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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끝자락…때묻지 않은 봄…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가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3. 3. 12:26

 

                반도의 끝자락…

 

                때묻지 않은 봄…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가다


이른 아침 들이치는 바람결이 어느새 순해졌다. 창문으로 침입하는 햇살은 따사로운 기운을 품고 있다.
 

무덤덤한 회색빛 도시는 아직 이르다고 말하나 봄은 우리 눈앞에 바짝 다가왔다.

 

3월의 풍경으로는, 진달래 꽃망울이 건드리면 톡 터질 것처럼 알알이 맺히고

 

노란 개나리꽃이 쑥스러운듯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남도의 들녘이 제격이다.

어느 지역보다 빨리 봄 소식이 날아드는 곳 중 하나인

 

전남 고흥반도의 끝자락 외나로도에는 벌써 봄이 사뿐히 내려앉아 몸을 풀 채비를 하고 있다.

 

고흥읍에서 외나로도로 향하는 길가에 드문드문 심어진 동백나무는 이른 봄꽃을 피웠다.

 

남해의 청록빛 바다에 둘러싸인 이 섬은 국내 최초로 과학위성을 발사하게 될 우주센터가 들어서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풍광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서울에서 너무 먼 데다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을 특별한 관광지가 없기 때문이다.

 

고흥반도의 오밀조밀한 아름다움을 담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 있지만 한려수도의 명성에 가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편이다. 그런 이유로 외나로도의 자연은 때묻지 않은 말간 낯빛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만 10만여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머지않아 우주기지까지 완공된다고 하니 언제까지 꾸밈 없는 풋풋함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나로도는 외나로도와 내나로도로 돼 있다. 나로도라는 이름은 언뜻 순 우리말 같으나 일제 때 지어진 이름이다. 본래는 나라섬이었다. 나라에 바칠 말을 키우는 목장이 여러 군데 있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섬은 1994년에 육지와 다리로 이어졌다. 자동차로 섬을 일주하며 돌아볼 수도 있다. 자동차를 이용해 나로도 일주를 하는 데는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바다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도로를 느긋하게 돌다가 보면 점점이 떠 있는 섬들과 이따금 지나가는 고깃배가 주는 정겨움과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 한적한 어촌마을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 잔잔하고 평화롭게 해주는 마력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나로도의 참모습을 구경하기엔 유람선만한 게 없다.

 

유람선은 나로도항에서 섬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나온다. 2시간30분 동안 출렁이는 파도와 봄 햇살에 몸을 맡기노라면 새봄의 기운이 몸속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벼운 바닷바람의 비릿한 냄새도 봄을 노래하는 것 같다.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오면 가장 먼저 곡두여라는 암초가 눈에 들어온다. 불쑥 솟은 바위와 벌렁 드러누운 바위가 절묘하게 어울리며 맷돌 형상을 하고 있다.

 

곡두여는 바다낚시를 즐기는 데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춰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다. 평평한 대지는 온갖 야생초와 들꽃을 감상할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곡두여를 지나면 나로도의 기암괴석이 눈에 들어온다. 부채를 펼쳐놓은 것 같은 부채바위와 사자가 달리는 모습을 하고 있는 사자바위, 카멜레온 바위, 부처님 바위 등 해안 절경이 줄줄이 이어진다.

 

바위마다 붙여진 이름을 따라 그 형상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지만, 찬찬히 바위를 들여다보며 직접 형상을 그려보는 것도 즐겁다.

 

아직은 푸릇푸릇한 풀들만 간간이 눈에 띄지만 4월부터는 바위틈에서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풍란의 개화도 볼 수 있다. 흰 난꽃이 바위를 장식한 모습은 말 그대로 절경이라고 한다. 6월부터는 샛노란 원추리꽃이 긴 목을 세워 관광객을 반길 것이다.

 

유람선을 타느라 배가 출출해졌다면 항구 앞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것도 좋다. 나로도 연안은 남해안 난류의 영향으로 예로부터 황금어장으로 불려왔다. 1960년대 어업 전진기지가 들어서고 파시가 설 정도였다고 한다.

 

나로도항에는 10여 곳의 횟집이 모여 있다. 나로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다. 이곳 해산물은 모두 연안에서 잡아올린 고기다. 고흥군 문화관광과 김중현 계장은 “워낙 외진 곳이라 외국산이 들어오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푸짐한 상차림은 남도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서울에선 좀처럼 맛볼 수 없는 삼치나 준치 회에 낙지볶음, 꼬막, 생굴, 매생이국까지 온갖 자연산으로 가득한 밥상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특히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을 만큼 맛있는 생선으로 손꼽히는 준치를 회 쳐서 양념 간장에 찍어 먹으면 배 위에서의 피로가 싹 풀린다.

잡기만 하면 바로 죽어 선어로만 맛볼 수 있는 삼치도 육질이 부드럽고 신선해 회로 먹기엔 그만이다. 철마다 나는 생선도 다양하다.

 

봄철에는 낙지, 서대, 양태, 돔 등을 맛볼 수 있고, 여름에는 하모(참장어)를 만날 수 있다. 가을부터 다음해 초봄까지는 삼치가 제철이다.

 

어느 정도 배가 불렀다면 삼나무숲 길을 따라 걸어보자. 봉래산 일대 삼나무들은 일제강점기 시험림으로 조성됐다. 높이가 30m에 이르는 80년 이상 된 삼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오밀조밀 숲을 이루고 있는데, 그 길을 따라 걸으면 자연의 향을 깊이 호흡할 수 있다.

 

 나무 틈 사이로 내리비치는 봄 햇살도 반갑다. 2㎞가량 이어진 산책길은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희귀 야생화이자 행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복수초의 대규모 군락지도 있다.

 

숲을 걸어 나오니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도 커졌다’는 어느 시인의 글귀가 절로 떠오른다. 삼나무숲을 지나 봉래산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의 수려한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외나로도의 대표적인 해돋이 명소 하반은 남해의 수평선 동쪽 망망대해에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섬의 서쪽에 위치한 염포마을에서는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한자리에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외나로도의 또 다른 매력이다. 한적하고 아담한 염포에서는 해수욕도 즐길 수 있다. 검은색 몽돌해변과 아름드리 소나무숲이 어우러져 그윽한 운치를 뽐낸다.

 

고흥=박진우 기자 dawnstar@segye.com

 

◇부채가 펴진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붙은 ‘부채바위’(왼쪽), 봉래산 삼나무 숲에는 30m가 넘는 삼나무들이 울창하게 솟아있다.

 

여행정보

 

서울에서 고흥까지 가는 고속버스는 1일 4회 운행한다. 6시간가량 걸린다. 비행기나 열차를 이용하려면 여수에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서울∼여수 간 비행기는 하루 11회 뜨며, 열차는 14회 운행된다.

 

여수에서 고흥까지는 2시간가량 고속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승용차를 이용하려면 호남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 주암나들목을 나온 뒤 27번 국도 벌교 방향으로 달리면 고흥읍에 도착한다. 외나로도는 고흥읍 호형교차로에서 15번국도로 갈아 타야 갈 수 있다.

 

외나로도를 둘러보는 유람선은 금어호(061-833-6905)와 우주스타호(061-833-6524)가 있다. 한바퀴 둘러보는 데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요금은 성인 1만4000원이며, 하루 2회 왕복하지만 30명 이상이 탑승해야만 출발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예약을 하는 게 좋다.

 

숙박은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하얀노을모텔(061-833-8311)이 깔끔한 편이다. 여행문의는 고흥군청 문화관광과(061-830-5224).

 

[세계일보 2006-03-03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