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사는 이야기/하얼빈은 지금 어떤일이?

하얼빈 빙등제/자연과 인간이 엮어가는 ‘겨울동화’

향기男 피스톨金 2008. 1. 4. 13:35

자연과 인간이 엮어가는 ‘겨울동화’
 할빈 빙등제작의 현장 그리고 그 신비한 빙등의 세계에 다가가 본다

 2008/01/02 흑룡강신문

'얼음의 도시'로 해내외에 널리 알려진것 처럼 빙등의 조화가 없는 할빈의 겨울은 상상할수 없다.회색의 겨울을 오색찬란한 세계로 바꿔놓은건 인간이요 또한 자연이 인간에게 안겨준 선물이기도 하다.겨울이면 동화와 같은 신비한 얼음세계는 이 유럽풍도시를 더 멋스럽게 분장해 준다.자연과 인간이 빚어내는 신비의 세계, 그 흥미로운  현장에 다가가 본다.

 

‘바둑판’으로 시작되는 빙설의 ‘대역사’

 

중국 최북단의 대도시인 할빈은 높은 위도에 위치해 있어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은 기후특징을 보이고 있다. 추운 겨울은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3개월간 지속된다.1월달은 평균 기온이 령하 15도에서 령하 30도에 이른다.

 

할빈인들에게 ‘어머니의 강’으로 불리우는 송화강은 이 도시의 젖줄기같은 존재이다.도시를 감돌며 유유히 흐르는 송화강은 할빈의 온대 대륙성 계절풍기후로 11월말이면 어김없이 얼어붙기 시작한다.이런 천혜의 자연자원은 할빈 특유의 빙등을 탄생시켰다.

 

 

가을철에 자정을 거쳐 맑아진 송화강물이 일정 두께로 투명하게 얼어붙으면 채빙작업이 시작된다.시초의 채빙은 간단하고 무질서하게 이루어졌지만 현재는 제법 ‘산업화’의 모양새를 갖추어 가고 있다.채빙의 첫단계작업은 우선 대형톱으로 빙판에 통일된 규격으로 얼음을 자르는 일이다.해마다 이맘때면 송화강물이 상대적으로 더 맑은 북안의 송화강빙면에 거대한 ‘바둑판’이 그려진다.

 

채빙현장에 가까이 다가가 보면 마치 판초콜릿에서 초콜릿 하나씩 끊어내듯 얼음장을 한장씩 잘라낸다.한 사람이 채 잘리지 않은 얼음장을 끌로 떼여내면 네댓명이 얼음을 고리로 걸어 수면우로 끌어낸다.얼음장은 건져내는 대로 수십대의 트럭에 실려 빙등제작현장으로 옮겨진다. 빙설대세계만 해도 저그마치10여만립방미터나 되는 얼음을 필요로 한다. 

 

관광성수기에 접어드는 세밑에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반달정도의 기한내에 기본건설을 마무리해야 하므로 대량의 인력과 장비가 투입된다.빙등전시기한을 최대한 늘여야 하고 또 경제적으로 순익을 창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빙등제작현장은 거대한 건축공사장을 방불케 한다.기중기들이 촘촘히 늘어서고 트럭,불도저,굴삭기,크레인의 동음이 요란하고 조경구역마다엔 운반공,건축공,전공,미술가들로 북적인다. 수백명에 달하는 건설자들이 교대작업으로 주야를 가리지 않는 빙등건설은 20여일 가까이 이어진다. … …

 

신비한 빙등의 세계는 송구영신의 대목에 송화강량안의 남과 북에서 할빈의 상징적 건축물인 방홍기념탑을 축으로 대칭의 구도를 이루며 그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다.남은 시중심인 도리구의 조린공원이고 북은 대규모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송북구이다.아담한 조린공원은  빙등 하나하나가 정교한 예술품으로 관광객들을 매료키는데 반해 거창한 빙설대세계는 현란한 얼음건축으로 관광객들을 황홀경에 몰아넣는다.

 

할빈 ‘원조빙등’의 발원지—조린공원

 

올해로 34회빙등원유회를 맞는 조린공원은 할빈  빙등의 발원지이다.할빈에 빙등원유회라는것이 생겨나기전까지 빙등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민간의 얼음등불놀이에 불과했다.대야나 물초롱에 물을 부어 만든 얼음덩이에  구멍을 파고 그속에 초불을 집어넣는것이 고작이였다.

 

1963년에 서막을 연  제1회할빈빙등원유회는 이 북방특유의 민간예술을 현대적인 빙등예술로 승화시켰다.당초에 옹기종기한 천여개의 빙등과 수십개의 빙화(冰花)로 시작된 원유회였지만 현재 할빈의 빙등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각이한 형태의 얼음건축물들에 현대적인 조명이 가미돼 현란한 수정궁처럼 장관을 이룬다.

 

조린공원의 빙등은 원유회(游园会)라는 이름이 붙은것 처럼 공원의 이곳저곳을 거닐며 감상하게 돼 있다.이번 34회부터는 ‘빙등원유회’가 ‘빙등예술원유회’로 개칭돼 더 주목을 받고 있다.조린공원은 해마다 공원내의 조경특성을 살려 새로운 주제로 빙등을 제작하고 또 국제얼음조각초청경연도  펼쳐 사람들의 이목을 더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기에는 세계최대 채색얼음조각과 빙화가 등장해 관광객들을 경탄케 하고 있다.

 

세계최대의 빙설락원—빙설대세계

 

조린공원은 할빈인들이 상상력을 발휘하기에는 너무 좁은 공간였다.그래서 지난 1999년부터 강북의 허허벌판에 30만평방미터규모의 빙설대세계가 건조되기 시작한것이다.지난해 ‘대장금’-리영애가 홍보대사로 위촉되면서 할빈대세계는 해내외에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였다.

 

금년 제9회를 맞이한 빙설대세계는 2008년북경올림픽을 맞이해 북경의 전문,천안문,세기단 등 웅장한 얼음건축들을 기세있게 건조했다. 그 가운데서도 세계적으로 제일 높은  얼음건축물로 기록을 남긴 높이40미터의 ‘올림픽성탑’은 바라보는 이들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빙설대세계는 빙등예술원유회와는 차별화된 관광객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빙등을 감상하는 한편 다양한 빙설문화오락을 체험할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기도 하다.얼음바위타기,빙설곡예감상,설상채색골프 등 북방 특유의 오락을 즐길수 있는가하면 사면이 유리로 된 하우스에서 수정궁같은 얼음의 세계을 둘러보며 커피와 쥬스를 마시는 여유로움도 즐길수도 있다. 빙설대세계는 현재 5만명을 수용할수 있는 세계최대빙설락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기온이 빙점을 오르면 빙등은 신기루마냥 사라진다.그저 복제불능의 예술품으로 인간의 기억속에 남을 뿐이다. 빙등은 겨울이라는 특정된 시공에서 피고 지는 꽃처럼 아쉬움을 남기기에 더욱 매력적인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빙등은 ‘시공예술’이라 할수 있겠다.송화강의 물이 고갈되지 않고 지구의 온난화가 도래하지 않는한 빙등은 자연과 인간이 공동으로 창조하는 신비의 세계로 그 화려한 변신을 거듭할것이다.  

/사진, 글 주성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