이 장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박=여성이 남성에 비해 장수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푼=백세인 중 여자와 남자 비율은 4, 5대 1 정도다. 한국은 그 비율이 10대 1 이상인 지역도 있다. 조지아 백세인 연구를 보면 여성은 100세 이후 평균 1000일 더 살고 남성은 700일 정도 더 살았다. 여성이 더 오래 사는 이유는 생리적인 것이다.
박=한국의 경우 평균 수명이 대략 50세였을 때는 남녀 수명의 차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50세를 넘어가면서 여성의 평균 수명은 급속하게 증가했고 남성은 그렇지 못했다. 따라서 사회적 환경도 성별 수명 차이의 중요한 요인으로 짐작된다.
풀랭=여성이 더 오래 산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보면 최근의 일이다. 과거에는 남성이 더 오래 살았다. 산업화 현장에 뛰어든 남성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여성보다 수명이 짧아진 것이다.
박=백세인을 연구하면서 체득한 오래 사는 비법은?
해그버그=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풀랭=대체로 전원에 사는 사람들의 수명이 길다. 하지만 도시의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오히려 더 오래 살 수도 있다. 결국 개인적 선택이다.
박=이웃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국가나 사회적 지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웃들과 좋은 유대 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적 네트워킹도 장수의 주요 요인이다.
(최현묵기자 [ seanch.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