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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섬/울릉도속 원시림…내수전 트레킹과 죽도

향기男 피스톨金 2007. 6. 14. 16:24

 

    울릉도속 원시림…내수전 트레킹과 죽도

울릉도 내수전 트레킹 코스를 이야기 하기 전에 울릉도 길 개척사를 짚어야겠다. 그래야 이해가 빠르다. 울릉도 길은 시쳇말로 길이 아니다. 내륙길은 이리저리 구불텅구불텅이다. 200~300도로 모질고 강퍅하게 휘었다. 경사도가 30~40도의 고갯길도 흔하다. 울릉도에선 토박이 아니면 운전하기 두려울 정도다.

 

길이 험한 것은 섬 전체가 하나의 바위이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보면 4면 모두 깎아지른 기암이다. 어느 한 구석도 만만하지 않다. 벽마다 날카롭게 각이 졌다. 험하고 아찔하다. 이러다보니 길 뚫기가 쉽지 않다. 하여, 울릉도 주민의 숙원사업인 해안일주도로(지방도 926호)는 1963년 공사를 시작했지만 한 세대를 훌쩍 넘긴 지금도 완공되지 않았다. 총 길이는 고작 44.2㎞에 불과하지만 아직도 섬말에서 내수전을 잇는 4.4㎞가 남아 있다.

 

아직 뚫리지 못한 이 구간에 산길이 하나 있다. 내수전 트레킹 코스다. 과거 천부 주민들이 도동으로 넘어올 때 다니던 길이다. 토박이들 중에는 이 길을 울릉도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꼽는 사람이 많다.

 

내수전 전망대 앞길이 출발 지점이다. 출발 지점부터 전망이 좋다. 전망대 앞에 떠있는 섬이 죽도다. 대나무가 많아서 죽도라고 한다지만 정작 생김새는 마라도를 닮았다. 두 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군청이 관광 코스로 개발, 유람선도 들어간다.

 

길은 의외로 평탄했다. 길 아래 벼랑은 경사 70도 정도. 위험 표지판은 붙어있지만 여기가 정말 절벽길인가 생각이 들 정도다. 처음엔 완만한 내리막, 나중엔 완만한 오르막이다.

 

숲은 밀림이다. 관목과 잡초가 빼곡하다. 하늘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나무 생김새도 희한하다. 앙코르유적 타프롬 사원을 감싸고 있는 펑트리, 열대우림지역의 반얀트리처럼 뿌리가 툭 튀어나와 이리저리 꼬였다. 척박한 바위를 뚫지 못하니 악착같이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벼랑 경사면엔 고사리 천지. 생태계가 그만큼 잘 보존됐다는 의미다. 햇살이 비출 만한 틈엔 애기똥풀, 섬초롱 등 야생화도 많이 피었다. 척박하고 모진 환경에서

 햇살 한 줄기 이슬 한 방울까지 쪽쪽 빨아먹고 자란다.

 

산길은 낮에도 어둑어둑하다. 트레커 아니면 찾는 사람이 없다.

중간쯤 정매화곡이란 쉼터가 있다. 정매화라는 사람이 살던 터다. 울릉도의 지명 중엔 이렇게 주민들의 이름이 지명이 된 것들이 있다.

 

내수전은 김내수란 사람이 살던 땅이라고 한다. 이 터를 마지막까지 지켰던 사람은 이효영. 19년간 살다 81년에 이사갔다. 이씨 부부는 이곳에 살면서 겨울철 시도 때도 없이 내리던 폭설에 갇힌 조난자 300명을 구조했다.

 

잘 생긴 소나무들이 보이면 숲 끝자락이다. 숲길을 벗어나면 석포다. 석포는 일출전망대다. 이 마을에 한 젊은이가 살았는데 독도를 보며 꿈을 키웠다. 그는 몇 해 전 발해의 해상경로를 탐사한다며 뗏목을 타고 난바다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울릉도에서 독도가 안 보인다는데 그건 잘 모르고 하는 소리여. 볕 좋은 날은 죽도 뒤에 독도가 빤히 보여. 불 밝힌 오징어배도 일품이오.”

 

길도 때로는 잊혀진다. 한때는 주민들이 넘나들던 내수전길도 이제는 눈 밝은 트레커만 찾고 있다. 고단했던 울릉도 사람들이 눈물깨나 뿌렸던 오솔길은 벌써 원시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울릉도의 숨은 비경 좌안해안길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7-06-14 09:57 기사원문보기

울릉도에 가면 꼭 봐야 할 필수 코스가 있다. 독도 투어, 유람선 해상투어, 성인봉이 전부가 아니다. 돈도 들지 않고 쉽게 볼 수 있는 필수코스는 바로 좌안해안도로다. 소요시간은 걸어서 왕복 1~2시간. 멀리 있지도 않다. 바로 선착장 뒤편이 입구다.

 

좌안도로는 절벽 산책로다. 도로라고 불리지만 찻길이 아니다. 해안 절벽에 굴을 뚫거나 다리를 놓아 길을 만들었다. 계단을 올라서 방파제 철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좌안해안길이다. 철문을 달아놓은 것은 파도가 높거나 강풍이 불면 위험하기 때문에 관광객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해안길은 높낮이는 있지만 대체로 평탄하다. 도동항에서 왼쪽 절벽을 끼고 돌아가게 돼 있다.

해안 절벽길 초입. 벽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파도에 할퀴어 팬 자국이다. 자연환경이 척박해서 울릉도 사람들은 ‘말도 마이소’라고 하지만 관광객에겐 그것도 장관이다.

