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봄이 가장 빨리 온다는 제주도. 맘이 급해 제주도에 봄 맞으러 갔다. 코스는 제주도 서남쪽 모서리 송악산 서귀포 동쪽 끝 성산으로 이어지는 남해안. 12번 도로를 줄기 삼고 해안도로를 가지 삼아 ‘치고 빠지기’식 드라이브를 계획했다.
일정은 36시간. 섭지코지·성읍민속마을·협재해수욕장 등 ‘기본’ 관광지는 건너뛰었다. 대신 관광버스가 못 들어가는 호젓한 산책로, 제주도민들만 알고 있는 맛집, 스릴 넘치는 레포츠 체험장을 돌았다. 한마디로 ‘제주도 틈새 여행’.
◇ 10:00am - 첫째날
제주도 도착 후 빨간색 오픈카를 빌렸다(AVIS에선 36시간에 16만원~50만원, 064-747-4422). 일단 남쪽으로 휘달렸다. 95번 도로를 타고 시속 80km로 30분쯤 달리자 첫 출발점 송악산에 도착.
해발 104m 낮은 산이지만 마라도와 가파도가 한눈에 보였다. ‘해삼·멍게·소라 한 접시와 호박파전 1만원’에 혹해 ‘바람부는 언덕’(전화없음)에서 요기를 했다. 내려오는 길에 억새풀 사이로 피어난 성질 급한 진홍철쭉을 보았다.
◇ 11:30am
산방산 앞에서 4륜오토바이(ATV)를 타는 학생들을 봤다. 저거다. 산바다 레져공원(064-794-0117)에서 두꺼운 바퀴 4개에 몸을 싣고 자갈길을 통통거리며 달렸다. 고꾸라질 듯, 자빠질 듯 스릴 넘친다.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걷고 싶어서 서귀포시 강정천 오솔길을 찾았다. 풍림콘도 뒷편 농구장에 오른쪽으로 뻗은 흙길. 길 아래 시냇물이 곧바로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홀로 섰다. 풍랑에 깎여 움푹 패인 바위 하나가 ‘하트’모양을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 02:00pm
서귀포시 매일시장에 있는 쌍둥이식당(064-762-0478)을 찾았다. 회를 한마리 떴는데(광어 6만원) 돈까스와 전복볶음밥 등 독특한 메뉴들이 따라 나왔다. 후식 ‘팥빙수’는 ‘충격’이다. 소화시킬 겸 큰엉 해안 경승지 산책로를 찾았다. 해안절벽 위로 강정천 오솔길과는 달리 잘 다듬어진 예쁜 산책로가 있다.
◇ 04:00pm
달리고 달려 동쪽 끝 성산에 이르자 드디어 노란 꽃밭이 펼쳐졌다. 아, 정녕 봄이 왔나? 알고 보니 1년 내내 상업적으로 꽃을 피운다는 유채밭이다. ‘사진촬영비 1000원’이라는 입간판이 거슬렸다. 그래도 찍었다. 하늘은 낮고 파랬다. 봄을 만나고, 봄을 느낀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