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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람들/[Why] 왜 그들은 나올까? 총선 출마의 욕망

향기男 피스톨金 2008. 2. 16. 21:10


[Why] 왜 그들은 나올까? 총선 출마의 욕망

금배지를 향한 욕망(欲望). 재선·3선을 노리거나 종전의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는 정치인들도 많지만, 한 전문 분야에서 그런대로 잘나가던 사람들도 낯선 선거판에 뛰어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지난 14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사람만 1981명. 무엇이 그들을 유혹하는 것일까. "국가와 민족, 지역 봉사를 위해서"라는 말의 성찬(盛饌)에서 벗어나, 진정 이들을 움직이는 개인적 욕망을 탐색해본다.


일간지에 시사만화 '나대로 선생'을 27년간 그려왔던 이홍우(59) 전 동아일보 국장급 편집위원. 그는 "요즘 아침에 일어날 때 기분이 상쾌하고 머리도 맑다"고 했다. 하루하루 머리를 쥐어짜며 시사만화를 그려야 했던 '빡빡한' 생활을 접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지난 4일 사표를 냈고, 5일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출마를 원하는 지역은 부산진 갑. 부친인 이종만 전 부산시의회 의장이 출마를 적극 권유했다고 한다. "지난 5년간 참여정부가 대못질한 것도 뽑아야 하고, 언론이나 문화 측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정치 입문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고사했다고 한다. 20년은 채워야 한국의 시사만화가로서 족적을 남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뭐가 달라졌을까? 그는 "사실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말을 많이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4월 30일이 그의 정년이었다. 회사에서는 연봉도 높여주며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새로운 길을 택했다.

"시사만화가로서 아직도 2~3년은 베스트를 보여줄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사만화가는 하루아침에 급전직하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 '어, 옛날 나대로가 아니네?'하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았던 거지요."

그는 '인생 2모작'을 하는 심정으로 나섰다고 했다. "국회의원이 되지 못하더라도 다시 만화를 그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1.고승덕(변호사) 2.박영아(명지대 교수) 3.손창원(치과의사) 4.홍정욱(헤럴드 미디어 前 대표이사 회장) 5.장제원(경남정보대학 학장) 6.박선규(前 KBS 기자) 7.최창우(한의사) 8.하형주(동아대 교수) 9.김호연(빙그레 회장) 10.신지호(뉴라이트 자유주의 연대 대표)

"조직의 한계 느꼈다" 

꼭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만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방송기자 생활 20년의 박선규(47)씨는 이전 직장에서 '한계'를 느껴 정치에 뛰어든 경우다(서울 관악을). 1987년 KBS 기자로 입사한 그는 2004~2005년 시사토론 프로그램 '일요진단'의 진행을 맡으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시청률이 높아지니까 영향력이 생겼고, 그렇게 되니까 견제가 들어오고, 내부에서 갈등이 생기고, 그게 나에게 직접적으로 압력이 됐다"며 "결국 제일 잘나가던 시기에 타의에 의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무리 방송을 잘하고, 생각을 바르게 가지고 있어도 인사권자의 눈에서 벗어나면 조직에서 나라는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핏속에 정치인 DNA 있어" 

그가 꼽는 국회의원의 매력은 '독립성'이다. 그는 "아직 정치와 내가 잘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방해받지 않는 위치에서 일 좀 해보고 싶은데 국회의원은 그게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김호연(53) 빙그레 회장도 정치인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한국화약 창립자이자 부친인 고 김종희씨의 고향인 충남 천안을에 의원 도전장을 낸 것. 6선 의원인 김종철 전 국민당 총재가 그의 백부이고, 한화 김승연 회장이 그의 친형이다. 그는 "정치는 어린 시절부터 품어왔던 꿈"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때는 큰아버님이 유세하는 것을 보며 혼자 유세 연습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핏속에 분명히 정치인으로서의 DNA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회장으로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정치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다양한 경력의 사람들이 의회에 진출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내가 온실 속에서 자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어려운 회사를 성공적인 회사로 바꿔 놓은 사람"이라고 했다. 친형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는 예비 등록 2주 전에 출마 사실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미리 상의를 안 했느냐"는 말에 그는 "나이 쉰 넘어서 상의할 게 뭐 있겠느냐"며 "형님이 처음엔 놀랐지만 잘해보라고 덕담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세계 500대 기업 꿈 접어" 

부산 금정에서 출사표를 던진 김세연(36)씨는 동일고무벨트 대표이사다. 2000여 명의 종업원과 올해 매출 3200억원을 바라보는 부산의 대표적인 기업의 수장이다.

