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동남아 섬

욕망의 낙원 '보라보라섬'

향기男 피스톨金 2006. 12. 8. 18:48

 

             욕망의 낙원 '보라보라섬'


보라! 꿈꾸는 자여, 여기 파라다이스를 보라!

그대 파라다이스를 꿈꾸는가? 그럼 ‘보라보라(Bora Bora)’를 욕망하라.

타히티로 대표되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한 섬인 보라보라. 남태평양이 피워낸 찬란한 꽃이고, 순정한 공기가 빚어낸 눈부신 보석이다.

타히티 섬 파페에테의 파(Faaa)공항에서 76인승 제트프롭기를 타고 날아가길 50분. 마침내 눈 아래 펼쳐진 보라보라 섬은 꿈에서도 그려낼 수 없는, 경이로운 풍경이다. 짙은 쪽빛의 바다 한복판에 산호띠인 리프(Reef)가 커다란 원을 이뤘고, 그 안의 연둣빛 바다 한가운데에 뾰족한 봉우리의 화산섬이 우뚝 솟았다.

2차대전 때 화와이 진주만을 공격당한 미국은 보라보라에 보급 기지와 활주로를 만들었다. 당시 미군이 주둔할 때 해군장교로 왔던 제임스 미케너는 하늘에서 바라본 보라보라를 ‘남태평양의 진주’라고 <남태평양 이야기>에 적고 있다. 그의 표현대로 섬은 진주를 품은 조개가 입을 잔뜩 벌리고 있는 형상이다.

미국이나 유럽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손꼽는 보라보라. 이 섬은 파라다이스의 또 다른 이름이다. 열락의 땅, 황홀경의 바다는 달콤한 꿈을 꾸는 전세계의 신혼여행객들을 불러들이고, 할리우드 톱스타들을 유혹한다. 보라보라는 영화 속 은행강도나 지능적인 사기꾼들이 한탕 이후 꿈꾸는 이상향으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세계 유명 리조트 체인들은 이 지상낙원에 앞다퉈 들어와 최고급 시설을 갖추고 자존심을 건 경쟁을 하고 있다. 타히티인들의 어깻죽지에 새겨진 타투(Tattooㆍ문신)처럼 옥색의 바다 위에 기하학적 무늬를 그리고 늘어선 수상 방갈로들이 바로 꿈을 현실화하는 공간들이다.

하룻밤 숙박에 미화 700불 이상을 당당히 요구하는 이 리조트들은 변덕스런 욕망들을 잠재울 기발한 서비스로 무장하고 있다. 수상방갈로 바닥이 유리로 되었거나, 꽃으로 한껏 장식된 아침식사가 카누에 태워져 테라스로 배달돼 온다. 꿈의 절경에 더해진 환상의 서비스. 보라보라는 욕망의 섬이고, 욕망할 만한 낙원이다.

 

 

      고갱이 찾은 타이티의 '망각의 섬'…

 

         그리고 잊지 못할 해변의 추억


‘열광적인 기대감 속에서 보낸 63일간의 항해 끝에, 6월8일 밤 나는 바다 위에서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이상한 불꽃들을 보았다.
 
거무스름한 하늘에서는 들쭉날쭉한 톱니 모양을 한 검은 원뿔의 형체가 내려오고 있었다. 배가 모레아를 돌자 눈 앞에 타히티가 나타났다.’ (고갱의 타히티 기행 <노아 노아>에서)

타히티 하면 떠오르는 얼굴, 폴 고갱(Paul Gauguin)이다. 산업문명으로 ‘썩은’ 서양을 하루 빨리 떠나고 싶어했던 그는 새로운 영감을 위해 남태평양으로 먼 여정을 나섰다. 그는 타히티에서 오래 전에 망각된 종교와 전통, 장대한 원시 신화를 발견하고 싶어했다.

타히티 섬은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중심으로 가장 큰 섬이다. 타히티 누이(Nuiㆍ크다)와 타히티 이티(Itiㆍ작다) 2개 섬이 화산폭발로 붙어서 생긴 표주박 모양의 섬이다.

고갱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타히티의 파페에테에 도착해서는 이렇게 읊조린다. “그곳은 내가 떨쳐버렸다고 생각한 유럽이었다. 식민지 풍의 경박한 분위기, 유럽의 습관, 유행, 악덕이 있는 곳이다”라고.
 
