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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탈리아 '물 위의 도시' 베네치아 여행

향기男 피스톨金 2007. 8. 7. 12:04

 

     이탈리아 '물 위의 도시' 베네치아 여행

물은 마음을 일렁이게 만든다. 유유히 흘러가는 물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 구석에서도 잔잔한 파장이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일상을 훌훌 털고 떠난 여행지에서라면 느낌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너울대는 파도처럼.

'물의 도시'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낭만이 흘러넘치는 이 도시는 세계 여행객들의 '로망'이다. 잔잔한 수면위를 미끄러지는 곤돌라에 몸을 싣고 낯선 이국땅의 정취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곳.

 

그 역사를 알고나면 한결 더 이 땅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약 1500년 전 훈족의 침입에 쫓기던 롬바르디아의 피난민이 갈대가 무성하던 늪지대 위에 지은 도시가 바로 베네치아다.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갈구가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물 위의 도시'를 건설케 했던 것이다. 118개의 작은 섬들을 연결하는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된 도시의 역사. 지금은 무려 177개의 섬이 400여개의 다리로 연결돼 세계의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면 상승으로 금세기 말이면 해수면이 54㎝ 상승해 베네치아가 수장될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지만 베네치아인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해 낼 것이다. 옛날 그들의 선조가 불가능한 일을 해냈던 것처럼-.

 

세계 여행객들의 가슴을 설레게하는 베네치아의 운하는 앞으로도 영원히 흐를 것이다.

 

홍콩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꼬박 12시간 비행 끝에 로마 피우미치노(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에 내렸다. '아, 이탈리아 땅을 밟았구나'하는 감동을 즐길 새도 없이 곧장 떼르미니(로마 중앙역)으로 이동한 뒤 베네치아로 가는 유로스타 이탈리아(ES)로 갈아탔다.

 

우리와 별 다를 것 없는 이탈리아의 농촌 풍경이 4시간 동안 지루하게 펼쳐졌다. 한참 동안을 해바라기밭과 옥수수밭이 번갈아 나타나더니 어느새 푸른 물빛이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종착역인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역에 도착한 것이다. '물의 도시'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푸른 운하의 도시

역을 나서면 초록빛 가득한 운하와 예쁜 노천 까페들이 제일 먼저 마중을 한다.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이렇게 곧바로 물과 조우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한참을 그 낯선 광경에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사실 출발 전 먼저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물이 더러워서 TV에서 보는 것 만큼 예쁘지 않아요."라며 주의를 줬기 때문에 별반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천국, 그 이상'이었다.

 

수로와 복잡하게 얽힌 물길, 그 위를 오가는 수 많은 배들의 모습에 그만 아찔해지고 말았다. 초록의 물이 유난히 강하게 내려쬐는 이 지방의 햇살과 맞부딪혀 마치 금실을 수 놓은 듯 반짝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역 앞 넓은 광장에 늘어선 여행객들의 한가로운 모습들이란!

 

눈이 부시게 행복한 풍경이었다.

베네치아는 자동차가 전혀 다니지 않는 도시다. 어쩔 수 없이 모두 배로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수상버스(바폴레토), 수상택시, 곤돌라가 이 지방사람들은 물론 여행객들의 발이 되어 준다.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은 수상버스 1번과 82번 노선이다. 1번은 로마 광장에서 산마르코까지 정류장마다 서며 리도섬까지 왕복한다. 82번은 1번과 같은 경로를 운행하지만 서는 정류장의 수가 적은 급행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행인데 서둘 필요가 있겠어?"라며 느긋한 마음으로 완행 1번 수상버스의 24시간 이용 티켓을 끊어 배에 올라탔다.

 

▲비둘기 반, 사람 반인 산 마르코 광장

 

배를 타고 대운하를 따라가다보면 여행 책자에 소개된 산 제레미아 교회, 터키 상인 저택, 베르나도 궁전, 카 도로, 독일무역거래소, 마닌 궁전 등 각종 유명한 건축물들을 감상하는 사이, 리알토 다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다리라고 한다. 다리를 건설한 사람은 무명의 건축가.

 

안토니오 다 폰테가 공모전에서 희대의 천재였던 미켈란젤로를 물리치고 건설권을 따낼수 있었던 것은 아치 공법을 이용해 다리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혔기 때문이라고.

 

한 30분여를 배 위에서 보냈을까. 배는 바다와 접하는 넓은 지점으로 흘러가 산 마르코 광장에 닿았다.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했다는 이곳은 베네치아의 정치, 문화, 종교의 중심이었던 곳으로 베네치아 관광의 출발점이자 중심이 된다.