동일고무벨트는 그의 조부가 1945년에 세운 회사다. 그는 이 지역 5선 의원으로 지난 2005년 세상을 떠난 김진재 전 의원의 외아들이다. 12년간 기업에서 일했던 그는 정치를 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꿈은 '자신의 회사를 세계 500대 기업에 드는 초우량 기업으로 만들어놓고 물러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업인으로서의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매년 20%씩 회사를 성장시키면 2030년쯤 10조원 정도의 매출이 가능해집니다. 그걸 물가상승 등을 감안해 현재 화폐가치로 따지면 5조원 정도가 되지요. 제 인생을 걸고 100%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국내 100대 기업에 들어가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그는 "제조업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권에서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생각에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면 회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생각이다. 그는 "한 달 정도 정치를 경험해보니 기업보다도 역동성이 높은 환경인 것 같다"고 했다.


"1년에 10억원 이상 손해" 

대학생 때 고시 3개에 합격한 주인공으로, 또 텔레비전 단골 출연 변호사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고승덕(51) 변호사도 이번 총선(서초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잘나가는 변호사에서 펀드매니저로 변신해 세간을 놀라게 했던 그가 다시 정치로 방향을 튼 이유는 뭘까? "오랜 변호사 활동으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람마다 시기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은 거죠. 개인적으로는 정치에 나서는 것이 1년에 10억원 이상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겁니다. 하지만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요."

"그럼 명예 때문이냐?"고 묻자, 그는 "명예에 있어서도 지금까지가 더 좋았다"고 했다. 지금으로서는 인지도를 더 높일 수도 없고, 호감도도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명예 측면에서는 손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 내 나이가 정치에 뛰어들기에 가장 적절한 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30~40대에는 한 분야에서 전문성과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이 정치 입문에 적당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실패한다면 원래 직업인 변호사로 돌아가 사회복지사업에 힘쓰겠다고 했다.


"고향을 살리고 싶어" 

이규민(59)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고향 인천(중·동·옹진)에서 국회의원 도전장을 내밀었다. 뉴욕특파원, 경제부장, 편집국장, 논설실장. 언론인으로서의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 작년 10월 회사에서 정년퇴직하고, 지난 1월 총선 예비후보로 나섰다.

"나는 비판자였지 주인공이 되어본 적은 없습니다. 출마를 하려는 것은 정치인이란 직업이 대단히 존경 받는 자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들어가서 정말 존경받는 정치인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고심의 기간은 단 2주. 애초에는 퇴직 이후 경제지, 지방지 등에 칼럼을 연재하며 칼럼니스트로 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기자라는 직업은 엔진은 약하고 핸들과 브레이크가 강한 특성이 있다"며 "조정과 견제의 기능을 평생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직접 정치에 뛰어들 마음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작년 말 모처럼 고향에서 친구들을 만나며 생각이 바뀌었다. 한때 중심지였던 인천의 신포동이 완전히 죽어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 누군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언론인으로서 능력 이상의 과분한 평가와 대우를 받아왔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칼럼을 쓰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는 것보다는 국회에 가서 고향도 살리고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을 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11.이홍우(前 동아일보 국장급 편집위원) 12.유정현(방송인) 13.김경호(前 창원지법 밀양지원장) 14.백기승(前 대우그룹 홍보이사)

"대한민국 성형하고 싶다" 

전문 의료인들의 출마도 눈에 띈다. 성형외과 원장인 오형근(46)씨는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성형하고 싶어서 국회의원에 출마한다"고 했다. 광주 북갑에 도전장을 낸 오 원장은 전남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조선대 의대를 졸업해 의학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사회적 개혁에 관심이 많아서 10년 이상 출마를 준비해왔다고 했다. 입법을 통한 영향력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그가 생각하는 국회의원의 매력이다. 오 원장은 "성형수술은 한 사람에게 만족을 주지만, 대한민국을 성형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만족을 줄 수 있어 더 보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페이닥터(월급을 받고 일하는 의사)에게 병원을 맡기고 선거에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외지인 보다야 내가 낫지" 

16년 동안 치과 의사로 일해온 손창원(44)씨. 그는 충남 당진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정치를 하겠다기보다는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어서 나오게 됐다고 했다.