 

길은 절벽 사이 암굴로 들어갔다가 다시 벼랑을 탄다. 물빛도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흔히 에메랄드빛이라고 하는 바닷빛을 볼 수 있고 먹물이 짙게 밴 검푸른 바다도 보인다. 단지 바다의 깊이에 따라 물빛이 다르진 않을 터이지만 토박이들도 쉽게 이유를 대지 못했다.

 

입구에서 10분 거리에 해녀가 한창 물질을 하고 있었다. 길에서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서 홍합을 따고 있다. 저렇게 가까운 해안에서 조개가 잡히나? 주변 바위를 보니 성게가 더덕더덕 붙어있다. 50~60줄의 이 해녀는 홍합바구니 좀 건져달라고 했다.

 

남자 3명이 주먹만한 홍합이 가득찬 바구니를 겨우 들어올렸다. 해녀는 고맙다며 주먹만한 소라 열댓개를 건넸다.

“회로 먹어도 된다니까. 뭍에서는 구경조차 못하는 것이니 빨리 가져가.”

해녀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했지만 속정은 깊었다.

 

해안길 중간쯤 절벽 아래에 ‘고무다라이’ 2개가 놓여 있다. 일종이 샘이다. 석간수를 받기 위해 놓아둔 것으로 관광객들이 마실 수 있다. 화산섬의 물맛은 대개 담백하다. 쓰지도 달지도 않다. 뒤끝에 남는 게 없다. 개운하다. 울릉도는 2500만년전 화산폭발로 바다에서 솟구쳤다. 화산 폭발시 탄화된 돌덩이들이 탄소필터 작용을 하는지 물맛이 깔끔하다.

 

거친 벼랑에는 이끼같은 식물들이 붙어산다. 40분쯤 가면 해안길 끝이다. 여기서 나머지 구간은 공사를 하고 있다. 내년쯤에야 행남등대 앞까지 길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내륙으로 파고들어 400m만 가면 행남등대다. 행남등대에서 좌안해안도로 대신 숲길을 타고 돌아올 수도 있다.

 

울릉도는 행남등대 앞까지 길을 뚫을 작정이다. 새 길은 내년쯤은 돼야 개통된다.

마지막 해안길 끝자락 소나무 아래는 머위처럼 생긴 식물이 가득 붙어 있다. 토박이들은 생김새만 머위인 ‘너도 머위’라고 했다. 머위처럼 잎으로 쌈을 싸먹을 수 없어 ‘개머우’라고도 한단다. 너도머위 외에도 엉겅퀴, 애기똥풀 등 야생화들도 많이 피어 있다.

 

해안도로는 어렵게 만들었다. 바위벽에 구멍을 뚫고, 다리를 놓았다. 다 만들어놓은 코스 중 일부는 태풍으로 유실돼 다시 만들기도 했다.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다보면 좌안해안도로는 놓치기 일쑤다. 돈 안되는 코스라 일부 여행사에서 잘 알려주지 않는다. 선착장 바로 뒤편에 있지만 입구가 방파제에 올라서야 볼 수 있어 여행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도 이만한 해식단애를 울릉도 아닌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들다. 만지면서 걷기는 더 어렵다. 단언컨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 중 하나다.

 

▲여행길잡이

 


▶교통

 

묵호와 포항에서 들어간다. 서울에선 묵호가 가깝다. 배에 따라 2시간20분~2시간40분. 뱃시간은 오전 10시. 기후 여행상품에 따라 뱃시간이 조정된다. 편도 4만5000원부터. 서울대아고속해운(02-514-6766) 묵호여객선터미널 (033-531-5891). 내수전죽도전망대까지는 도동항에서 택시로 1만2000원. 버스는 없다. 내수전~석포 트레킹은 왕복 3~4시간 정도 걸린다. 석포에서 시내버스(우산버스)가 천부까지 다닌다. 천부에서 다시 도동까지 가는 버스를 탄다. 하루 4차례. 도동항 버스정류장 관광안내소에 버스시간표가 배치돼 있다. 우산버스(054-791-7910), 울릉도관광안내소(054-790-6454)

 

▶숙박 & 맛집

 

대아호텔 리조트(02-518-5000)가 시설이 가장 좋다. 민박도 많다. 보배식당(054-791-2683)의 홍합밥이 유명하다. 도동항에서 도보로 5~10분 거리다. 홍합밥 1만원, 홍합죽 1만2000원. 오징어와 호박엿 외에 요즘 뜨고 있는 울릉도 특산품은 더덕즙. 물 외에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 더덕의 약효는 똑같다지만 향이 없는 게 특징. 30포 1박스에 3만7000원. 택배도 해준다. (054)791-0092

 

▶상품

테마21여행사(02-544-6363)는 23일과 30일 두차례 1박2일 상품을 판다. 서울 덕수궁, 신사역, 잠실에서 출발한다. 내수전트레킹을 한 뒤 사동 통구미 남양, 구암, 태화, 현포, 천부 나리분지(너와집, 투막집), 섬목, 삼선암, 선녀탕은 차량으로 둘러본다. 선착순 40명 마감. 숙박장소에 따라 18만~21만원. 독도유람선(3만7500원), 울릉도유람선(1만8000원), 죽도관광(1만원) 등은 희망자에 한해 선택관광을 할 수 있다.

 

죽도행은 오전 9시30분, 오후 3시30분 하루 두차례 배가 다닌다. 왕복 1만원. 울릉유람선협회(054)791-4468

〈울릉도/글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사진/박재찬기자 jc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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