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없이 펼쳐진 자연 속을 여행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쪽으로 떠나야겠는데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다면 ‘몽골’에 가보라 하겠다. 광활한 초원, 순수한 자연의 피조물, 순박한 사람 냄새까지. 단 3시간 30분의 부담없는 비행거리에 계절적으로 7~8월이면 몽골 최고의 기후를 즐길 수 있는 적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7월엔 몽골 최대 행사인 ‘나담 축제’가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프라이데이 콤마팀은 주저없이 몽골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조사를 해보니 수도인 울란바토르와 국립공원 중 하나, 고비 사막, 흡스걸 호수는 돌아봐야 ‘몽골을 봤다’고 할 수 있다는데, 이는 일정상 불가능했다.
한반도의 7배가 넘는 넓은 땅덩이라 지도상에서 보이는 바로 옆 동네도 차로 2~3시간이 걸리는 까닭이다. 그래서 현지 상황에 따라 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현지 랜드사의 개인 가이드를 소개받고 몽골로 떠났다.
나담 축제를 통해 몽골의 놀이를 맛보다
나담 축제는 매년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벌어지는 국가적 행사다. 몽골어로 ‘놀다’라는 뜻의 ‘나다흐’에서 유래된 것으로 몽골의 대표 놀이인 씨름, 궁술, 경마의 흥미진진한 경쟁이 펼쳐진다.
나담 축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해 이때쯤이면 많은 외국인이 몽골을 찾는다. 스타디움 앞에서 티벳풍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던 스위스 여인 베로니카는 몽골인 회사 동료 때문에 몽골과 아시아의 문화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한다.
나담 축제를 찾는 것만도 두 번째로 특히 세계를 제패한 칭기스칸의 후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래서 한껏 고무되어 찾은 나담 축제는 예상보다 훨씬 화려했다.
힘찬 말발굽 소리를 울리며 등장한 기마 예술단의 공연부터 원색의 화려함과 독특한 디자인의 모자가 돋보이는 전통 의상 퍼레이드, 늘씬한 미스 몽골의 워킹, 인기 가수의 힙합 공연까지, ‘척박한 땅에 살고 있는 변방의 유목민’으로만 규정지어온 몽골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본격적인 축제는 축하 행사 후 벌어지는 씨름 경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나 일본과 달리 상의에서부터-그것도 배꼽티를- 가죽 부츠까지 챙겨 신고 씨름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므흣’하다. 특히 이색적인 것은 경마로 우리가 주로 볼 수 있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몽골의 경마는 5~12살의 꼬마 기수들이 참가하며 경마장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약 30km나 되는 결승점을 향해 들판을 달리게 된다. 속도는 물론 지혜와 인내력이 필요하며 우승을 하면 이는 가문의 영광이 된다.
승마와 지프로 몽골의 초원을 달리기
몽골 여행이라고 하면 자연스레 승마라는 코스가 포함된다. 세계에서 말을 타고 생활하는 유일무이한 민족의 땅에 왔으니 말이다. 테를지 국립공원은 승마 체험을 하기에 좋은 곳으로 1시간 코스가 보통이다.
말을처음 타는 이에게도 말고삐를 바로 넘겨주는데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말이 허벅지의 미묘한 근육의 움직임만으로도초보자를 가려내 웬만해서는 뛰지 않기 때문이다.
승마체험을 하다보면 그 안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게르를 엿볼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게르 캠프와 실제 삶의 터전으로서의 게르는 전혀 다르다. 손님을 접대하며 보여주는 몽골인들의 인심과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발견하게 된다.
몽골을 달리는 또 다른 방법은 지프 투어를 감행하는 것이다. 이는 울란바토르에서 작은 고비로 불리는‘바양고비’, 몽골의 옛 수도이자 제2의 도시인 ‘하라호름’까지 가는 여정에 필수다. 하라호름까지는 약400k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다.
그러나 비포장도로 구간이 많아 3시간 30분 정도 걸릴 거리를 7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 차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접는 게 좋다. 책이라도 읽으려면 멀미가 먼저 찾아온다.
그렇다면 7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고? 구불구불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는 몽골의 언덕을, 양 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는 몽골의 어린 소년들을, 게르를 해체해 수레에 실은 채 말을 타고 이사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다. 많은 문인들, 예술가들이 몽골의 길 위에서 영감을 얻는다니 지루하더라도 도전해볼만 하지 않은가.
하라호름에서 찬란한 신앙을 만나다
하라호름은 세계를 호령하던 옛 몽골 제국의 수도였다. 그러나 그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썰렁한 옛 성곽만을 만나게 될 뿐이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성곽위에 올려진 라마불교의 상징 108개의 탑신과 불교사원, 무덤 뿐이다. 그렇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사원안에 들어서는 순간 화려한 라마불교를 만나게 되니 말이다. 사실 하라호름은 옛수도를 보러 오는 곳이 아닌 몽골 라마 불교의 근원지를 보러 오는 것이 맞다.
1568년에 지어진 성내 사원 ‘오르덴죠’는 몽골 최초의 불교사원이다. 약 4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몽골인들의 신앙심은 누구보다도 높아 90%이상이 라마불교를 믿고 있다.
축제 기간 중이었기에 때마침 많은 이들이 사원을 찾았다. 사원 안에서 라마승들이 염불 외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지는데 우리 불교와는 전혀 다른 화려하고 강렬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짧은 여행 기억을 되돌아보면, 몽골은 첫 느낌이 강한 나라이기보다는 갈수록 여운이 남는 나라다. 벌써부터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들이 그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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