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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절대 왕권이 일궈낸 파라다이스

향기男 피스톨金 2007. 6. 21. 16:34

 

절대 왕권이 일궈낸 파라다이스 St. Petersburg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여행지 순위를 매기게 된다. 딱히 기준은 없다. 그저 개인적 취향에 따라 인상 깊은 장소,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을 표시해 두기 위한 다짐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고의 여행지를 말하라면 단연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네바 강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풍경도 좋거니와, 무엇보다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는 18~19세기 바로크 양식의 화려한 건축물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다른 관광지처럼 정형화된 틀에 맞춰 도시를 꾸민 게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문화와 역사가 쌓이고 쌓여서 자연스레 형성됐기 때문에 삶의 모습이 온전하게 담겨 있다. 이게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매력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러시아 황제의 절대왕권이 이뤄낸 업적을 들 수 있다.

 

본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북서부의 보잘것없는 습지대에 불과했다. 지반이 약하니 왕궁 같은 거대한 건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누구도 변방의 황무지가 세계 역사에 화려하게 등장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힘에 의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시로 태어났다.

 

바로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에 의해서. 표트르 1세는 북방전쟁(1700~1721)에서 스웨덴의 침략을 막기 위한 요새를 건설해야 했고, 1703년에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완성과 함께 도시가 탄생되었다. 핀란드 만을 향해 흐르는 네바 강의 델타 지대에 형성된 자연의 섬과 운하로 인해 만들어진 섬 위에 도시가 세워졌다.

 

1712년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왔고, 서유럽에서 건축가와 조경사를 초빙해 제정 러시아의 수도를 건축했다. 이후 1918년에 수도가 다시 모스크바로 옮겨가기까지 약 2세기에 걸쳐 러시아 제국의 도읍이자, 긍지로 그 자리를 지켜왔다. 도시 이름도 러시아 정교의 성인인 사도 페트로(베드로)로 대제의 이름을 기념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라 했다.

 

새로운 도시의 건설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떠올릴 만큼 엄청난 노동력을 요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 수천, 수만의 인명을 앗아간 때문인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운명은 밝지 않았다. 오히려 음울하고 비극적인 일을 너무나 많이 겪었다.

 


1941년 9월 8일부터 44년 1월 27일까지 872일 동안 계속되었던 도시 봉쇄 사건,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같았던 세 번의 무서운 홍수(1724년, 1824년, 1924년에 100년 간격으로 커다란 수해가 있었다) 등. 그러나 그 무엇도 이 도시를 함락하지는 못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경을 이겨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오늘날 세계 어느 도시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역사, 문화도시로 러시아의 자랑이 되고 있다.

 

도시에는 네바 강의 분류, 지류, 운하까지 포함해서 65개의 강이 흐른다. 그리고 100개 이상의 섬이 365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가히 물의 도시라 해도 무방하다. 널찍한 벌판, 네바 강과 운하들의 고른 선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본적인 형상을 이루는 요소가 되었다.

 

여기에 유럽의 화가, 건축예술가, 조각가들이 펼쳐낸 유럽 미술의 화려한 풍경이 창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이 마치 도시 안으로 들어오는 듯하며, 도시는 주위의 풍경에 자신의 반사광을 비추어 내는 듯하다.

 

“이 도시를 보라! 이 강을 보라! 이런 도시는 다시없다. 짧은 시간 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서 세계의 고도들에 가 보라. 낡은 파리, 뿌옇게 그을은 런던을 보고 나면, 이 도시의 진가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보라, 이 일관성을. 각 부분들이 모여서 일관된 하나의 총체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 건물들의 아름다움, 그 세련됨은 어떠한가.

 

전체적으로 볼 때, 강물과 건물들이 어우러져 이루는 아기자기함이 장관이다.” 러시아의 시인 콘스탄틴 바쥐시코프의 격찬이 아니더라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한 여행자라면 누구나 그 매력에 매료되고 말 것이다.

 

절대 권력의 상징, 화려함의 극치 ‘궁전’

 

절대 왕권을 자랑하던 러시아 황제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은 역시 궁전이다. 표트르 대제가 자신의 권력을 과시라도 하듯 습지대를 아름다운 도시로 바꿔놓은 것처럼, 밋밋한 벌판에 화려하고 웅장한 궁전으로 세웠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여름궁전’이라 불리는 페트로드보레츠다.


대궁전을 중심으로 윗공원과 아랫공원이 펼쳐지는데, 그 안에 140개나 되는 분수가 있어 ‘분수궁전’이라고도 불린다. 궁전 앞 아랫공원은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듯 금빛으로 빛나는 조각상과 하늘을 향해 물을 뿜어 올리는 분수가 조화를 이룬다.

