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맥도날드 햄버거 해장에 이어, 오늘은 버거킹 햄버거와 부르스트(독일 소시지)로 해장을 했다. 프랑크푸르트 역 바로 옆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전날의 승리에 대한 한국소식을 확인할 때는 어제의 감동이 다시금 밀려왔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인터넷 카페에는 한국 소식을 검색하느라 바쁜 한국 사람들이 서로 남들이 못 본 소식들을 이야기 해주느라 바빴고, 우리만큼이나 느지막이 여행을 재개하는 사람들이, 우리와 비슷한 해장을 하느라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눈이 마주치면 서로 여전히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가 먼저 나갔고, 생전 처음 본 사람들인데도 서로 반갑고 기분이 좋아서 웃기만 했다.
인터라켄으로 향하는 한국 사람들
▲ 스위스 인터라켄의 그림같은 풍경 | |
ⓒ2007 김현기 |
기차에선 같이 스위스로 가는 한국 사람들과 전날의 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것도 잠시, 모두들 피곤함에 금세 잠이 들었다. 그러다 독일-스위스 국경을 넘을 때쯤 검문을 하러 기차에 오른 스위스 국경경찰에 의해 잠이 깼다.
처음엔 잠이 덜 깨서 어리둥절하였지만, "패스포트, 패스포트" 하는 말에 얼른 여권을 보여주었다. 여권을 보곤 한국 사람인 줄 안 뒤에는 어제의 경기 결과를 봤다며, 축하한다는 말도 건넸다. 우리는 고맙다는 말을 했지만, 같은 조에 있는 스위스이기에 무턱대고 감사할 수만은 없었다.
14일 밤이 다 되어서야 도착한 인터라켄에서는 현기가 미리 예약해둔 발머스라는 사설 유스호스텔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우리 같은 빨간 티를 입은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또 거기엔 우리와 함께 프랑크푸르트로 왔던 정희와 자영이도 있었다.
"오빠들! 이게 웬일이니!!"
반갑게 인사하는 둘이 우리도 반가웠다. 전날의 승리이야기로 몇 마디를 나눈 뒤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갔다. 나가는 길에는 우리같이 늦은 저녁을 해결하러 시내로 나가는 한국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 한 무리가 선뜻 말을 걸어왔다.
"저희는 맥도날드로 갈껀데, 같이 가시죠!"
▲ 스위스의 노을이 지는 풍경 |
ⓒ2007 김현기 |
융프라우요흐를 오르는 기차
▲ 융프라우요흐를 오르는 기차에서 본 알프스의 만년설과 폭포 |
ⓒ2007 김현기 |
전날 저녁을 함께했던 친구들은 스카이다이빙을 한다고 해서, 우리 셋과 자영이, 정희까지 다섯이서 융프라우요흐행 열차에 오르기로 했다. 그 친구들과는 저녁에 맥주한잔 같이하자는 말을 나누고 기차를 타기위해 인터라켄 동역으로 갔다.
융프라우요흐행 열차는 노르웨이 피오르드 관광 때처럼 사철구간이라 유레일패스로는 오를 수 없었다. 우리 돈으로 10만원이 넘는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기차표를 끊었다. 유럽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지만, 역시나 큰 지출에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서 기차에 오르자 금방 열차는 출발했다. 노르웨이어서의 경험도 있고 해서, 관광용 기차에서의 멋진 장면 보기, 사진 찍는 법을 연신 같이 탄 이들에게 이야기했지만 소용없었다. 사진이야 사진전문가인 동구 형, 현기 두 사람이 나보다 잘 알았고, 정희도 자영이도 사진과 풍경보기엔 이미 일가견이 있는 모습이다.
올라가는 동안 산의 중턱들에 만들어진 그림 같은 마을에 간간히 서는, 이 여유로운 관광열차를 즐기는 법은 간단했다. 그림 같은 스위스의 자연을 두 눈으로 보고, 마음에만 담기 아쉽다면 사진으로 남기면 되는 일이었다.
▲ 오르는 중간의 라우터브룬넨(797m)에서 내려다 본 알프스의 한가로운 모습 |
ⓒ2007 김현기 |
"모두 모여 함께 사진 찍읍신다"
▲ 만년설로 뒤덮인 융프라우요흐의 모습 |
ⓒ2007 김현기 |
우선 3000미터 대를 지날 때부터 보이던 만년설로 가득 덮여있었고, 기후는 내리쬐는햇볕이 무색하게 한 겨울이었다. 특히 당황스러웠던 것은 현기증이었다. 설마설마했지만 고산지대는 처음인 내 몸은 이렇게 높은 위치를 잘 받아드리지 못했다. 처음부터 어질어질하더니 나중에는 피곤하고 눕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이런 당황스런 조건이었지만, 그렇다고 그곳이 마음에 안 들거나 싫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월드컵기간으로 인터라켄에 가득했던 한국 사람들이 이 날 모두 이곳으로 올라온 듯 한 분위기는 정말 최고였다.
▲ 융프라우요흐에서 펼친 태극기 | |
ⓒ2007 김현기 |
융프라우요흐 역의 얼음동굴 길을 지나, 눈이 가득 쌓인 눈밭으로 나오자 모두들 흥분하였다. 한두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내려쫴는 햇빛에 더위를 느끼던 우리들이기에, 이 계절에 눈을 본다는 것이 더욱 색다를 느낌이었다.
우리는 눈싸움을 하기도하고, 눈밭에서 구르기도 하며 알프스의 만년설을 마음껏 느꼈다. 다른 사람들도 별 다르지 않았는데, 누군가 저쪽에서 이렇게 외쳤다.
"모두들 모여서 같이 사진 찍읍시다."
눈밭에 꽂혀있는 스위스 국기 앞에서 태극기를 펼치고는 그렇게 말했다. 그곳에 있던 우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몰려가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역시나 시즌이 시즌인 만큼 응원가도 함께 부르며 말이다. 역시 이곳에서도 월드컵의 열기가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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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7-07-20 11:14 | |
[오마이뉴스 강병구 기자] |
덧붙이는 글
중동부 유럽 정보는 지역의 특성상 다른 자료를 통해서도 많이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을 제공해주신 김현기, 박동구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