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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이저우’ 貴州… 3억년 세월 먹물 삼아 그린 산수화

향기男 피스톨金 2008. 3. 22. 14:59

 

               중국 ‘구이저우’ 貴州…

         3억년 세월 먹물 삼아 그린 산수화



노란 유채밭이 등고선을 그리며 산을 오른다. 젖가슴을 닮은 산에서 노란물이 뚝뚝 떨어지고 먀오족 처녀의 긴머리에서 유채꽃 향기가 흐른다. 부지불산 불산부동 부동불기(不地不山 不山不洞 不洞不奇). 산이 없는 땅이 없고, 동굴 없는 산이 없고, 기이하지 않은 동굴이 없다고 했던가. 산수화의 고장 구이저우에서 지구가 세월을 먹물 삼아 그린 만봉림(萬峰林)과 용궁(龍宮)을 벗한다.

중국 대륙의 서남쪽에 위치한 구이저우성은 해발 1000m 높이의 고원으로 이뤄진 카르스트 지형이다.

7000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솟은 해저의 바위덩어리는 구이저우의 상징인 만봉림 등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다채로운 지형을 창조했다. 일찍이 청나라 시인 괴관보가 '기이한 것을 묘사하는 데는 시밖에 없다'는 뜻으로 사기유유시(寫奇惟有詩)란 글을 남긴 것도 그림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만봉림을 주유한 감회였다.

구이저우는 한 해의 3분의 2가 우기다. 신기하게도 비는 대부분 밤에만 내리고 낮은 늘 안개와 구름에 덮여 있다. 지난 2월에는 하늘에서 얼음덩어리가 쏟아져 엄청난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풍부한 강수량은 구이저우를 수력발전의 메카로 만들었다. 서쪽의 전력을 동쪽 공업도시에 공급하는 서전동송(西電東送)의 중심지로 우뚝 선 것이다.

구이저우 여행의 출발점은 해가 귀하다는 뜻의 구이양(貴陽). 성도인 구이양에서 만봉림이 위치한 싱이(興義)까지는 비행기로 30분 거리다. 코끼리 열차를 닮은 전동차를 타고 산허리를 휘감아도는 7.8㎞의 관람로에 들어서자 베일처럼 드리워진 희미한 안개 속에서 만봉림이 신비한 속살을 드러낸다.

지구 최대의 카르스트 지형인 만봉림의 길이는 200㎞. 협곡을 따라 2만개가 넘는 산봉우리가 숲을 이룬다. 만봉림의 수장은 입구에 버티고 선 장군봉. 장수의 기개가 느껴지는 장군봉을 앞세워 해발 2000m 높이의 산봉우리들이 이중삼중 겹쳐진 채 협곡을 달리는 모습이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을 연상하게 한다.

바위기둥으로 이뤄진 장가계가 남성적이라면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봉긋봉긋한 만봉림의 산봉우리는 여성적이다. 부이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은 이 산봉우리 아래에서 '성스러운 대지의 어머니 강'으로 불리는 납회하를 젖줄삼아 겨울에는 밀과 유채를 재배하고 여름에는 벼농사를 지으며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일궜다.

만봉림 중심엔 기이하게 생긴 팔괘밭이 눈길을 끈다. 중국 도교사상을 그림으로 나타낸 팔괘 형태의 밭으로, 비가 오면 한가운데로 물이 빠진다고 한다. 지하에 암하(暗河)가 흐르기 때문이다. 만봉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팔괘밭의 사계절 풍경은 한 폭의 그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005년에 만봉림의 상납회(上納灰) 마을을 방문해 화제가 됐다. 20여 년 전 불혹의 나이에 구이저우 당서기로 부임했던 게 인연이다. 이곳에서 발휘한 그의 뛰어난 내치 능력은 훗날 국가주석이 되는 밑거름이 됐다.

상납회 마을은 전형적인 부이족 마을. 후진타오는 이 마을에서 "만봉림은 돈을 낳는 나무다. 잘 보존하고 잘 개발하라"고 교시를 내렸다. 마을 안에는 후진타오가 향촌운동(새마을운동)의 모델이라고 극찬한 집이 있고, 그 집안에는 후진타오의 대형사진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만봉림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마령하 대협곡은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의 흔적'으로 꼽힌다. 2000만 년 전 지각이 갈라지면서 길이 75㎞, 너비 50∼150m의 협곡이 생겨났다. 협곡의 깊이는 100∼200m. 미끌미끌한 계단을 내려가면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한다.