 

녹음이 우거진 가로수 길을 따라 걸으면 누구라도 로맨틱한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궁전 내부는 표트르 이래 궁중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이 남겨놓은 일상용품과 정성을 들여 꾸며놓은 실내 장식이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다.

 

‘황제마을’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짜르스꼬예 셀로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표트르 대제가 자신의 부인 예카테리나 1세에게 선물한 곳이다. 이곳에 세워진 예카테리나 궁전은 내부와 외부에 화려한 조각장식이 빛을 발한다.

 

건물의 길이가 300m가 넘는데, 외형을 장식하는데 들어간 금이 100kg이 넘는다고 한다. 오색의 꽃들이 수놓는 화원과 울창한 나무가 도열해 있는 숲길, 여기에 여름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까지.

 

궁전은 그야말로 하나의 작은 마을이다. 짜르스꼬예 셀로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얀따르나야실이다. 1717년 프러시아의 왕 프리드리히 1세가 표트르 대제에게 보낸 진귀한 호박 패널로 멋지게 장식했다. 방은 바닥에서 천장에까지 빈틈없이 호박 모자이크로 덮여 있어 보는 이에게 황홀한 인상을 준다.

 

여름궁전이나 황제마을만으로도 황제의 위상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곳이 있으니, 바로 겨울궁전과 그와 연결된 네 개의 건물(에르미타주)이다. 이곳은 단순히 역대 황제의 거처였다는 사실 외에도, 러시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이다. 영국의 대영 박물관이나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규모다.

 

일반적으로 에르미타주 박물관이라 불리는데, 1050개의 전시실에 약 300만 점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작품 한 점당 1분씩 감상해도 5년이나 걸린다고 하니 소장품의 수나 박물관의 규모를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겨울궁전이 박물관이 된 것은 예카테리나 2세 때다. 그녀가 1764년에 상인 I. E 고츠코브스키의 컬렉션을 사 들이면서부터다. 현재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은 약 3백만 점이다. 러시아의 고고학자가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에서 발굴해 온 불교유적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회화작품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다.

 

그 중에서도 박물관을 대표하는 것은 회화 작품이다. 미술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하나의 성지와도 같다. 에르미타주에서는 이탈리아 , 네덜란드, 플랑드르 회화의 최고봉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라파엘로의 ‘마돈나 코네스타빌레’, 조르조네의 ‘유디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베누아의 성모’ ‘리타의 성모’가 언제나 관람객을 반갑게 맞아준다.

 

이외에도 렘브란트의 작품 25점, 루벤스의 작품 4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회화의 주된 경향, 즉 인상파·후기인상파·야수파, 입체파에 해당하는 전시 작품들이 가득하다. 박물관에 있는 이 시대 그림들의 컬렉션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신기한 전시물도 많다. 그 중에서도 눈길이 가는 게 공작시계다. 18세기 영국의 기계공학자 제임스 콕스가 만든 것으로 흥미를 돋우는 장난감이자 장식용이다. 그냥 보아서는 시계라는 걸 알기 힘들다. 공작, 수탉, 부엉이, 다람쥐 모양을 한 모형들이 정교하고 복잡한 기계장치로 연결되어 있다.

 

시간을 볼 수 있는 숫자판은 버섯의 우산 모양 밑에 있는 틈 속에 숨겨져 있다. 시계를 작동시키면 천상의 멜로디가 고요하게 울려 퍼지고, 공작이 화려한 날개를 펴고 수탉은 목청껏 울어댄다. 전시실을 돌다보면 쉽게 만날 수 있으니 그냥 스쳐 지나지 말고 천천히 시계의 비밀을 풀어보는 것도 재미난 일이다.

불가사의 같은 건축예술

네바 강의 강폭이 가장 넓어지는 하구의 델타 지대에 토끼 섬이라는 작은 섬이 있다. 이곳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중추였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가 남아 있다.
 
표트르 대제가 스웨덴 군대로부터 러시아를 지키기 위해 건설한 것인데, 요새 건설이 시작된 것은 1703년 5월 16일이다. 바로 이날이 상트페테르부르크가 탄생된 날이기도 하다.
 

강을 끼고 있는 요새는 견고한 성백과 대포들이 남아 있어 표트르 대제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요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스위스 건축가 도미니크 토레지니가 지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성당이다.

 

노란색 외관이 화사한 성당에는 표트르 대제에서 알렉산드르 3세까지의 역대 황제가 매장되어 있다. 그런 만큼 실내 장식이 매우 훌륭하다. 20년이나 공을 들인 실내는 대리석으로 된 벽과 다양한 색채와 아치 그리고 금박을 입힌 석고상과 온갖 빛깔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자연 채광을 받아 밝게 빛난다.

