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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괴뢰메 오픈 뮤지엄을 가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17. 15:56

 

                       터키,

 

          괴뢰메 오픈 뮤지엄을 가다

 점심을 먹은 후 햇살을 받으며 괴레메 오픈 뮤지엄으로 향했다. 이곳으로 가는 길은 정말 한적하고 시골길 같지만 색다르다. 다른 곳과 다를 것 없는 조용한 길이지만 주변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모양의 바위들로 가득하다.
 
간간이 보이는 나무들과 새파란 하늘에 구름은 다른 세상 같은 이곳을 감싸 안아 주는 듯하다. 태워주겠다는 차들은 많았지만 그걸 탈 수는 없었다. 어찌 그 아름다운 길을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수 있겠는가! 천천히 걸어가는 그 맛이란……햇살은 강렬하지만 나무 그늘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그 시원함이 좋다.

▲ 괴뢰메 오픈 뮤지엄으로 가는 길
ⓒ2006 김동희

▲ 괴뢰메 오픈 뮤지엄 가는 길에 펼쳐진 절경
ⓒ2006 김동희

▲ 괴뢰메 오픈 뮤지엄 옆 버섯바위
ⓒ2006 김동희
박물관이라는 곳이 갇혀 있는 곳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놓인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오픈 뮤지엄의 장점이다. 입장을 하자마자 보이는 희한하게 생긴 큰 바위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어 들어가 보니 초기 공동 교회이다.
 
대부분의 교회에는 예배당은 물론이고 식당과 저장고가 딸려있어 기독교 초기 공동생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기암괴석을 깎아 만든 교회가 괴레메 주변에만 3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 괴레메 오픈 뮤지엄 첫 교회
ⓒ2006 김동희
한 교회에 들어가니 그곳을 지키고 있던 아저씨가 짜이(Cay, 터키인들이 하루에 열번도 마신다는 홍차)를 대접하겠다며 교회 한구석 돌을 털며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더위도 식힐 겸 앉아있으니 너무 뜨거워 손으로 들고 있기도 어려운 짜이를 가져 다 주었다. 앉아서 천천히 내부를 살펴보고 있으니 가이드를 대동한 팀이 들어왔다.

"영어 할 줄 알죠? 여기 앉아서 가이드 설명 들어요. 도움이 될 테니까."

가이드의 설명으로 하나하나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모르고 볼 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금방 보고 지나갔지만 작은 그림 하나에도 저런 내용이 담겨있다니.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진리인 듯싶다. 가끔 어떤 경우는 확대 해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또 가끔은 하나의 그림을 보고 약간의 다른 해석을 보여주기도 했다.

▲ 다양한 프레스코화들로 가득한 교회 안
ⓒ2006 김동희
뱀의 교회에는 성 오누프리우스(St onuphrius)의 프레스코 벽화가 있다. 이 사람은 야자수 잎으로 몸을 가리고 있지만 나체다. 몸은 여자이지만 수염을 가지고 있는 특이한 그림이다. 이 사람은 원래 여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외모가 너무 출중해 수많은 남자가 추근댔고 그녀는 예수님에게 집중하고 싶어 매일매일 열심히 기도해 남자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가이드의 이야기는 또 다르다. 이 여자는 과거에 창녀로 삶을 허비하다 죄를 뉘우치고 기도해 남자가 되었다고 한다. 두 이야기가 결과는 같지만 느낌은 너무 다르지 않은가? 무엇이 진실일까?

다른 교회들도 마찬가지로 안으로 들어가면 천장과 벽에 프레스코화들로 가득하다. 세례를 받는 예수님을 비롯해 악마를 무찌르는 모습, 성자들의 모습, 성경의 내용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예전의 교회 하나하나의 이름은 모르지만 현재에는 이 프레스코화를 보고 특징을 뽑아 이름을 지어 놓았다. 뱀의 교회(Snake Church)에는 성 조지가 뱀에 물린 그림이 있고, 샌들 교회(Sandal Church)에는 샌들 그림이, 허리띠 교회(Buckle Church)에는 허리띠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프레스코화들은 오랜 세월 빛에 바래지기도 하고 이코노클래즘(성상파괴주의)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하지만 그 많은 프레스코화를 보면서 그것을 그린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나 '최후의 만찬' 같은 그림처럼 완벽한 구성과 그림은 아니지만 인간적인 느낌은 더 강하다. 그저 그림에 그렇게 큰 재주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리스도에 대한 강한 열정을 가지고 그린 그림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어수룩하지만 심혈을 다해 그린 옛 초기 기독교인들의 열정, 바로 그것이 이곳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아닐까.

▲ 프레스코화를 통해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2006 김동희
한 교회 앞에서 웃는 얼굴이 방실방실한 터키 사람을 만났다. 나를 보더니 대뜸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같은 평범한 단어도 아닌 말로 인사를 했지만 워낙 한국말을 잘하는 관광업 종사자를 많이 만나 그렇겠거니 하고 웃고 넘어갔는데 이 청년을 다른 교회에서 다시 만났다. 한 무리의 한국인 성지 순례단이 있는 곳에서 이 청년은 한국말로 보충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성도님, 이쪽 그림은 성 콘스탄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회에 가야 들을 수 있는 '성도님' 이라는 단어를 터키 사람이 말하니 어찌나 어색하던지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극소수의 터키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저 어려운 단어들을 한국인 선교사님들로부터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저녁이 되니 바람이 더더욱 선선하다. 낯에는 햇볕이 따갑지만 해만 지면 이곳은 시원하다 못해 추울 정도다. 이 멋진 괴레메를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곳으로 갔다. 일몰이 시작된다. 저 멀리 로즈밸리가 보인다. 저녁이 되면 왜 로즈밸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 안다고 하더니 새빨갛게 물이 든다. 멀리 뾰족한 바위라는 뜻의 우치히사르도 보인다.

▲ 괴레메 마을 전경
ⓒ2006 김동희
어느 곳에서 일몰을 보든지 그 광경은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기다림도 느끼고 순식간의 자연의 변화도 느낀다. 아쉬운 하루가 지나가지만 그 지는 해가 아쉽지는 않다. 어둠이 나의 모습을 자연에 녹아들게 한다.

▲ 해가 지면 질수록 붉게 물드는 로즈밸리
ⓒ2006 김동희
바람이 많이 분다. 누군가 연을 날린다. 꽃들은 바람에 나부낀다. 해가 지면 질수록 로즈밸리는 더더욱 빨갛게 물이 든다. 우치히사르는 해를 집어먹고 있다.오마이뉴스 2006-02-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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