마령하 대협곡에는 하천에서 쏟아지는 폭포와 장마철에 생기는 폭포가 무려 60여개나 된다. 아슬아슬한 구름다리를 건너면 깎아지른 협곡의 단층 사이로 탐방로가 이어진다. 탐방로는 쏟아지는 폭포수 아래를 지나기도 하고 동굴을 통과하기도 한다. 협곡을 흐르는 강은 수량이 불어나는 여름철에는 래프팅 명소로 거듭난다. 2.5㎞ 길이의 탐방로 끝에는 73m 높이의 엘리베이터가 탐방객들을 부지런히 실어 나른다.

마령하 대협곡에서 황과수 폭포 가는 길에 위치한 쌍유봉도 볼거리. 드넓게 펼쳐진 유채밭 중간에 우뚝 솟은 150m 높이의 봉우리는 여인의 젖가슴을 닮아 '대지의 어머니'로 불린다. 재미있는 사실은 쌍유봉의 유두가 보는 방향에 따라 처녀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하게 변신한다는 것.

18개의 기기묘묘한 폭포로 이뤄진 안순(安順)의 황과수 폭포군은 기네스북에 오른 절경. 길고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동양 최대 규모인 높이 77.8m, 너비 101m의 황과수 폭포가 장엄한 모습을 드러낸다. 5개의 거대한 물기둥이 우레 같은 소리와 함께 서우담으로 쏟아져 내리면 진주처럼 영롱한 물방울이 안개를 만들어 황과수 폭포를 더욱 신비롭게 보이게 한다.

황과수 폭포는 전후, 상하, 좌우에서 폭포수를 감상할 수 있는 지구 유일의 폭포. 특히 수렴동으로 불리는 폭포 안의 동굴에서 보는 물줄기가 환상적이다. 수량이 풍부한 여름에는 마치 커튼을 쳐놓은 것처럼 바깥세상이 가려지지만 갈수기에는 커튼을 양 옆으로 젖힌 것처럼 폭포 바깥 세상이 물줄기 사이로 들어온다.

황과수 폭포에서 용궁 가는 길은 유채밭 꽃길이다. 기이한 봉우리에 둘러싸인 분지형 유채밭도 있지만 평지가 적은 탓에 대부분의 유채밭은 산을 개간해 만들었다. 이 때문에 유채밭은 등고선을 그리기도 하고 계단처럼 산을 오르기도 한다. 직선과 곡선으로 그려진 유채밭 풍경은 솜씨좋은 소수민족들의 작품.

중국 영화 '서유기'의 촬영무대인 용궁은 동굴폭포와 종유굴, 그리고 지하 하천으로 이뤄진 AAAAA급 풍경구. 37m 높이의 동굴에서 쏟아지는 용문비폭(龍門飛瀑)의 장엄한 풍경을 뒤로 하고 산을 오르면 천상의 세계와 다름없는 초록빛 산정호수가 나온다.

3억년 전 형성된 지하세계로의 여행은 의외로 연못같은 산정호수에서 시작된다. 노를 저어 거울 같은 호수를 미끄러지면 '용궁'이라는 붉은 글자가 새겨진 동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90개 동굴로 이뤄진 용궁의 길이는 15㎞. 탐사가 끝난 5㎞ 중 나룻배로 갈 수 있는 870m가 관광객에게 개방됐다.

수정궁으로 불리는 용궁의 종유석은 모양도 가지가지다. 저팔계, 원숭이, 탑, 포도나무, 독수리, 해파리 모양의 종유석과 폭포가 어우러져 상상불허의 지하세계를 보여준다. 여기에 조명까지 더해져 동굴은 더욱 기괴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암흑의 지하수로는 거미줄처럼 복잡해 자칫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때로는 호수처럼 넓고 때로는 나룻배 한 척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수로 저편의 어둠 속에서 먀오족 처녀의 낭랑한 노랫가락이 선율을 탄다. 3억년이라는 시간이 만든 지하세계와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곳. 구이저우의 위대한 자연 속으로 빠져들면 사람도 자연이 된다.

중국 ‘구이저우’ 貴州 … 척박한 첩첩산중 오지 손님들 발길로 떠들썩

 


천무삼일청 지무삼리평 인무삼분전(天無三日晴 地無三里平 人無三分錢).