타히티를 막연히 원시가 살아 꿈틀대는 세상으로만 상상했다면 고갱처럼 금세 후회하게 될 것이다. 고갱이 타히티에 발을 디딘 게 1891년, 그 이후로도 115년이 더 흘렀으니 이제 타히티는 성숙한 문명의 땅이다. 도로, 전기 등 기반시설을 잘 갖춘 하와이의 오아후나 마우이 섬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타히티에서 가장 큰 도시인 파페에테 항구는 정박한 고급 요트들로 가득하고 언덕의 주택단지는 유럽의 한 마을을 보는 듯하다. 파페에테의 바다가 보이는 곳은 모두가 최고의 일몰 포인트다.
바다 건너 고갱이 ‘들쭉날쭉한 뾰족 봉우리가 고성(古城)같다’고 한 모레아 섬으로 태양이 저물며, 맑디 맑은 하늘을 습자지 삼아 핏빛 노을을 퍼뜨린다.

파페에테 다운타운에서 둘러볼 곳은 마르쉐라 부르는 중앙시장이다. 망고, 파파야 등 열대과일과 주변에서 갓 잡아온 생선들로 화려한 색감을 뿜어내는 곳이다.
 
해안가 바이에테 광장에 저녁이 깃들면 룰로트(Roulottes)라 부르는 포장마차들이 여러 대 늘어서 밤 늦도록 불을 밝힌다. 피자, 일식, 중식 등 포장마차마다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물가가 엄청 비싼 타히티에서 그나마 저렴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모든 포장마차에서 맥주 등 술은 전혀 팔지 않는다.

타히티 이티 쪽에 있는 고갱박물관은 그나마 고갱의 체취를 맡을 수 있는 곳. 진품은 단 3점 뿐이지만

나머지 복사본에서도 그가 느낀 타히티를 들여다 볼 수있다. 바닷가와 어울린 주변 풍경이 아늑하다.

서핑의 원조답게 타히티 섬 주위는 세계적인 서핑 명소다. 해안 도로를 타고 섬을 일주하다 보면 곳곳에서 파도에 맞서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다.

프렌치 폴리네시아에서 보라보라 다음으로 아름답다고 꼽는 섬은 모레아(Moorea)다. 타히티 파페에테에서 페리로 3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다.
타히티 섬이 화산폭발로 생긴 검은 모래의 해안이라면 모레아는 눈부신 하얀 모래와 산호초가 에메랄드 빛을 뿜는 매혹적인 해횬?갖고있다. 모레아는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주연한 영화 <러브 어페어>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섬은 기괴한 모습의 산자락으로 남성적인 분위기다. 역삼각형 모양의 섬 북쪽 해안에는 두개의 길쭉한 만이 섬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오른쪽이 쿡스 베이(Cook’s Bay), 왼쪽이 오푸노후 베이(Opunohu Bay). 오푸노후 계곡의 벨베데레 전망대에 올라서면 로투이 산 양쪽으로 오푸노후 베이와 쿡스 베이가 시원하게 펼쳐진 광경을 만끽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에는 모레아 원시 신전인 마래(Marae)가 있다.

타히티? 프렌치 폴리네시아?

타히티의 공식 이름은 프렌치 폴리네시아다. '많은 섬들'이란 뜻의 폴리네시아는 뉴질랜드와 하와이, 칠레를 삼각점 삼아 그 사이 태평양에 흩뿌려져 있는 섬들을 총괄해 부르는 말이다. 이 중에서 타히티, 모레아, 보라보라 등 프랑스령인 118개의 섬이 프렌치 폴리네시아다.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가장 멀리 떨어진 섬과 섬 사이 거리는 2,000km에 달하고, 바다를 포함한 전체 면적은 서유럽의 크기에 맞먹는다.

118개의 섬은 5개의 제도로 나눌 수 있다. 타히티, 모레아 등이 속한 소시에테 제도, 동쪽의 투아모투 제도, 북동쪽의 마르케스 제도, 남동쪽의 감비에 제도, 남쪽의 오스트랄 제도 등이다.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중심은 타히티 섬이다. 프렌치 폴리네시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전체 인구(약 23만명)의 69%가 이 섬에 살고, 그 중 75%가 중심도시인 파페에테와 그 근교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일보 2006-12-07 16:33]    
타히티ㆍ모레아(프렌치 폴리네시아)
=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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