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사는 이야기/하얼빈은 지금 어떤일이?

중국은 은폐 공화국?

향기男 피스톨金 2005. 11. 30. 12:56
중국은 ‘은폐 공화국’
[조선일보 2005-11-29 03:58]    
네티즌·러시아도 불만 폭발… “후진 정치시스템의 산물”

[조선일보]

중국 정부가 최근 쑹화(松花)강 벤젠 오염 사태로 ‘은폐 공화국’이라는 국내외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또 장시(江西)성 지진 발생 지역에서는 현지정부의 늑장 대응에 이재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 국민들이 공권력의 부당한 대처에 더 이상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3일 지린(吉林)성 중국석유화학공사(CNPC) 화학공장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10일이 지나서야 쑹화강에 벤젠이 유입된 사실을 공개한 것과 관련,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고 미국에 본부를 둔 중문 웹사이트 둬웨이(多維)가 28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일부 네티즌들은 “가련한 지린성 인민들은 오염된 검은 물속에서 열흘을 살면서, 오염된 물을 식수로 마셨다”, “누가 우리 지린성 인민들의 생명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가. 지린성에는 (헤이룽장성 하얼빈 같은) 수돗물 단수도 없었고, 경고도 없어, 인민들은 독수를 마셨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또 27일 “헤이룽장(黑龍江)성과 하얼빈시 관계자들이 지린성과 중앙 정부로부터 공개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았다”면서 사실 은폐가 중앙과 지방정부의 ‘합작품’임을 폭로했다. 18일 쑹화강이 벤젠으로 오염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하얼빈시는 중앙의 은폐지시를 받고 사흘 동안 ‘쉬쉬’한 데 이어, 21일 단수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수도관 점검과 보수 때문”이라며 주민들을 속였다.

 

시 정부가 ‘쑹화강의 중대한 오염 때문’이라고 진상을 밝힌 것은 그로부터 12시간이 지난 22일이었다. 이 때문에 하얼빈은 물론 폭발사고 지역인 지린성 주민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정부도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세르게이 라조프 주중 러시아 대사는 26일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중국 정부가 좀 더 일찍 러시아에 사실을 통보했더라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6일 오전 장시성 주장(九江)현과 루이창(瑞昌)시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7의 지진 사고 처리와 관련, 현지 주민들은 “지진 발생 4시간 동안 경찰과 소방관 등 공무원은 단 한 명도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사흘 동안 50만명이 극심한 여진(餘震) 공포로 노숙(露宿)을 하고 있는데 구호 물자도 제때 도착하지 않는다”며 “이재민 시위대를 조직해 성 정부에 항의하러 가겠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의 ‘은폐·태만 행정’은 이미 AI(조류 인플루엔자)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대응에서도 나타났던 ‘고질병’이다. 도쿄국립전염병 연구소의 다시로 마사토 바이러스 담당소장은 25일 “AI로 숨진 중국인이 3명이라는 중국 정부의 발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300명 정도가 될지 모른다”고 비판, 은폐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03년 4월 사스 발생 당시에도 베이징(北京) 301 군병원의 퇴직 의사인 장옌융(蔣彦永·72) 박사는 “베이징에만 사스 감염자가 60명, 사망자가 7명이 된다”고 폭로,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환자 12명, 사망 3명)가 거짓임을 입증했다.


 

문제는 중국의 이런 은폐 악습이 인접 국가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홍콩 침회대의 딩웨이(丁偉) 교수는 “중국의 ‘사실 은폐’는 중앙 및 지방 관료들의 뿌리깊은 보신(保身)주의에다 견제와 균형 기능이 없는 후진적 정치 시스템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홍콩=송의달특파원 [ eds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