하늘은 사흘 이상 맑은 날이 없고, 땅은 3리 이상 평탄한 길이 없으며, 사람은 돈 서푼이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는 고사성어로 구이저우(貴州)의 소수민족이 이에 해당한다. 첩첩산중 오지에서 척박한 삶을 이어가는 소수민족은 구이저우 인구의 30%인 1200만명으로 대부분 부족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구이저우의 홍보물에는 반드시 '다채(Colorful)'라는 형용사가 들어간다. 수묵화 같은 흐린 날씨와는 맞지 않지만 소수민족의 화려한 장신구나 전통의상을 보면 이보다 잘 어울리는 형용사도 없다. 구이저우에는 현재 먀오족(苗族) 부이족(布依族) 둥족 야오족(瑤族) 투자족(土家族) 이족(彛族) 등 풍습이 다른 17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소수민족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화려한 액세서리로 치장한 먀오족 처녀들. 마을 어귀에서 방문객들을 맞는 먀오족 처녀들은 온몸에 은으로 만든 장신구를 치렁치렁 달았다. 왕관보다 화려한 모자도, 목이 휠 정도로 거대한 목걸이도 은으로 만들어졌다. 팔찌 반지 귀걸이 빗 핀 방울 등 먀오족 처녀들의 은제 장신구는 20여종.

구이저우 최대의 소수민족인 먀오족은 본래 유목민족이었다. 그래서 재산을 휴대하기 편리한 은장신구로 바꿔 주렁주렁 달고 다녔다고 한다. 먀오족 처녀들이 만봉림을 배경으로 순박하면서도 요염한 자태로 가무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선녀를 떠올리는 것은 은장신구가 매력을 더하기 때문이리라.

먀오족은 선천적으로 노래를 잘한다. 결혼을 앞둔 선남선녀들이 노래로 구애를 하는 오랜 전통 때문이다. 노래라고 해서 정해진 가락과 가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제멋대로 지은 곡조에 구애의 가사를 실어 보내면 그것이 곧 노래다.

이들은 노래 잘하는 총각을 가왕, 노래 잘하는 처녀를 가후라고 한다. 이쪽 봉우리의 가왕이 저쪽 봉우리의 가후에게 목청껏 노래를 불러 날려 보내야 하기 때문에 먀오족의 노래를 비가(飛歌)라고도 한다. 하지만 노래가 산봉우리를 넘기는 힘들다. 그래서 선남선녀가 손쉽게 만나도록 마을 단위 축제를 수없이 만들었다. 전통의상 차림의 먀오족 처녀들이 방문객을 환대하는 것도 사실은 365일 축제 중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만봉림 주변의 소수민족은 특이하게도 부족마다 생활하는 해발 고도가 다르다. 부이족은 강이 흐르는 평지에서 농사를 짓고, 먀오족은 산허리를 등고선처럼 깎아 만든 산에서 유채농사를 짓는다. 고산묘수포의(高山苗水布依)라는 말도 여기서 유래됐다. 이족은 먀오족보다 더 높은 산에 집을 지어 운무처럼 유유자적 한다.

팔괘밭을 중심으로 농사를 짓는 부이족은 비교적 부유한 편. 개고기와 두부를 즐겨먹는 이들은 축제 때 동원하는 악기도 한국과 비슷하다. 북, 새납(태평소), 징, 꽹과리 소리를 내는 심벌즈가 한데 어우러지면 사물놀이처럼 흥이 난다. 부이족의 집도 한국의 기와집과 비슷하다. 단지 기와 대신에 납작한 돌로 지붕을 얹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들이 사는 마을을 석두채(石頭寨)라 부르고, 집을 석판방(石板房)이라고 한다.

먀오족은 같은 부족이라도 산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의상과 언어, 그리고 생활풍속이 조금씩 달라진다. 오리부동풍 십리부동속(五里不同風 十里不同俗)이라는 말도 오리나 십리 정도 떨어져 있으면 풍속이 달라지는 먀오족을 두고 하는 말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자연과 어우러져 순박하게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손님 환대는 황송할 지경.

먀오족 처녀들이 방문객에게 일일이 꾀꼬리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향긋한 술을 대접한다. 손사래를 치면 코를 틀어쥐고 입을 강제로 벌리게 한 다음에 술을 먹인다. 하지만 잔이 크지 않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비록 작지만 소수민족 처녀들이 건네는 술잔에는 넉넉한 정이 철철 넘쳐흐른다.
기사입력 2008-03-20 18:05 |최종수정2008-03-20 18:11 기사원문보기

구이저우=글·사진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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