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필리핀

여행/필리핀 보홀섬/내던져라! 이보다 좋을 순 없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7. 7. 6. 12:15

 

내던져라! 이보다 좋을 순 없다 ...필리핀 보홀섬


휴식(休息)은 삶의 '악센트'다. 일상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활력을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휴가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책도 읽고 늘어지게 낮잠도 자며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싶다면 필리핀의 보홀이 제격이다.

 

보홀은 보라카이나 세부를 능가하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하지만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섬이다. 그래서 휴식하기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새해의 결심을 안고 6개월 동안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떠나라.# 숨겨진 보석같은 섬 - 보홀

 

보홀은 비사얀 제도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며, 필리핀에서 10번째로 큰 섬이다. 세부에서 배로 불과 1시간 4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인구는 100만 명에 조금 못 미치며 주도는 타그빌라란이다. 주도라고 하지만 한국의 자그만 읍 규모다.

 

보홀은 아직까지 관광지로 개발이 덜 돼 한적하다. 세부 섬이 해양 레포츠와 함께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큰 도시라고 한다면 보홀은 한가한 해변에서 잘게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쏟아질 듯 한 별을 바라보면서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시골이다. 그래서 필리핀 사람들은 보홀을 '숨겨진 보석'이라 부른다.

 

보홀에는 크고 작은 부속 섬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 팡라오 섬이다. '보홀의 진주'로 불리는 팡라오섬은 타그빌리란과 작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해변이 곳곳에 널려 있다. 대부분의 해변은 산호 가루로 이루어진 화이트 비치로 분말처럼 부드러운데 에메랄드 빛깔의 바닷물과 어우러져 한마디로 지상낙원이다.

 

그중 단연 백미는 알로나 비치와 에스카야 비치다. 알로나 비치는 탤런트 김지호 커플이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한국에 겨우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한눈에 입이 벌어질 만큼 아름답다.

 

해변 입구의 '낙원 일보 직전(ONE STEP BEFORE PARADISE)'이라는 간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1㎞ 남짓한 해변 뒤편으로 길게 드리워진 야자수 그늘에서 낮잠을 잘 수도 있고 5달러만 주면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

 

에스카야 비치는 알로나 비치보다 규모는 작지만 해변의 양쪽 끝으로 파도에 침식된 기암괴석이 낮은 절벽을 형성하고 있어 오밀조밀 잘 가꾼 정원 같은 곳이다.

 

특히나 리조트에 딸린 수영장은 해변과 바로 접하고 있어 상당히 이국적이다. 지난 4월에 개장돼 아직까지 주변 조경이 끝나지 않아 다소 어수선한 점은 있지만 조용한 가운데 산책이나 독서 하기엔 그만이다.

 

# 이루지 못한 사랑의 흔적 - 초콜릿 힐

 

보홀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초콜릿 힐이다. 초콜릿 힐은 짧은 풀로 뒤덮인 40∼120m 높이의 언덕 1천270여개가 무리지어 있는 곳. 야자수와 마호가니 나무들이 빽빽이 숲을 이룬 길을 지나면 여기저기 땅 위로 봉긋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나타나는데 마치 경주의 고분들 같다.

 

석회질의 봉우리에는 나무들이 자리지 못하고 관목이나 풀들만 자란다. 한국의 늦봄부터 시작되는 건기에는 언덕의 풀이 모두 갈색으로 변해 마치 '키세스'초콜릿을 모아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초콜릿 힐이라 불린다고 한다.

 

해발 550m로 제일 높은 언덕에 전망대가 있는데 꼭대기까지 놓인 계단은 214개 다. 원래는 212개였는데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2월14일 밸런타인 데이에 맞춰 2개의 계단을 더 놓았다고 한다. 전망대 정상에는 종을 치면 소원을 이뤄준다는 '소원의 종'이 있다.

 

초콜릿 힐에는 남녀 간의 사랑에 얽힌 몇 가지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옛날 아로고라는 거인이 약혼자가 있는 처녀를 짝사랑한 나머지 처녀를 들쳐 안고 줄행랑을 치다 너무 꽉 껴안은 나머지 처녀가 죽고 말았다고 한다. 슬픔에 잠긴 아로고가 며칠 밤을 새워 울었는데, 그 거인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져 초콜릿 힐이 됐다고 전해진다.

 

또 거인 부족의 여자들이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난 젊은 남자 거인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는데 전쟁 중 쓰러진 여자 거인의 가슴과 엉덩이 부분이 초콜릿 힐로 변한 것이라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앞선 이야기가 사랑의 달콤함을 느끼게한다면 뒷이야기는 질투의 씁쓸한 여운을 남겨, 전설마저 달콤 씁쓰름한 초콜릿 맛이다.

 

# 원시로의 산책 - 로복강 크루즈

 

동남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로복강. 역시 조용히 둘러보기엔 그만인 장소다. 초콜릿 힐에서 1시간 거리에 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3㎞ 가량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터널을 이루다시피한 원시림 속에서 태고의 신비감을 만끽할 수 있다.

 

강물을 거슬러가는 터라 엔진이 달린 방카라 불리는 조그만 배가 뒤에서 유람선을 밀고 간다. 배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갑판 위에는 선상 파티가 열린다. 기타를 연주하는 악사는 연방 낭만 가득한 팝송을 불러 준다. 강 상류 푸사이 폭포까지 올라가면 마을 주민들이 환영의 의미로 펼치는 춤과 노래 공연을 볼 수 있다.

 

또 선상에 뷔페식으로 푸짐히 차려진 필리핀 전통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나뭇잎을 깔아 만든 접시마다 코코넛 떡이며, 필리핀 식 잡채며, 열대 과일들이 수북이 담겨 있다.

 

'첨벙'하는 소리에 놀라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꼬마 소년들이 강물 속으로 멋지게 다이빙해 들어간다. 심지어 나무줄기에 매달려 타잔 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크루즈는 푸사이 폭포를 기점으로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왕복 코스다.

 

로복강 선착장 가는 길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타르시어(Tarsier) 원숭이를 직접 대면할 수 있다. 낮이면 죽은 듯이 나무에 꼼짝 않고 매달려 있는 타르시어는 코알라를 아주 작게 축소해 놓은 것만 같다.

 

손 안에 넣으면 쏙 들어갈 것만 같은 크기. 커다란 눈망울이 어찌나 앙증맞은지 돌아서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다. 글·사진=박진국기자 gook72@busanilbo.com

부산일보 | 기사입력 2007-07-05 12:09  기사원문보기

 

 

                         
  
 

 

                                                  향기男그늘집

                                           

                                          향기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