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박 대통령에도 욕 퍼부은 할머니
K-리그선 안정환에 욕 없는 지독한 욕설 눈쌀
“젊은 놈이 넌 손이 없냐, 발이 없냐? 이 씨부럴 놈아. 니가 갖다 쳐먹어라.”
이 모두가 식당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욕이 그냥 단순한 욕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징한다. 나이가 들어 요즘에는 식당에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 욕쟁이 할머니는, 이내 소박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내 욕먹으면 3년간 부자 돼. 내 욕 듣기가 얼마나 어려운데...씨부럴 놈들.”
전주 시찰을 나왔다 이 식당 근처에 들른 박 전 대통령은 국밥을 배달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수행원들은 욕쟁이 할머니한테 잔뜩 욕만 먹고 돌아왔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식당에 들렀다. 그를 본 욕쟁이 할머니가 ‘니는 어쩌면 그렇게 박정희를 닮았냐? 옜다, 그런 의미에서 계란 하나 더 먹어라’라고 외쳤다던가?
조선 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욕은 일종의 법률 용어집인 '이언각비'에서 ‘추악한 말로 꾸짖는 것을 욕이라 하고, 욕이 하나의 풍속’이라고 규정했다. 더욱이 욕은 우리 문화에서 가장 잘 발달된 분야 가운데 하나다.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김열규, 사계절 출판사)'에서는 ‘욕이 가장 흥청대는 분야는 탈춤’이라면서, 욕 문화가 발달한 이유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욕도 잘만 하면 꿈이 된다. 못 다 이룬 꿈. 꺾이고 짓눌린 자들의 못다 이룬 시퍼런 꿈이 된다.” 세계의 욕 문화를 비교해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www.insultmonger.com)에는 우리 욕 가운데서도 비교적 저급하거나 부정확한 욕을 담고 있다. 우리 욕이 주한미군 등을 통해 미국에 전파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다 전통적이면서 풍부한 욕은 '국어 비속어사전(김동언, 프리미엄북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사전은 무려 1천1백 쪽이나 된다.
지난 11일 K-리그 2군 서울FC와 수원 삼성간의 경기에서, 서울의 서포터스들이 수원의 안정환 선수에게 한 욕이다. 강도로만 보자면, 욕쟁이 할머니들에 비해, 그야말로 새 발의 피 격이다.
그런데도 이 욕에는 욕쟁이 할머니의 애정이 없다. 증오만 잔뜩 묻어나는 야유다. 축구와는 관련 없는 사생활 비난과 인신공격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다. 욕 한 마디 없는, 지독한 욕인 셈이다.
강도는 높지 않지만 증오로 일그러진 야유다. 우리 사회 이해집단간의 성명이나 논평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은 실버 축제에나 등장하는 욕쟁이 할머니, 또 최근 들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욕쟁이 할머니 식당의 애정 어린 욕이 그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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