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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아마존 밀림 속 학교를 가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11. 13:42

 

 

     남미, 아마존 밀림 속 학교를 가다

 

 

이끼또스(Iquitos)에서 맞이하는 3일째 아침. 밤새 무더위와 모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이루긴 했지만, 산장 내 나무로 지어진 숙소에서 새소리와 함께 눈을 뜨는 아침은 상쾌하기만 하다.

오늘은 밀림 내 한 마을을 방문하기로 한 날. 이 마을은 비교적 거주인구가 많고, 초지가 넓게 형성되어 있어 초등학교와 중학교 및 각종 부대시설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는 곳이라고 한다. 과연 아마존 아이들의 다니는 학교의 모습은 어떨까? 그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일행은 배를 타고 학교가 있는 마을로 향했다.

아침 9시경, 마을 선착장에 내려 조금을 걸어 들어가니 짙푸른 잔디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초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니 나무와 나뭇잎을 엮어서 만든 가옥들이 드문드문 늘어서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시멘트로 지어진 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이곳은 바로 아마존 밀림속의 한 초등학교 건물.

▲ 아마존 밀림속의 한 초등학교 건물의 전경과, 문위에 달려있는 학교 팻말의 확대사진(왼쪽 아래)
ⓒ2005 배한수
조심스레 학교 건물로 다가서 문 안쪽을 들여다보니, 선생님과 아이들이 교실 중앙에 모여 뭔가를 퍼주고 나르는 일이 한창이다. 아마도 급식중인 모양이다.

▲ 급식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2005 배한수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교실안으로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한눈에 들어오는 열평 남짓의 조그마한 공간에 십여 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방인의 방문이 신기한 듯 교실에 들어간 나에게 호기심어린 눈빛을 보내는 아이들. 커다란 컵을 하나씩 쥐고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기에 선생님께 여쭤보니 아침 급식을 하고 있던 중이란다.

▲ 커다란 통에 담긴 급식 (곡물가루를 물에 갠 것이라고 한다)
ⓒ2005 배한수
커다란 통에 들어있는 곡물가루를 물에 갠 스프를 한 컵씩 받아들어, 정해진 자리로 돌아가 아침식사를 하는 아이들. 하지만 배식된 스프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네들끼리 떠들기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네 꼬마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밀림 내 몇 안 되는 교육시설인 이 학교에는 이렇게 십여 명의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경우는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법으로 제정된 페루의 초등교육은 총 6년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의무화 되어있다. 하지만 시골에 사는 토착 인디오의 자녀들이나, 이렇게 오지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겐 정부의 의무화 방침은 그다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외진 곳은 시설도 많이 부족하고, 1년에 20불 정도하는 자녀들 학비가 아직도 자급자족 중심의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액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마을 선착장을 올라오다 물가에서 놀고 있던 또래의 아이들이 문득 머리를 스쳐간다.

교실에는 나무로 만든 교탁, 책상, 칠판, 그리고 아이들이 만들어놓은 장식물 등이 전부일 뿐 다른 특별한 것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하나같이 전부 맨발이다. 하지만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하나같이 입가에 미소가 만연하다.

▲ 숫자와 알파벳들이 빼곡이 적힌 칠판
ⓒ2005 배한수
칠판은 숫자공부와 알파벳 공부를 위한 글씨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분명 학년별로 교육내용이 차별화 되어야 할 법한데도, 이렇게 아이들은 학년 구분 없이 단체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 교탁위에 놓여진 수업자료들
ⓒ2005 배한수
열악한 교육 환경은 선생님의 교탁위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딱 보기에도 몇 년은 족히 되었을 법한 표지가 찢긴 낡은 교재에, 대물림을 위해 연필로 썼다 지우개로 지우는 것을 반복해 사용한다는 아이들의 노트까지. 참담하기까지 한 교실 내 환경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 생각에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 이 학교의 유일한 선생님의 모습
ⓒ2005 배한수
이 학교의 유일한 선생님이신 아주머니는, "아이들의 학습환경이 열악하긴 하지만, 그나마 이것도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운영되지 못한다"며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 하신다. 게다가 무상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동네 아이들 중에서도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아이들은 몇 안 된다고 한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실제로 이곳의 상황은 너무나 참담했다.

이렇게 초등학교에서 짧은 시간을 보낸 일행은 교실에서 나와 바로 근처에 위치한 중학교를 찾았다. 이곳은 근처 부락의 학교 중 최대 인원의 학생이 재학중인 대형 학교라고 한다. 학교 근처에 도착하니 많은 아이들이 학교 앞 공터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것이 보였다.

▲ 학교앞 공터에서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2005 배한수
그런데 이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무로 만든 축구 골대와, 배구 네트를 거는 기둥. 기다란 나무 세개를 연결해 만들어놓은 축구 골대는, 공이라도 맞으면 어쩔까 싶을 정도로 위태위태하게 서있었고, 배구 네트를 거는 기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 나무로 만든 축구골대의 모습과 배구 네트를 걸치는 기둥, 아이들이 쉴수 있게 만든 부대시설 등의 모습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2005 배한수
그래도 이 학교는 첫 번째 방문했던 초등학교 보다는 상황이 많이 좋은 듯했다. 교실 내부의 책상도 비교적 새것으로 들어와 있었고, 학교 앞에 이렇게 학생들을 위한 공간과 부대시설이 있으니 말이다.

뛰어노는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남자 아이들은 축구공 두개에 집중돼, 한 무리는 프리킥을 차는 연습을 하고 있고 다른 무리는 공 뺏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흔히들 남미의 모든 나라 국민들은 "축구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들 하는데, 그것은 이곳 아마존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 축구 연습을 하고 있는 남자아이들의 모습
ⓒ2005 배한수
다른 곳에서는 여학생들이 모여 배구 경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4명씩 한 팀을 이루어 경기를 하고 있었는데,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 수준이 상당하다. 리시브와 토스도 능숙한데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스파이크까지 구사했다. 배구는 이곳 아마존 지역뿐만 아니라, 페루 전역에서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라고 한다.

▲ 배구 경기를 하고 있는 여자 아이들의 모습
ⓒ2005 배한수
맨발로 잔디밭을 누비며 놀이에 열중인 아마존 아이들. 비록 열악한 교육환경 아래 자라나는 아이들이지만, 자연을 벗삼아 이렇게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행복함 이외의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아마존의 아이들. 이들에게도 어서 체계적인 교육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끼또스 여행기는 총 11부로 연재됩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
"싸이월드 페이퍼(http://paper.cyworld.com/vivalatin)" 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 배한수 기자

오마이뉴스 2005-12-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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