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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상식/모르면 손해보는 비즈니스 와인매너

향기男 피스톨金 2007. 6. 21. 18:40

 

      모르면 손해보는 비즈니스 와인매너

#1. 중견 증권회사에서 영업부 과장으로 근무하는 손태용 씨. 점심 먹을 시간조차 쪼개가며 일에 매달린 결과 '이달의 우수사원'에 선정된 그는 영광스럽게도 회사 대표이사와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를 갖게 된다.

대표이사는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와인을 한잔 건넸다. 손 과장은 벌떡 일어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두 손으로 공손하게 와인을 받는다.

 

#2. 휴대전화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김복길 사장. 자사 제품을 납품하는 휴대전화 업체 고위 임원과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있다.

마침 김 사장 잔에 와인이 얼마 남지 않아 상대방이 와인을 따라주려 한다.

이 모습을 본 김 사장은 급히 잔을 들고 남은 와인을 다 마셔 잔을 비운다.

 

이런 사례는 평상시 비즈니스 모임에서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들이다. 윗사람이 주는 와인을 두 손으로 받는 것과 상대방이 잔을 채워주려 할 때 남은 와인을 마셔버리는 것이 뭐가 잘못됐느냐고 반문하기 쉽다. 물론 친구나 가족과 마시는 편한 자리에서라면 오케이. 그러나 매너가 중시되는 비즈니스 자리에서만큼은 예외다. 최소한 와인에 관해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고 있어야 자칫 와인 고수일지 모르는 상대방에게 결례를 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1 윗사람이 따라줘도 잔 들지마라

 

= 한국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와인 매너 중 가장 흔한 것이 와인을 받을 때다. 술에 대한 예의범절이 워낙 엄격하다 보니 윗사람이 따를 때 두 손으로 받는 것은 기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받는 일도 허다하다.

 

그러나 이 같은 모습은 와인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손윗사람이거나 상사라고 할지라도 와인을 받을 때는 잔을 식탁에 놓은 채 상대방이 와인을 따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감사의 말과 함께 가벼운 목례를 하면 된다.

 

와인잔은 다리가 길기 때문에 잔을 들면 따르는 사람이 병을 더 치켜들 수밖에 없어 오히려 술을 따르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2 테이스팅은 호스트가 해야

 

= 술을 연장자부터 받는 우리 풍습 때문에 와인을 잔에 따를 때도 나이순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와인 세계에서는 모임을 주최한 사람(호스트)이 와인의 처음과 끝을 책임져야 한다. 그 사람이 나이가 많든 적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다.

 

먼저 호스트는 그날 주문한 와인의 품질을 확인한다. 와인 수확 연도와 생산지를 확인하고, 종업원이 마개를 따면 마개가 촉촉한지 만져본다. 마개가 말라 있으면 와인이 변질됐을 가능성이 있다. 종업원이 와인을 잔에 조금 따라주면 들어서 빛깔을 보고 코에 가까이 대고 향을 맡는 테이스팅을 한다. 이상이 없으면 고개를 끄덕여주면 된다. 다음 첫 잔은 여성보다 그날 자리의 주빈에게 가도록 배려한다. 다음으로 여성, 남성순으로 잔을 따르도록 한다. 호스트는 가장 마지막에 잔을 받는다.

 

◆3 스월링은 가볍게 서너 번만

 

= 와인을 마시는 동안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와인잔을 식탁 위에서 돌리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예의에 어긋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스월링(Swirling)이라 불리는 이 동작은 병에 갇혀 있던 와인이 공기와 골고루 접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잔에 따르고 처음 마실 때 가볍게 서너 번 돌리는 것으로 족하다.

이후에도 잔을 돌리는 것은 불필요한 행동일뿐더러 비즈니스 모임에서 상대방의 주의를 흩뜨릴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4 건배 때는 잔의 볼록한 부분을 부딪쳐라

= 와인으로 건배를 하는 경우가 있다. 건배를 즐기는 우리 습관에 비춰볼 때 와인도 건배를 하지 않으면 뭔가 빠져 허전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건배할 때도 에티켓이 있을까. 있다. 와인으로 건배를 할 때는 눈높이 정도에서 잔의 볼록한 부분을 살짝 부딪친다. 맥주나 소주처럼 와인잔 윗부분을 부딪치는 것은 금물이다.

 


와인잔은 여느 잔과 다르게 얇은 유리로 섬세하게 만들어져 작은 충격에도 금이 가거나 깨지기 쉽다.

또 건배를 할 때는 상대방 눈을 바라보면서 한다. 와인을 함께 마시는 것은 일종의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므로 눈을 마주치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5 볼이 넓은 잔은 레드와인용

 

= 레스토랑이나 와인바 테이블을 보면 보통 3개의 잔이 세팅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럴 때 어느 것부터 마셔야 하는지 몰라 헤맬 수 있다.

 

잔의 형태에 따라 와인 맛에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잔의 사용은 매우 중요하다.

잔이 여러 개 있을 때는 가장 크고 볼이 넓은 잔을 레드와인용으로 보면 된다.

볼이 넓으면 공기와 접촉면을 넓게 하고 온도를 유지해 와인 맛을 최적으로 만들어준다. 이보다 볼이 작은 잔은 화이트와인을 마실 때 쓴다.

화이트와인은 보통 차게 해서 즐기기 때문에 차가운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볼이 좁은 잔에 마신다.

마지막으로 다른 잔보다 유독 길이가 짧은 잔은 물을 마실 때 쓰는 것이니 혼동하지 마시길.

 

◆6 두 모금 정도 남았을 때 다시 따른다

 

= 한국인 특유의 술 예절 가운데 하나는 상대방이 술을 권할 때 자신의 잔에 남은 술을 비운 뒤 받는 것이다. 그러나 와인을 마실 때만큼은 예외다.

 

와인은 보통 잔에 두 모금 정도 남아 있을 때 채워준다. 따라서 와인을 따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와인이 잔에 남아 있다고 해서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따를 때는 잔의 볼록한 부분 아래 선까지 따르는 것이 좋으며 최대 2분의 1을 넘지 않도록 한다. 잔에 와인이 너무 많으면 와인 향을 즐기기가 불편하다.

 

■도움말= 김기재 와인칼럼니스트 / 김시균 조선호텔 소믈리에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

[이명진 기자]매일경제 | 기사입력 2007-06-19 16:20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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