그는 "치과 의사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왔지만, 외지에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당진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과 아내가 치과 의사로 손가락질 받지 않고 신망을 얻어왔는데 굳이 정치에 뛰어들 필요가 있느냐며 말렸다"고 했다.
# 내 자식의 고향 위해


20년 동안 마산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해온 수의사 허영(47)씨는 진주가 고향이다. 하지만 그는 대학 졸업 후 줄곧 삶의 터전이었던 '제2의 고향'(마산갑)에서 '금배지'를 노리고 있다. "내 자식의 고향이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만은 없어서" 출마했다. 그는 예전에는 전국 7대 도시에 들어갔던 마산이 지금은 50등에도 못 든다고 개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4일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바닥을 다지는 중이다. "전국의 수의사들도 나를 밀고 있다"고 말했다. "떨어질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병원으로 돌아가면 되고, 월급쟁이보다는 많이 벌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고 대답했다.

# 한의학 발전 뒷받침

대전 동에 출마 의사를 밝힌 최창우(44)씨는 한의사다. 그는 "의료 분야에서 한의학이 가장 국가 경쟁력이 있는데 그걸 뒷받침할 만한 법안을 만들고 싶어서 출마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6년 5·31선거 때 구청장 공천 제의를 받았지만, 내가 사명감을 가지고 봉사할 수 있는 자리는 국회의원이라는 생각에 이번 총선에 나오게 됐다"고 했다.

# 하루 3천명씩 만나

1984년 LA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하형주(46) 동아대 교수. 부산 사하갑에서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인터뷰 요청을 받은 하 교수는 "만약에 이색 출마자라는 식으로만 기사를 쓸 거라면 응하고 싶지 않다"고 못박았다. 310㎜의 발 크기 때문에 별명이 '왕발'인 그는 "원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되어 국제 무대에서 스포츠 외교를 펼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저는 정치 성향이 강합니다. 감각도 빠른 편이지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세계에서 최고로 센 상대들과 맞붙었습니다. 상대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감각이 빠릅니다. 싸움꾼의 감각이지요."

그는 "선수 생활 할 때가 '제1의 길'이라면, 대학교수가 된 이후 21년의 생활은 '제2의 길', 그리고 이제 시작하려는 국회의원 도전은 '제3의 길'이 되는 셈"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공천을 받기 위해 눈도장 찍으러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줄도 대봤습니다. 지금의 선거 풍토는 시스템 자체가 비생산적입니다. 복싱 세계타이틀 방어전 하는 것도 아니고 3선이나 4선을 노리는 것은 옳지 않아요. 요즘 하루에 3000명씩 만나고 있습니다. 선거 전에 적어도 세 번 이상씩 만난다는 각오로 뛰고 있습니다."

# 이제 악법은 고쳐야

김경호(45) 전 창원지법 밀양지원장은 지난달 23일자로 법복을 벗었다. 지금은 부산 강서을에서 출마를 위해 뛰어다닌다. 그는 지난해 밀양지원 곳곳에 아름다운 그림과 사진을 내걸며 '법원의 갤러리화'를 추진했다.

그는 "판사로서 개개인의 분쟁을 해결하는 보람도 있었지만, 그 밑거름인 입법 활동을 통해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국민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출마하게 됐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법관으로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한다.

김 예비후보는 "행정이나 조세 부분은 입법이 제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바꿔야 할 것이 많다"고 했다. "국민들의 권익과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데도 '악법도 법이다'라는 심정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 아버지와는 다른 꿈

장제원(41) 경남정보대학 학장은 지난 11일 학장직을 사퇴했다.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인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11대와 12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부산 사상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자신이 '2세 정치인'으로 묶이는 것은 거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내가 꾸는 꿈은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내가 대학 경영자로 쌓아온 경험과 새로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의 실용적 이념이 맞기 때문에 국회의원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 과학 전문가가 없어