 

제카브리스토브 광장과 이싸아끼예브스카야 광장을 양편에 두고 있는 성 이싸아키예브스키 사원은 러시아 제국을 대표하는 사원을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세워진 건물이다. 길이 111.2m, 폭 97.6m, 높이 101.5m. 한눈에 보기에도 거대한 대리석 기둥과 돔 지붕이 사원의 격을 어떠한지를 말해준다.

 


실제 이 사원의 돔형 지붕과 같은 양식을 한 건물 중에서 이싸아끼예브스키 사원은 세계에서 네 번째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로마의 성 베드로 사원, 런던의 성 바울 사원,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사원 다음이다.

 

그리스 정교회는 예배를 서서 드리기 때문에 실내에는 의자가 없다. 그리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모자이크와 성스러운 이콘화가 가득해서 실내는 또 다른 박물관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것 말고도 여행자를 놀라게 하는 사실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건물을 짓기 위해 행해야 했던 기초 작업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원래 습지대이기 때문에 성당처럼 웅장한 건물을 짓기란 불가능하다. 지반이 약해서 균형을 잡기도 힘들고, 금방 무너지기 때문이다.

 

사원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기초를 튼튼히 해야 했는데, 현재 건물을 받치고 있는 커다란 대리석과 같은 세로 6m짜리 말뚝 1만3000개를 촘촘히 박고 그 위에 화강암을 깔았다. 또한 43m 높이에 있는 큐폴라(돔 천장)를 올리기 위해 둘레에 24개의 기둥을 설치하는 작업도 당시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의 어려움을 극복한 것도 사원에 대한 열의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사원을 짓는 데 필요한 모든 대리석을 유럽에서 배를 통해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도시를 계획하고, 건물을 올리는 일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러시아의 힘이 어떠한 위치에 있었는지, 당시 황제의 절대 권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과감 없이 보여주는 역사의 증거인 셈이다.


Travel Information

신비학 환장적인 백야

 

러시아의 겨울은 혹독할 정도로 춥고 삭막하지만, 여름이 시작되는 5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는 낮이 계속되는 신비한 백야 현상이 계속된다.

 

 이 시기에 러시아를 찾는 이유는 중 하나가 바로 백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 A 그리고리예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많은 시인들이 우리 북국의 밤을 찬양하며 묘사하려 했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공중에 퍼지는 장미의 향기나 현의 떨림이 그러하듯, 말로써 표현하기가 불가능하다. 한낮의 무더위가 지나간 후, 새털구름들이 연출하는 인광과 진홍빛 노을 밑에서 숨을 돌리는 네바 강 위로 드리워지는, 생명과 심오한 의미로 가득한 신비의 침묵을 표현하기란 그 어떤 시인에게도 역부족일 것이다.

 

하늘을 수놓는, 마치 카멜레온의 피부에서인 양, 수정의 각진 표면들에서 인 양, 스펙트럼에서인 양 강 표면에서 반사되어 보이는 오묘한 색감을 표현하는 일은 어떤 화가도 해 낼 수 없을 것이다.


대지에서 하늘로 상승하는, 또한 하늘에서 반사되어 다시금 대지로 하강하는, 느낌들이 깊이 배어 있는 소리들을 지상의 언어를 빌어 표현하는 일 앞에서는 그 어떤 음악가도 두 손을 들 것이다.”

 

항공

대한항공과 러시아항공이 인천↔모스크바 구간을 주 3회(수?금?일)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 10시간 30분.

 

비자

러시아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비자는 한 번 입국이 가능한 단수비자와 2번 입국이 가능한 2회 비자, 여러 번 입국이 가능한 복수비자가 있다. 일반적으로 여행사에서 러시아를 방문하는 여행상품은 주변의 다른 국가들도 함께 둘러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되어있기 때문에 2회 이상 입국이 가능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러시아대사관 02-318-2116

 

호텔

러시아의 호텔 요금은 세계 정상급이다. 물론 시설은 이에 훨씬 못 미치지만. 호텔 아스토리아(Astoria), 노보텔(Novotel) 등의 4~5성급 호텔은 싱글 룸이 230~300유로. 비교적 저렴한 미니 호텔인 콤포트 호텔(Comfort Hotel), 에르미타지 호텔(Ermitage Hotel) 등이 100유로 수준이다.

마이프라이데이 | 기사입력 2007-06-20 09:15 기사원문보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절대 권력의 상징
화려함의 극치 '궁전'
불가사의 같은
건축예술

 

음악: Mother of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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