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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유성문의로드포엠]언제나 푸른 네 빛

향기男 피스톨金 2006. 3. 4. 22:46

 

           봉화 [유성문의로드포엠]

 

                언제나 푸른 네 빛

 

 
소나무여 한오백년쯤 그러저러 살아왔으니 또 한오백년쯤 그리저리 살아갈 일이다 이고 있는 하늘과 밟고 있는 땅은 항시 내 몸의 힘을 돌게 하는 것이어서 머물러 있으되,
 
지긋이 세상을 품어보는 것이다 고단하지 않은 어떤 삶도 없으니 져버린 시간과 흘러간 빛마저도 내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생기로 일렁이는구나 한오백년쯤 이러저러 살아 왔으니 또 한오백년쯤 이리저리 살아볼 일이다

 

- 소광리 금강소나무

 

* 큰빛내(大光川) 작은빛골(小光里)에는 금강소나무들이 모여 산다. 그들은 사는 곳이 울진인데도 대개 ‘춘양목’으로 불린다.

 

오래전부터 삼척, 울진, 영양 등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금강소나무 목재들이 주로 봉화 춘양역으로 집재, 반출되면서 모두 춘양목으로 통칭되었다는 것인데, 금강소나무 반출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깊다.

 

일본 국보 1호인 고류지 목조반가사유상이 바로 이 춘양목으로 만든 것이라는 주장이 제법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광리 금강소나무숲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500살짜리 금강소나무를 올려 보고 있노라면, 그 끝에 매달려 있는 빛과 목조반가사유상의 미소가 퍽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On road 중앙고속도로 영주IC - 봉화 - 닭실마을|유과 - 다덕약수 - 춘양 - 통고산자연휴양림 - 소광리| 금강소나무숲 - 왕피리|왕피천계곡 - 불영사|불영계곡 - 성류굴 - 망양정 - 월송정 - 후포 - 백암온천

 

겨우내 어설피 대지를 덮고 있던 눈빛이 사그라들기 시작하면서 산야는 본연의 갈색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그 빛은 곤고하지만 순환의 섭리는 너무도 엄연하여 이내 그 빛 속에도 서서히 물기가 번져들기 시작할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은 풀빛으로 일대전환을 이루고야 말 터. 내가 겨울의 끝에서 소광리를 가는 까닭은 그 전야(前夜)를 버티어내고 있는 소나무의 푸른빛을 보기 위함이다.

 

어떤 이는 어려울수록 소나무를 생각한다지만, 소나무의 언제나 푸른빛은 항상, 이미 우리 삶 속에 들어 있었다. ‘소나무 아래서 태어나 소나무와 더불어 살다가 소나무 그늘에서 죽는다’는 우리네 삶은 아무리 세상이 척박할지라도 굽어서라도,

 

비틀어서라도 기어이 살아내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소나무숲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피톤치트가 아니라, 그토록 집요한 삶의 역정이다.

소광리를 빠져나와 잠시 왕피리를 어슬렁거리다가 불영계곡을 넘어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완강한 화강암 사이를 흘러다니는 물길을 따라 소나무의 푸른빛이 줄기차게 우리를 따라붙는다.

 

 아니 바다에 이르러서도 망양정으로, 월송정으로 소나무의 잔영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마침내 후포에 이르렀을 때 나는 아차 싶었다.

 

 


 

그렇다, 부두에 매여 늘 출렁거리던 빈 배들도 / 옷자락 풀어놓고 어서 떠나라고 / 해 지고 바람 불면 더욱 적막한 눈발로 재촉하던 / 저 헝클어진 고향의 목소리를 헤아리기라도 했을 것인가?

 

/ 그것이 썩어서 만들어 준 거름 몇 점으로 / 내 언제나 비틀거렸을 뿐, 쓰러지지 않고 비틀거렸을 뿐임을 / 흐려지는 차창 너머로 비로소 보여주는 후포 / 이제는 눈물겨운 풀꽃 몇 송이로 겹쳐 보이는

- 김명인 <후포>

 

소나무만이 아니라 바다 역시 겨울이 깊어갈수록, 봄이 다가올수록 그렇게 푸르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빛은 너무도 투명하기까지 하여 우리의 마음을 베어내는 것이었는데, 한 아낙이 바다를 향하여 방생기도를 드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사연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는 일이었지만, 나는 그저 겨우내 내가 지고 왔던 무거운 짐들을 벗어 그 바다에 함께 놓아주었다.

글·사진/유성문<여행작가> rotack@lycos.co.kr

[뉴스메이커 2006-03-03 11:45]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