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들/세 상 사람들

남이섬 강우현/지식·체면 다 버리고 상상만 갖고 오세요

향기男 피스톨金 2007. 5. 21. 16:24

 

     지식·체면 다 버리고 상상만 갖고 오세요"

그의 손길이 닿자 섬의 모든 것이 달라져 갔다. 술병은 꽃병으로, 소음은 리듬으로, 잡초는 화초로, 경치는 운치로…. 그 섬에 간지 7년, 캔버스에 예술의 꽃을 피우듯 그는 상상력의 붓으로 섬 한뼘 한뼘에 문화의 꽃을 피워올렸다. 유원지 아닌 문화관광지 남이섬은 그렇게 태어났다.

 

미완의 상상을 현실의 팬터지로 바꾼 주인공은 강우현(53)씨. 주식회사 남이섬 대표다. 명함에조차 ‘달밤이 좋다. 하지만 별밤은 더 좋다. 그런데 새벽에 걷어올리는 물안개를 마주하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며 ‘나미나라’ 찬미에 여념 없는 그를 대하노라면 누구든 그 섬에 가고싶어질 듯하다. 다음은 남이섬의 ‘피터팬’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Q. 남이섬과의 인연은.

 2000년 12월 31일 아들과 함께 남이섬에 놀러 왔어요. 책에도 썼지만 이때의 남이섬은 ‘늙고 병든 촌부가 새벽녘에 부시시 일어나 세수하고 툇마루에 걸터 앉아 먼산을 쳐다보는 초점없는 형상’이었어요.

 

 이후 매주 이곳을 찾았고, 그 다음 해에 작업실을 얻어 그림도 그리고, 틈틈이 버려진 나무 토막으로 장승도 만들고 꽃도 심었죠. 그해 8월에 대학 강의를 나가게 돼 다시 오기 힘들 것 같다고 했더니 사장님이 대표직 제의를 하신거죠. 남이섬을 사랑하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면서….

 

남이섬이 정상화될 때까지 매달 100원의 월급을 받으며 일할 테니 어떤 간섭도 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대표를 맡았어요. 1년 만에 매출을 2배로 올릴 테니 남는 수익은 내가 다 갖겠다고 했죠.(웃음) 운 좋게도 그 해 30만명이 채 안되던 관광객 수가 65만명으로 껑충 뛰었죠. (2004년부터는 한해 평균 15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다.)

 

Q. 엄청 떼부자 되셨겠네요.

물론 ‘인마이 포켓(in my pocket)’했으면 그랬겠죠.(웃음) 번 돈은 국제행사 유치에 쏟아 부었어요. 남이섬이 ‘겨울연가’ 덕에 명소로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언제까지 드라마 특수를 기대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2003년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 홀을 개관하고‘안데르센 동화와 원화전’을 개최했어요. 지금도 올해로 3회째를 맞는‘세계책나라축제’(78개국 참가)가 열리고 있어요. 이처럼 남이섬에는 국제 행사와 함께 크고 작은 문화 행사들이 끊이지 않아요. 모든 문화의 블랙홀이라고 할까요?(웃음)

 

Q. 쓰레기의 관광상품화에 대해 한 말씀-.

저는 남이섬을 ‘14만평의 나미캔버스’라고 생각합니다. 유화를 그릴 때 계속 덧칠을 해가면서 완성해가는 것처럼 매일 남이섬을 고쳐 나가요. 그리고 쓰레기는 ‘쓸 애기’라고 부르죠. 발상만 바꾸면 얼마든지 쓸모를 찾을 수 있거든요. 처음 남이섬에는 폐건물과 녹슨 도구만이 가득했어요.

 

폐건물은 전시관으로, 빈터는 공연장으로 리모델링했죠. 쓰레기를 태운 재는 풀종이를 만드는데 쓰고 굴러다니는 벽돌이나 나무들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조형물로 만들었죠. 많은 사람들이 버린 술병도 수백 개를 쌓아 놓으니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며 호텔 안내 데스크를 빛내고 있죠.  

 

Q. 섬 곳곳에 ‘나미나라공화국’이라는 글이 신선해 보이던데요. 

언젠가 국내 불법체류자가 나미나라공화국 국적을 갖고 싶다고 문의 전화한 적도 있어요.(웃음) 대한민국의 일상으로부터 동떨어진 상상나라 나미나라공화국은 작년 3월 1일에 독립선언(?)을 했습니다.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12살 소윤이가 부르는 애국가도 만들었죠. 공화국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도 있고 상형문자도 있습니다. 섬나라 상상 여행, 궁금해지지 않나요.

 

Q.남이섬 홍보 좀 해주세요.

이곳에 올때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마세요. 머릿속의 지식도, 마음속의 체면도 모두 버리고 오로지 상상력만 가지고 오세요.

아무 생각 없이 와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세요. 이곳은 ‘~하지 마세요’란 말로 제한을 두지 않는 곳이예요. 상상의 나래를 펼치세요.

 

[중앙일보 2007-05-21 16:01]    

글ㆍ사진 프리미엄 이형남 기자[pd7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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