박영아(48) 명지대 물리학과 교수는 서울 서초갑에서 정치 입문을 노린다. 박 교수는 "경제나 법률 전문가는 국회에 많은데, 과학 전문가들이 거의 없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박 교수는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3차 세계여성물리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굳이 국회의원이 되려는 이유에 대해 박 교수는 "국회는 임기가 보장된 상태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독립된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남편(석동현 대검찰청 전략과제연구관)도 뜻을 펼쳐보라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 한번 잘못하면 쪽박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TV 토론 프로그램의 단골 패널이었던 진성호(46) 전 조선일보 기자.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 합류해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정치에 입문한 계기에 대해선 "정권 교체를 원했고, 대선에서 이기고 난 뒤에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기업체로부터 영입 제의도 받았지만 고사했다.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서"다. 대신 서울 중랑을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기자와 정치인을 이렇게 비교했다. "뭔가 새롭게 만들어 보겠다는 점에서는 기자와 정치인이 비슷하지만, 정치인은 간·쓸개를 다 내놓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지하철 같은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악수하고 인사하는 일들은 아직도 낯설기만 하지요."

# 들판에서 제도권으로

뉴라이트 자유주의연대 대표인 신지호(45) 예비후보. 2004년 말 자유주의연대를 출범시키며 뉴라이트 운동을 시작한 그는 대표적인 보수 논객(論客) 중 한 명이다. 일본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수년간 시민운동가로서 활동해왔다. 제도권 밖에서의 활동으로 명성을 쌓은 그가 국회위원(서울 도봉갑)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들판에서 투쟁할 것이 아니라 이제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운동가로서 재정적인 것을 포함해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는 "보수가 조롱받던 상황에서 새로운 보수의 길을 제시했기 때문에 뉴라이트 운동이 주목을 받았던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빠른 속도로 뉴라이트의 도덕성을 흡수하면서 신보수정권의 탄생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가 정치인을 꿈꿨던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다. 그는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굉장히 편안하고 대접만 받을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힘들고 어렵고 빡빡한 직업일 수도 있다"며 "고무줄과 같은 게 국회의원"이라고 말했다.

# 실질적 해결책 낼 것

백기승(51)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입'으로 통한다. 부도 사태 이후에도 김 전 회장의 측근 인사로 활약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홍보기획단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하남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는 박근혜에게서, 경제는 김우중 회장에게서'를 캐치프레이즈로 걸었다.

"제가 모셨던 두 분이 다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모두 나라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분들과 함께한 시간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김우중 회장에 대한 사면(赦免)이 없었다면 총선에 대해서 많이 망설였을 겁니다."

그는 "이젠 유권자들도 과거와 달리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뽑을 것"이라며 "나는 기업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정치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 누릴 건 다 누렸다

인기 아나운서, MC로 명성을 얻은 유정현(41)씨. 그는 서울 동작갑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방송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씨는 대선 당시 이명박 당선자 지원 유세에 동참했고, 그것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그는 "대선 이후 MC를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정치에 뛰어들 것이냐 양자택일을 해야 했다"고 했다. 자신이 이명박이라는 정치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드러냈기 때문에 더 이상 방송은 못 할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스타 MC로서 누릴 것을 다 누려봤다"고 했다. '벌이'로 따져도 국회의원이 되는 것보다는 지금이 훨씬 낫다는 것. 아나운서로 방송사에 입사해 프리랜서를 선언한 그는 연기자, MC, 음반제작자로도 활동했다.

# 희망의 장사꾼 되려

유정현씨가 노리는 동작갑의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만 10명이다. 경쟁자 중 1명이 홍정욱(38) 헤럴드 미디어 전 대표이사 회장이다. 영화배우 남궁원씨의 아들, 미국 하버드대 우등 졸업, 정몽준 의원의 조카사위, 언론사 사주….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홍씨는 어릴 때부터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는 지금이 정치에 뛰어들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말했다. 보수, 진보를 넘어서 실용이라는 노선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언론사 사주라는 '화려한 옷'을 입고서도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도 있었다"며 "나폴레옹의 말대로 희망을 파는 장사꾼이 되고 싶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평소에 '귀족 이미지'라는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언제부터 영화배우 아들이 귀족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부터 박사 학위 받을 때까지 장학금을 받아 공부했습니다. 사업도 두 번이나 실패했지요."

그는 "어차피 선거는 되느냐, 안 되느냐 절반의 가능성"이라며 "거물 정치인을 배출해온 지역에서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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