 

산마르코 성당은 마르코 성인의 유골이 모셔진 곳으로 비잔틴과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이 혼재된 건물이며, 두칼레 궁전은 과거 일종의 정부청사와 같은 역할을 하던 곳이다. 카사노바, 램브란트, 괴테와 같은 역사 속 인물들과 꼭 같은 땅을 밟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곳이다.

 

높이 96m의 종루에 올라가면 광장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기를 잘 골라갔을 경우에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참 관광 성수기에는 길게 늘어선 줄이 광장 가득 이어져 도저히 엄두조차 낼 수가 없다.

 

주변에는 노천카페와 비둘기들이 가득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사람 반, 비둘기 반일 정도다. 검은 얼굴의 길거리 사진사가 손에 쌀을 가득 쥐어주자 갑자기 비둘기떼가 덥치는 바람에 아주 혼쭐이 났다. 비둘기와 친하지 않다면 함부로 사진사가 주는 쌀은 받지 말 것!

 

▲베네치아의 속살을 보고싶다면…

 

배에서 내려 드디어 본격적인 베네치아 유랑에 들어갔다. 유럽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베네치아에서는 지도를 뚫어져라 봐가며 골목이름 하나하나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방향감각을 잃어도 어차피 길은 어디로든 통하게 돼 있는 곳이 바로 베네치아다.

 

감사하게도 골목 곳곳에는 주요 명소로 향하는 방향이 표시돼 있어 리알토 다리나, 산마르코 광장에는 쉽게 이를 수 있었다. 걷다보면 가끔 막다른 골목에 이르기도 하지만 돌아나와 다리를 건너면 또 다른 베네치아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한참을 그렇게 헤메었을까. 갑자기 어디선가 귀에 낯익은 '오솔레미오'가 들려온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아 소운하를 건너는 작은 다리로 뛰어갔다. 곤도라를 탄 관광객들이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초대한 이탈리아 가수였다. 눈부신 베네치아의 하늘 아래 듣는 '오솔레미오'는 학생 시절 갑갑한 음악실에 앉아 어눌한 발음으로 따라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맛이 넘쳤다.

 

베네치아의 명물을 들라면 단연 '곤돌라'를 손꼽을 것이다. 전통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고급 교통수단에 속하는 곤돌라. 배 한 척에 6명까지 탈 수 있는데 몇 명이 타든 120유로(우리돈 15만원) 정도는 내야 하니 꽤나 비싼 편이다.

 

그래도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속에서 노련한 근육질의 사공이 노를 젓는 곤돌라의 재미를 포기하긴 어렵다. 더구나 베네치아 곳곳을 그물처럼 연결하는 소운하를 돌아보고 싶다면 곤돌라를 타거나 무조건 걷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다만, 곤돌라를 타기 위해선 이탈리아의 따가운 뙤약볕을 견뎌낼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한 낮 뙤약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렬하다. 사공의 취향에 따라 꽃과 각종 장식물 들로 치장한 예쁜 곤돌라도 많으니 잘 둘러보고 고른다면 곤돌라 타는 재미가 더욱 배가 될 듯.

 

▲음악이 가득한 베네치아의 밤

 

베네치아의 해는 길었다. 저녁 8시가 넘어도 어둑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루 종일을 운하를 따라 헤메다보니 슬슬 발걸음이 무거워져 이제 그만 호텔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즈음, 어디선가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왔다.

 

락 밴드가 배 위에 엠프와 드럼을 싣고 공연을 하며 대운하를 유유히 가르고 있었던 것. 배는 수산시장 인근의 선착장에 정박하고 본격적인 공연을 펼쳐보였다. 이미 공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선착장에는 맥주 한 잔을 들고 일찌감치 앞자리를 차지한 관객들도 상당수였다.

 

온통 이탈리아 노래만 불러대는 통에 가사는 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유럽 국가들 중 한국인들과 가장 유사하다는 그들의 '흥'만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일본인 여자 관광객을 일으켜 세워 즉석에서 이탈리아어 강의도 해 가면서 공연은 1시간 넘게 계속됐다.

 

리알토 다리 옆에서도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역시 무대는 배 위다. 우리나라의 난타 공연과 비슷한 타악기 공연이었다. 물통, 냄비 등 두들릴수 있을 만한 것들은 죄다 두드려대며 흥겨운 한판 난장을 벌였지만, 아무래도 '난타' 공연은 우리 것이 한수 위다!

 

이제 해도 뉘엿뉘엿 저물어 날이 어슴프레지자 운하를 끼고 위치한 레스토랑들은 하얀 천으로 덮힌 야외 테이블에 하나 둘 촛불을 켰다. 흔들거리는 붉은 촛불사이로 어디선가 곤돌라 뱃사공이 부르는 칸쇼네 한 자락이 스쳐지나가는 사이 베네치아의 밤은 깊어만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매일신문 | 기사입력 2007-08-02 14:24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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