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유스타니 유적 근처에는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탁 트이는 전망 좋은 호수가 하나 있다. 이 호수의 이름은 우마요(Umayo).
▲ 구름이 호수에 비치는 아름다운 호수 우마요(Umayo). |
ⓒ2005 배한수 |
일행은 비꾸냐를 보기 위해 시유스타니 섬 선착장에 있는 조그만 나룻배에 탑승했다. 시유스타니 유적에서부터 비꾸냐가 있는 우마요섬까지 많지 않은 관광객들을 나르는 이 배는 올해 열 살 먹은 꼬마아이가 홀로 노를 저어 운행하고 있었다.
작은 체구에 아직 커다란 노를 젓기엔 너무나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꼬마는 손님을 싣고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노를 저어 나갔다. 학교는 안 가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태양에 그을려 검게 타버린 꼬마의 손을 보고 있자니 측은한 마음이 앞서, 노를 젓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하니 "이건 내 일이야!"라면서 도움을 거절한다.
▲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를 저어 돈을 버는 소년. |
ⓒ2005 배한수 |
▲ 아름다운 전경 속에 위치한 이 섬의 유일한 가옥. |
ⓒ2005 배한수 |
▲ 아름다운 빛깔의 털과 야윈 체구를 가진 비꾸냐. |
ⓒ2005 배한수 |
▲ 일행에게 달려든 비꾸냐(연신 냄새를 맡으며 먹을 것을 찾는 중이다). |
ⓒ2005 배한수 |
하지만 현재 비꾸냐는 보호동물로 지정되어 있고, 도살은 물론 가까이에서 보는 것 조차 금지되어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꾸냐는 자신들을 무차별 도살한 사람들이 무서워서일까, 사람들이 반경 50m 이내에만 접근해도 멀리 달아나 버린다고 한다.
일행에게 달려든 비꾸냐는 이 섬에 거주하는 유일한 가구에서 키우는 것이었다. 오랜시간 사람에게 적응된 탓에 이 비꾸냐는 겁도 없고, 때로는 관광객들에게 달려들어 재롱까지 떤다고 한다. 이 비꾸냐는 고운 털 색깔은 물론이거니와 낙타와 같은 커다란 눈망울을 가져 방문한 이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하기에 충분했다.
▲ 호수 같은 맑은 눈망울을 가진 비꾸냐. |
ⓒ2005 배한수 |
섬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 이 섬에는 비꾸냐 이외에도 양과 소들,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상당수 살고 있었다. 하지만 새들을 제외한 양과 소들은 이 섬에 살고 있는 사람이 키우는 것이라 한다.
정상에 다다를때 즈음, 재미있는 광경이 목격됐다. 언덕 한켠에서 어미소의 젖을 놓고 우유를 짜려는 인디오 아주머니와 젖을 먹으려는 새끼 송아지의 치열한 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 어미소의 우유를 서로 얻으려는 인디오 아주머니와 새끼 송아지의 모습. |
ⓒ2005 배한수 |
이윽고 정상에 올라 섬 아래쪽을 내려다 보니 비꾸냐 무리가 군데군데에서 발견되었다. 항상 10여 마리 이상 암수가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말대로, 발견된 비꾸냐들은 모두 단체로 모여서 생활하고 있었다.
▲ 섬 정상에서 내려다본 섬의 전경(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곳곳에 비꾸냐 무리가 모여 있다). |
ⓒ2005 배한수 |
호수의 경치와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비꾸냐들을 감상하고 나서 초원 여기저기를 걸어다니고 있는데, 일행중 한명이 바닥에 동그란 알들이 바닥에 수북히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바로 비꾸냐의 배설물.
▲ 비꾸냐의 배설물(비꾸냐는 지정한 장소에만 배설한다). |
ⓒ2005 배한수 |
비꾸냐 구경을 마치고 아래로 내려가려는데, 초원 한쪽 귀퉁이에서 시유스타니에서 본 것과 흡사한 석탑묘가 발견됐다. 자연 상태로 방치된 탓인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어 가까이서 이묘를 바라보니, 군데군데 허물어 지긴 했지만 원형의 분묘가 확실했다.
▲ 초원 한켠에서 발견된 분묘. |
ⓒ2005 배한수 |
페루 국기에도 등장할 만큼 신성시 여겨지는 동물인 비꾸냐.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귀엽고 앙증맞은 동물이 그간 인간의 사리사욕에 의해 무차별 희생되어 왔고, 결국 인간의 손길과 동떨어진 이런 외딴 섬에서나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몇 남아 있지 않은 이 동물들이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보호되어 그 맑은 눈망울을 영원히 간직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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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쿠스코-푸노 여행기는 총 8부로 연재됩니다.
현재 페루에 체류 중입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